열등한 자들은 남 탓을 한다.
우월한 자들은 자기 자신의 잘못을 돌아볼 줄 안다.
그들은 본능적인 욕구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우선할 줄 알기 때문에, 어떠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외부에 책임을 돌리고 자기 자신을 방어하고 싶은 욕구보다 상황 자체를 객관적으로 조망하는 이성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자기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것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극복해 나가고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반면에 열등한 자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남 탓을 할 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 또한 그러하다.
내가 살아온 삶을 보면 끊임없는 남 탓의 연속이었다.
중학교 때는 음악 미술 체육에서 평균 점수를 대폭 깎아먹는 바람에 순위권에서 번번히 밀렸는데, 나는 이를 항상 잘못된 교육정책과 여학생들의 존재 탓을 하며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이러한 나 또한 한 순간이나마 우월했던 적이 있다. 음악 미술 체육을 못하는 이유는 내가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인데, 이를 극복하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가, 유일하게 전교 5등을 함으로써 한 자리 석차를 달성했던 때였다.)
고등학교 때는 나의 수학 점수가 형편없는 것을, 수학 선생들이 그저 학원에서 돌고 도는 문제들만을 갖고 시험문제를 내는 탓으로 돌렸고, 나아가 입시제도 자체의 문제로 돌렸다.
대학교 때는 내가 친구를 못 사귀는 이유를, 주변 동기들이 그저 술이나 좋아하는 멍청한 인간들이라 맨날 술만 마시러 다니기 때문이라는 탓으로 돌렸다.
군대에서는, 나를 갈구는 수많은 못된 선임들의 존재와 괴롭힘을 그들이 쓰레기이기 때문인 탓으로 돌렸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는, 내가 취업이 안 되는 이유를 학교의 부실한 취업지원 프로그램과 심각한 경기 침체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사실은, 내가 음악 미술 체육을 선천적으로 못 하도록 타고났으면서 딱히 노력도 안 했기 때문에 점수가 낮은 것이고, 수학 점수를 올리려고 학원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고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노력했어야 하는 것이 맞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술도 같이 마시러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것이고, 군대에서는 후임이 눈치껏 빠릿하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고, 경기 침체라고 해도 잘난 놈은 취직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또한 나는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무엇이 닥치면 남 탓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남 탓을 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이는 내가 열등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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