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예약구매했던 소니캐스트 디락 이어폰을 오늘 수령해서 간단히 살펴봤다.


참고로 현재는 품절 상태이고, 5월 26일경 재입고한다고 한다.


자세한 측정치 등은 이미 여러 사이트와 블로그 등에 공개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전부 생략하도록 한다.







박스는 이렇게 생겼다. 상당히 단촐하다. 그 아래 사진은 이어폰을 제외한 나머지 모습인데, 보시다시피 1회용 포장을 채택하고 있어서, 패키징에는 따로 공을 들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이 박스를 그냥 본래 의도대로 갖다 버릴지 아님 보관할지 다소 고민했는데, 그냥 보관하기로 했다.)











(폰카 화질이 너무 안좋아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필자가 쓰는 폰이 갤포아라서 근접촬영시 초점을 전혀 못 잡고 여러모로 안습이다.)



세부 이어폰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보다시피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케이블 중간 분기점이 저런 식으로 단순히 수축튜브로 이루어져 있다. 그닥 신뢰가 되는 모습은 아니다. 플러그 쪽 케이블 연결부분도 수축튜브로 되어 있다. (심지어 절단도 대충 한 것인지 끝 부분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다.) 그리고 그것보다 좀 더 실망스러운건, 위와 같이 마이크 부분의 버튼이 "통화" 버튼 하나밖에 없다. 볼륨 조절 기능이 없다는 건 꽤 아쉬운 점이다.


이어팁은 평범하다. 최소한 쿼드비트3의 기본 이어팁보다는 훨씬 낫긴 하다. 단, 재질이 굉장히 먼지를 빨아들이는 재질이다. 이미 상자에서 개봉할 때부터 꽤 많은 먼지가 묻어 있었고, 잠깐 옷에 닿았다가 떨어지니까 진짜 수많은 먼지들이 묻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다음으로 이어폰을 들어볼 텐데, 그 전에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어폰의 노즐 부분을 보면 이어팁이 저런 식으로 삽입되어 있는데, 보다시피 뭔가 더 밀어넣고 싶게 생겼다. 그렇다고 밀어넣으면 안 되는데, 왜냐 하면 저 부분을 억지로 끝까지 밀어넣을 경우 이어팁의 끝 부분이 유닛에 걸치는 형태가 된다. 이렇게 할 경우 이어폰이 귀에 제대로 착용되지 않고, 자꾸 귓구멍 바깥으로 빠지게 된다. 당연히 차음성도 더 떨어지게 된다. 저걸 왜 저렇게 만들었는지 약간 이해가 안 되고 아쉬운 부분이다.




이어폰은 정착용도 가능하고 오버이어로도 착용이 무난히 가능한데, 개인적으로는 오버이어 착용의 경우 너무 귀찮아서 그냥 정착용을 더 선호한다. 착용감은 정말로 훌륭하다. 지금은 단종된 옛날 얼티밋이어 UE700 이어폰처럼 굉장히 유닛이 작고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없다. 특히 쿼드비트3 같은 경우 유닛이 워낙 커서 착용할 경우 유닛이 귓바퀴를 눌러서 통증을 유발하고 불편한데, 이 이어폰의 경우 절대 귓바퀴를 누르지 않고 압박감이 없다. 그냥 쏙 집어넣으면 끝이다. 그렇다고 ER4S 같은 이어폰처럼 깊게 착용해서 이물감을 유발하는 것도 아니다. 착용감은 정말 상당히 칭찬하고 싶다.


(단, 이어폰을 귀에서 제거할 때 압력 차이 때문에 고막이 상당히 아플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좀 얕게 착용하면 좀 좋아지지만 차음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터치노이즈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정착용으로 착용하더라도 별로 심하지 않다. 거의 얼굴에 스칠 때마다 엄청난 터노를 유발하는 쿼드비트3랑은 확실히 다르다. 케이블 자체가 꼬인선이고 별로 탱탱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소리는, 일단 저음이 너무 강하다. 거의 쿼드비트3 급이다. (측정치 상으로는 디락이 약간 더 적은데, 내가 현재 갖고 있는 쿼드비트3 AKG 에디션과 비교하면, AKG 에디션보다 저음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아쉬운데, 저중고음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다른 악기들은 다 제 자리에 있는데, 킥드럼만 비정상적으로 엄청 크게 들린다. 특히, 저음이 너무 강해서 음악을 듣고 나면 머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고, 심지어 약간의 두통마저 느껴진다. (관자놀이 쪽이 욱신거리는 느낌이다.)


