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노벨

공카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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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검토 없이 생각나는 대로 쭉 쓴 글입니다. 이상하거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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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지루하다는 점입니다.


1. 내용이 너무 지나치게 늘어지는 감이 있고

2.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으며(설명 후술)

3. 문체가(서술 방식이) 불친절합니다.


일단 1번과 3번이 시너지를 일으켜서 뒤로 갈수록 점점 지루해지고 대체 언제 끝나나 따분해하면서 넘기게 되더군요. 근데 그렇다고 빠르게 읽고 지나갈 수도 없는데, 그 이유는 2번과 3번 때문입니다. 2번은 좀 있다가 설명하고, 3번은 말하자면 작가님이 본인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독자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고 글을 쓴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내부 심리묘사에서, 이러한 부분 때문에 전체 내용을(올클하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독자로서는 얘가 뭔 소리를 하는 건지 공감이 되지 않고 계속 백로그를 뒤적거리게 됩니다.


(3번을 살짝 보충설명하면, 올클하고 난 이후 전체를 조명했을 경우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부분 부분들도, 이를 모르고 해당 부분만을 플레이할 경우 얘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고, 앞에서 했던 말을 번복하는 것 같은 부분도 있고, 원하는게 뭔지 정확하게 이해가 안 될 때도 많습니다.)


이는 1번과 시너지를 일으키게 되는데, 1번의 가장 큰 원인은 호흡조절, 즉 긴장-이완의 조절과 전체 구조배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테일즈샵에서 이게 가장 잘 된게 죽별넋이라고 보는데, 의도적으로 상당 부분 생략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전체 구조가 타이트하고 특히 기승전결 구조 상의 긴장-이완조절과 전체 길이배치가 잘 되어 있어서, 독자가 딴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고 작품 세계관에 깊숙히 빠져들게 됩니다. 반면에 이 작품은 맥거핀적 요소가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불친절한 문체와 늘어지는 내용 때문에 제대로 빠져들지 못하고 지루함을 느끼게 되더군요. 이 부분이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차라리 엔딩 1, 2가 제일 나았습니다.


(엔딩 1은 내용이 제대로 전개가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빨리 끝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2번의 경우 차라리 원래 작품 길이가 이 정도였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되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몰입을 가장 방해했던 것은 2번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작품은 SF가 아니라 일종의 판타지, 또는 SF적 소재 일부를 차용한 판타지입니다. SF와 판타지, 호러 장르의 구분에 대해 배운 분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텐데,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SF는 "자연법칙을 확장"시키고, 판타지는 "자연법칙을 일시정지" 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소재는 일견(웬만한 SF물에 비교하더라도)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증강현실 기술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발전하고 있는 마당에, 이 작품과 같은 세계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 작품은 자연법칙을 확장하는 쪽이 아니라 일시정지시키는 쪽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한 마디로 전체 사건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에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고, 논리/이성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좀 쉽게 비유하자면, SF적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 그 주제가 기술이나 과학과는 동떨어진 신(초자연적인 존재) 또는 신학에 기반을 두고 영적 세계에 대해 논하는 내용인 작품을 상상해 본다면 대충 비슷할 겁니다.