(이 저음의 경우 약간 상쇄시킬 수 있는데, 얕게 착용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얕게 착용하면 머리를 울릴 정도로 심각하게 많은 저음의 양감이 좀 줄어들어서 그나마 좀 더 편하게 들린다. 단, 위에서 언급했듯이 차음성 또한 떨어진다.)


아웃도어에서는 외부 소음이 유입되어서 적당한 양이 될 지 모르겠으나, 인도어에서는 저음이 아무리 들어봐도 너무 강하다. 한 5dB 정도만이라도 낮았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저음이 너무 많아서 ER4P/S 등의 이어폰에 비해 보컬이 약간 묻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점은 쿼드비트3도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저음형 이어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마스킹이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다. 얕은 삽입시에는 그나마 좀 더 잘 들린다.


중음~중고음은 확실히 ER4S에 비하면 좀 덜 명료하다. 상당한 쳥량감을 원한다면 이 이어폰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착색이나 왜곡 등은 잘 느껴지지 않고, 상당히 깔끔하게 뽑아내는 편이다. 쿼드비트3와 비교하면, 상위호환급이다. 피아노 등의 소리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답답한 느낌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음은 굉장히 부드럽고 편하다. ER4S에 비하면 약간 양감이 덜한 느낌인데, 쿼드비트3와는 달리 경질적이거나 거슬리는 부분이 없고 ER4S처럼 깔끔하다. 초고역대까지 대역폭이 보장되기 때문에 소리가 상당히 자연스럽다. 얕은 착용을 할 경우 고음의 양감이 약간 더 많아지는 듯한 느낌인데, 깊게 착용할 때보다 하이헷의 찰랑이는 소리가 좀 더 경쾌하게 들린다.


해상력의 경우 저음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ER4S보다는 좀 떨어지는 듯 하지만, 최소한 쿼드비트3 이상급의 해상력은 보장해 준다. 얕은 착용의 경우, 쿼드비트3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포낙 이상급의 해상력을 보장해 주는 듯하다.




결론은, 다 좋은데 저음이 너무 강하다. 두통을 유발할 정도의 강한 저음이고, 이로 인해 보컬이 다소 묻히는 경향이 있고 해상력에서도 그만큼 손해를 보는 듯 하다. 이를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이어팁 끝까지 귓 속으로 밀어넣는 깊은 착용을 하는 대신에, 귀에 걸치는 느낌으로, 귓구멍이 딱 막힐 정도로만 이어팁을 삽입하는 얕은 착용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엔 이어팁 끝 부분이 약간 귀 밖으로 빠져나온다.) 유의할 점은, 얕은 착용을 할 경우 고음의 양감이 좀 더 많아지고, 외부 소음이 좀 더 잘 들리고, 얕게 착용한다고 저음이 확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머리를 울릴 정도" 에서 "그나마 좀 양호한 수준" 으로 낮아질 뿐임을 유의해야 한다.


저음만 좀 더 적게 나왔다면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지금 상태로도 결코 나쁜 이어폰은 아니다. 필자의 경우 이미 주력으로 ER4S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정도는 되지 못하지만, 최소한 서브로 사용하고 있는 쿼드비트3 AKG 에디션은 완벽하게 대체가 가능할 듯 하다. 참고용 레퍼런스로 사용중인 포낙과 비교해 봐도, 다소 중저음이 강조되어 있는 포낙에 비해 극저음까지 강조되어 있어서 소리가 좀 더 묵직하고, 중고음역대의 해상력 또한 좀 더 나은 듯한 느낌이다. (다만 착용감은 여전히 포낙이 더 좋다.)


실내에서 착용한다면 좀 얕게 착용하고, 실외에서 착용할 경우 좀 더 깊게 착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성비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면, 현재 배송비 포함 5만원인데, 객관적으로 보자면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쿼드비트3의 존재 때문에 약간 손해보는 측면이 있다. 쿼드비트3랑 비교하면 딱 돈값 정도 한다고 볼 수 있다. 쿼드비트3에 비해 좀 더 나은 중고음과 고음, 해상력, 그리고 훨씬 더(압도적으로) 나은 착용감과 적은 터치노이즈를 얻을 수 있는데, 그 정도에 약 3만원 이상을 더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돈값 한다고 본다.)


다만, 위에서 지적했듯이 그닥 믿음직스럽지 못한 중간분기점 등의 처리와, 통화 버튼밖에 없는 마이크(개인적으로는 볼륨 버튼도 없을 바에 차라리 마이크 빼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지를 엄청나게 빨아당기는 이어팁 재질 등은 아쉬운 부분이다. 차기작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고, 저음의 양감을 적절히 조절하여 밸런스를 더 맞춘 이어폰을 내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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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본질이 무엇인가?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베비메탈"을 논할 때 있어서는 그것은 바로 "귀여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귀여움이 아니라, 그들 특유의 반주 및 안무 노래 등과 섞여서 유일무이한 "카와이 메탈 아이돌"을 이룬다. 무엇이 그것을 만드는가? 얼굴?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한중일에서 베비메탈 멤버들만큼 생긴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다. 노래 실력? 춤? 마찬가지다. 단순히 요소만을 떼어내놓고 보면 "반드시 베비메탈이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가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베비메탈"을 만드는가? 사실 이는 매우 쉬운 문제이다. 즉, "그 모든 것"이 "베비메탈"을 만들고, 그들의 음악과 활동에 의의를 부여하고, 우리들(팬들)로 하여금 그들을 듣게(보게) 만든다.


필자는 일전에 베비메탈이 예술이라는 논지의 글을 쓴 바가 있다. 베비메탈이 왜 예술인가? 최소한 나 스스로의 기준에 따르면 왜 나는 그것을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간단한 문제이다. 그들의 음악 장르가 "모던 헤비니스"(뉴스쿨) 이라서도 아니고, "어린(이제는 솔직히 어리지도 않지만) 여자애들"이라서도 아니고, "웃겨서"도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이 모여서, 하나로 섞이며 승화되는 과정을 거쳐, "베비메탈"이라는 하나의 존재를 만든다. 베비메탈과 이 모든 것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그들의 춤, 노랫소리, 작곡가들의 작곡과 프로듀서들의 노력, 갓밴드의 연주, 심지어 의상과 메이크업 및 무대 세팅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우리가 좋아하고 우리가 보고자 하는 "베비메탈"을 이룬다. 이 모든 것들이 있어야만 비로소 "베비메탈"이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이들 요소들을 "베비메탈"이라는 덩어리에서 떼어 내서 각기 고립시키고 이를 재단하려는 일련의 시도들을 목격한다. 특히 불행하게도, 이러한 시도들은 종종 "음악적 나와바리"를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 뉴스쿨 밴드 일원 및 그 팬들에 의해서 종종 자행되곤 한다. 베비메탈 곡들 상당수의 음악적 성격이 그들의 음악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으므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나, 이는 근본적으로 베비메탈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는 불행한 사건이다. 이들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베비메탈이 더 이상 베비메탈이 아니게 되는 것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베비메탈"은 "베비메탈" 그 자체이다.


만약 이들의 악곡 장르를 모던 팝이나 기타 다른 것으로 바꾼다면? 당연히 그 순간부터 베비메탈은 베비메탈이 아니게 된다. 최소한, 기존에 우리가 알던 "그것"은 더 이상 될 수 없다. 만약 멤버를 세 명의 수염나고 근육이 우락부락한 아저씨로 바꾼다면?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춤을 눈뜨고는 봐줄 수 없는 형편없는 것으로 바꾼다면? 갓밴드의 멤버(또는 녹음 세션멤버)를 악기라고는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르는 허접을 데려다가 쓴다면? 다 마찬가지다. 어느 것 하나 불가분의 관계가 아닌 것이 없다.


필자는 최근, 일부 뉴스쿨 팬들에게서 "너는 대부분의 뉴스쿨 음악을 안 좋아하면서 왜 (대부분의 노래가 뉴스쿨인) 베비메탈은 좋아하냐? 모순 아니냐?" 라는 주장을 들은 바가 있다. 이러한 주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베비메탈이 도대체 무엇인지, 왜 사람들이 베비메탈을 듣는지, 왜 내가(그리고 팬들이) 이들을 좋아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이에 대해 누차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작성한다. 지금까지 글을 읽었다면, 위 주장은 단 한 문장으로 답변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다른 대부분의 뉴스쿨 밴드' 들은 '베비메탈'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다른 대부분의 밴드"들의 음악이 실상 베비메탈 곡들에 비해 형편없을 정도로 후지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지만, 그러한 점을 제외하더라도, 애초에 그들은 "아이돌"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그들은 전혀 귀엽지도 않을 뿐더러, 내가 게이가 아닌 이상 그들의 근육과 수염과 땀방울을 보면 그저 징그러울 뿐이다. 심지어 만에 하나 그들이 아이돌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무슨 아이돌이라면 무조건 환장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건 "베비메탈"이지 다른 아이돌 그룹이 아니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한때 베비메탈 아류로 등장해서 나치 완장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프리츠"또한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베비메탈"은 다른 무엇도 아닌 유일무이한 "베비메탈"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듣고, 보고 싶은 것은 바로 "베비메탈"이다. 그들을 다른 존재로 치환하거나, 혹은 그 세부 요소를 억지로 쪼개려고 하는 시도는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 이상으로 글을 끝마쳐도 아무 상관 없지만, 일부 사람들이 필자에 대해 한 가지 오해하고 있는 점이 있어서 굳이 첨언하고자 한다. 내가 이미 블로그에 수 차례 폭서식 이분법주의를 까는 내용을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본 필자가 (폭서의 에소테릭이 그러하듯이) 무조건 올드스쿨은 우월하고 뉴스쿨은 쓰레기라고 주장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실로 답답하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생각은, 한 마디로 내가 "병신"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다. 왜냐 하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저건 그냥 "병신"이기 때문이다.


뉴스쿨이 메탈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그 결과물이 좋으면 좋은거고 구리면 구린 것이며 이는 그냥 당연한 문제이다. 물론, 필자가 판단하기에 거의 대부분의 뉴스쿨 음악이 구린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애초에 올드스쿨 메탈이라도 사실은 상당수가 구리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거장 메탈코어 밴드 램옵갓(Lamb of God), 이들은 대표적인 뉴스쿨 밴드인데, (애초에 이들 음악이 좋기 때문이긴 하지만) 이들보다 한없이 구린 소위 "올드스쿨" 밴드들은 수도 없이 꼽을 수 있다. (솔직히, 그냥 "메탈리카"만 가져와도 된다.) 최근에 등장했고 필자가 다른 곳에서 입이 마르도록 칭송한 바 있는 양철 패러디 밴드인 아날 퓨네랄(Anal Funeral)도 마찬가지고, 몇 안 되는 양질의 국산 밴드 중 하나인 렘넌츠 옵 더 폴른(Remnants of the Fallen)도 마찬가지다. 누가 들어봐도 뉴스쿨인 밴드들인데, 제대로 만들어진 일부 밴드들을 제외하면 이들보다 못한 음악을 들려주는 올드스쿨 밴드들은 정말 많다. 당연하다. 올드스쿨이라는 건 그냥 장르를 말해줄 뿐이고, 그것이 그 음악의 수준을 보장해 주지는 못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드스쿨 메탈은 "이건 올드스쿨이니까 무조건" 좋고 반대로 뉴스쿨은 "이건 뉴스쿨이니까 무조건" 구리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그냥 "병신"이다. 그리고 아마 일부 사람들은 필자를 그러한 "병신"으로 만들지 못 해서 안달인 것 같다. 물론 나는 총체적으로 볼 때 병신이 맞긴 하지만, 최소한 저런 류의 병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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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tle Cry 라이브 앨범은, 주다스 프리스트의 15년 8월 1일 바켄 오픈 에어 메탈 페스티벌 당시의 공연 실황을 담은 라이브 앨범으로, 16년 3월에 발매되었으며 이 글을 쓰는 17년 3월 기준 최신의 라이브 앨범이다. 14년도에 신보 "Redeemer of Souls"를 발매한 이후 가진 월드투어에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15년 3월에 있었던 내한 공연이 생각나기도 하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CD+DVD 합본으로 발매되었는데, 이 글은 음원 CD를 기준으로 작성한다. 단, 개인적으로는 사실상 이 앨범의 진가는 DVD라고 보는데, 유튜브에 전곡이 올라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영상들은 "JudasPriestVEVO" 계정에 공개되어 있으므로 원하는 경우 감상이 가능하다.


우선 이 앨범이 굉장히 인상깊은 점은, 선곡이 그야말로 거의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14년도 신보에서는 자타공인 최고 명곡으로 꼽히는 초반 1~3번트랙 3곡만을 수록하고 있으며, 필자 주관적으로 JP 최고의 명곡으로 손꼽는 "Victim of Changes", "Beyond the Realms of Death", "The Sentinel", "Painkiller", "Halls of Valhalla" 의 5곡 중에 센티널을 제외한 나머지 4곡을 모두 수록하고 있다. 이 곡들 말고도 "Metal Gods"나 "Breaking the Law", "Electric Eye" 같은 대표 히트곡들도 수록하고 있으며, 특히 DVD와는 달리 CD 트랙의 경우 "Turbo Lover" 같은 수준 미달의 곡은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베스트 앨범이라고 봐도 될 정도이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곡들은 디스코그라피를 기준으로 몇 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Victim of Changes, Beyond the Realms of Death 같은 초기(70년대) 명곡들, 그리고 Metal Gods나 Breaking the Law, Hell Bent for Leather, Electric Eye, Screaming for Vengeance 등등의 80년대 히트곡들, 디펜더스 앨범의 초반 4트랙(Jawbreaker, The Sentinel 포함)이나 Ram It Down 앨범, Painkiller 앨범과 같은 강렬하고 헤비한 곡들, 그리고 나머지는 리퍼 오웬스 시절 앨범들과 헬포드 복귀 이후 앨범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 리퍼 시절 앨범과 헬포드 탈퇴/복귀 이후 앨범의 경우, 헬포드가 라이브에서 리퍼오웬스 시절의 곡을 부르는 경우는 (당연히) 거의 없고, Angel of Retribution 이나 Nostradamus 의 경우도 해당 앨범 발매기념 투어를 제외하면 거의 연주하지 않는다. 이 앨범 또한 마찬가지로 신보 Redeemer of Souls의 3곡을 제외하면 Painkiller 이후의 곡은 단 하나도 수록하고 있지 않은데, 개인적으로 그 3곡의 경우 거의 Painkiller 시절 JP 곡들과 맞먹는 명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앨범은 해당 곡이 수록된 라이브 앨범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나머지 곡의 경우 상술한 3개의 그룹에서 골고루 수록하고 있다. 특히 초기 명곡인 Victim of Changes와 Beyond the Realms of Death 두 곡을 모두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 하다. 물론 98 Live Meltdown이나 Live in London 같은 앨범이 있지만 이는 리퍼 오웬스 시절 라이브이고, Unleashed in the East 앨범에는 Victim of Changes만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곡의 연주나 보컬, 녹음 품질 및 마스터링을 보면, 말 그대로 거의 스튜디오 퀄리티이다. 라이브 녹음 이후 후보정이나 오버더빙 등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우리가 Unleashed in the East 앨범을 스튜디오 오버더빙 등의 여부와 상관 없이 명반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들리는 음악 자체이다.) 연주는 그야말로 거의 완벽한데다 실수를 찾아보기 매우 힘들고, 헬포드의 보컬은 몇몇 곡에서 원곡의 키보다 낮춰 부르기는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완벽하게 부르는데다, 심지어 낮춰 부르는 그 곡들조차 중저음의 "메탈 간지"를 느끼게 할 정도로 엄청나다. 전체적으로 들어 보면 관객의 함성소리 같은 것이 상당히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듣기에 따라서는 무슨 스튜디오 앨범의 샘플링 효과음 수준으로 들릴 정도이다. 이로 인해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데, 라이브의 현장감이 약간 적게 느껴지는 대신에 음악 자체는 더 깔끔하게 잘 들리므로 일장일단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을 단순히 "스튜디오 재녹음"이나 "단순 재현" 수준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헬포드의 보컬은 상황에 따라 스튜디오 앨범과는 다른 맛으로 전개됨으로써 라이브의 맛을 가미하는데다, 특히 기타 솔로의 경우 몇몇 곡에서 더욱 확장되고 약간의 즉흥성이 더해져서 라이브 특유의 묘미를 살린다. 이는 Victim of Changes나 Beyond of the Realms of Death 같은 곡에서 살펴볼 수 있고, You've Got Another Thing Comin' 후반부의 긴 솔로연주 부분 또한 마찬가지다. K. K. Downing 탈퇴 이후에 새로 들어온 기타리스트 Richie Faulkner의 연주와 솔로는 일부 우려와는 달리 K. K. 다우닝 못지 않게 충실하고 스피디하고 강렬하며, 소위 "회춘"한 이후의 헬포드의 보컬은 80년대 라이브 앨범과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전체적인 연주가 매우 훌륭하고 깔끔한 마스터링으로 인해 굉장히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상당한 퀄리티의 라이브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앨범이 단점이 아예 없는 앨범은 아니다. 우선 아쉬운 점으로는 상술했다시피 셋리스트에 The Sentinel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인데, 다만 이 곡의 경우 내한공연도 그렇고 현재 라이브에서 웬만해서는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이기도 하므로 이해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일부 곡에서 보컬이 100% 완벽하지 않은데, Redeemer of Souls 같은 곡이 그러하다. (관점에 따라서는 마지막 앵콜곡인 Painkiller도 그렇게 느낄 수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Jawbreaker 이후 후반부가 약간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라이브 자체는 별 문제가 없지만, 이후 이어지는 다섯 곡이 전부 80년대의 대중적인 곡이라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제외하면 웬만해서는 단점을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이미 많은 스튜디오 앨범이 존재하고 라이브 앨범도 많은데, 굳이 이 앨범을 들을 가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 라고 대답하고 싶다. 상술했다시피 14년도 신보의 명곡들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Victim of Changes와 Beyond of the Realms of Death를 모두 수록하고 있기도 하고, JP-헬포드 재결합 이후 완벽하게 부활한 주다스 프리스트의 상징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는 헬포드의 안좋은 목 상태라던지 신보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 등으로 인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면, 14년도의 Redeemer of Souls와 이어지는 이 앨범은 그간의 부진을 모두 날려버리는, "Metal Gods"의 귀환을 알리는 명반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앨범을 들으면서, 결성 이후 4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열정을 다해 라이브를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의 노장 밴드들이 대부분 죽을 쑤고 있을 때, 메가데스와 더불어 이들 주다스 프리스트는 전성기 시절에 버금가는 신보를 내 놓고, 훌륭한 퀄리티의 라이브 연주를 선사하기까지 했다. 이 앨범은, 누가 진정한 헤비메탈의 제왕이자 본좌인지, 누가 메탈의 신인지를 우리 메탈헤드들에게 다시금 공언하고 확신시키는 앨범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메탈이 무엇이냐" 라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이들의 앨범을 꺼내서 들려줄 수 있는, 그러한 앨범이다.


나의 영원한 우상(아이돌)이자 수많은 메탈헤드들의 영원한 우상인 주다스 프리스트를 다시금 경배하며, 이렇게 훌륭한 라이브를 들려줌으로써 나로 하여금 이 글을 쓸 수 있게 해준 그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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