작품의 핵심인 맹인병에 대한 설정 자체가 완전히 논리의 영역 바깥에 존재합니다. 마치 방인아의 인어와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 전에 이미 이 "홀로그램"이라는 존재 자체가, 우리가 알고 있는 "홀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어떤 것이라는 점부터가 문제이긴 합니다. 홀로그램에 부딪혀서 육체적 상처를 입는 것부터 이미 과학적 영역을 벗어나 있습니다. 여기서 이 작품을 SF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혼란을 겪기 시작합니다. 애초에 판타지였다면 작가 마음대로 설정을 잡아도 별 문제가 없지만, 도입부에서부터 뭔가 "현실로 가능할 법한" SF적인 특성을 보여주던 작품이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이미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맹인병이라는 게 홀로그램의 존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니만큼, 위와 같이 홀로그램이라는 개념이 현실의 과학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있는 이상 이를 우리의 경험칙에 기대어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 또한 당연히 실패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여기서 위에서 언급한 3번의 문제가 다시 등장합니다. 맹인병이 무엇인지, 그로 인해 주인공과 히로인이 무슨 상황에 놓여 있고 어떤 심리상태에 놓여 있는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내용은 계속 전개됩니다. 결국 독자는 SF 작품을 감상하듯이 내용을 이해하려고 했던 시도를 후회하며, 방인아식 판타지 작품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바꾸고 감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방인아식 판타지라 함은 최소한 인어가 무엇이고 지금 주인공 남녀가 무슨 상황에 놓여 있는지, 작가가 준비한 판타지 세계관을 독자가 이해할 수 있게 제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것도 아니고, 마치 기술지향적 정통 SF작품처럼 불친절합니다. 자세한 내막, 자세한 세계관은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데, 이를 독자의 머릿속으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들이 대체 왜 (육체적) 상처를 입는지, 왜 기억을 잃게 되는지, 왜 선글라스는 안 보이는지 등등에 대해 명쾌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작품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SF적 소재를 차용할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판타지라면, 모든 소재와 설정을 작가 마음대로 지어내도 상관이 없습니다. 방인아의 인어가 안데르센 동화에서 다루고 있는 인어와 다르더라도, 죽별넋의 네메시스가 타 작품의 네메시스와 다르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SF적 내용을 갖다 썼을 경우, 그 내용이나 소재는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 하고, 현실 논리로 이해/설명 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 죽별넋에 등장하는 핵무기와 반물질 폭탄이, 현실에서 과학 기술을 통해 구현 또는 구상 가능한 내용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를 읽는 독자로서는 필연적으로 혼동이 일어나고, 몰입이 방해되고, 세계관의 방관자적 존재로 머무를 수밖에 없도록 강제됩니다. 벗어나고 싶으면, 뭔가 다른 신개념을 지어내서 써먹어야 맞습니다.


한 마디로, 애초에 홀로그램이 아닌 다른 무언가였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라는 말입니다. 죽별넋처럼 그냥 배경만 미래인 판타지 작품이었다면 애초에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비현실적이고 비과학적 비논리적인 유실이의 존재와 능력에 대해 태클을 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냥 작가 맘이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은 뭔가 과학적인 어떠한 개념을 써먹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애초에 홀로그램이 보인다고 거기에 부딪쳐서 다치는 것부터 말이 안 되고, 심지어 후천적 맹인은 보이지도 않는 홀로그램에 부딪쳐서 다친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맹인의 존재를 알게 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이를 기억에서 지우게 된다니, 최소한 작중 등장인물들이 현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SF란 주제로 사용할 때도, 소재로 차용할 때도 써먹기 굉장히 어렵고 힘든 요소입니다. 이는 그것이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자연법칙의 확장) 따라서 제대로 현실 논리와 과학/기술적 이론을 따라야 하며, "작가 편의주의"적 설정을 집어넣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판타지, 즉 "현실에서 벗어나"있는 개념이어야 합니다.(자연법칙의 일시정지)


이 작품에서는 일견 전자를 다루는 듯 하면서 후자를 다룰 때의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작품의 핵심설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들고, 이로 인해 작품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습니다.


사실 머리를 비우고 감상한다면, 뭐가 어떻든 간에 "아 그렇구나" "음 그런가보다" 하고 대충 넘기면서 감상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도 이 작품은 별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와 내적 갈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제대로 감상하는 것이 불가능한 작품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읽고 넘어가면 대충 줄거리만 파악할 뿐이고 정작 알맹이는 다 버리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중반부 이후부터 몰입이 불가능해서 계속 방관자적 자세로 감상할 수밖에 없었고, 독자 편의적이지 못한 서술 방식으로 인해 계속 덜커덕거리는 느낌을 받았으며, 여기에 더해 늘어지는 내용으로 인해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지루해지고 대체 언제 끝나는지 기다리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소재가 꽤 괜찮아서 전반부만 하더라도 꽤 고평가하면서 감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아쉬위지더군요.


일러는(특히 이벤트CG) 굉장히 맘에 들었습니다. CV는 여주 초현의 경우 매우 자연스러움에 비해, 의사 유진은 목소리 톤은 좋은데 발성이 너무 단어마다 딱딱 끊어지더군요. 좀 더 단어마다 힘을 빼고 살짝 귀찮은 듯한, 그러면서 능글맞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좀 더 어울렸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음악은 배경음악은 좋은데 엔딩곡은 그냥 그렇더군요.


참고로 아르베도 스페라와 비교하면, 전개 부분에 있어서는 후반부 급전개+뜬금포 인류스케일만 제외하면 아르베도 스페라가 전체 기승전결 배치와 완급조절 및 길이배치 등에 있어서 훨씬 낫고(단, 2회차 강제 부분은 심각한 단점입니다), 설정 부분에 있어서도 애초에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전자 승화 같은 판타지적 요소를 차용함으로써,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나름 자세히 설명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이 들도록 해놨기 때문에 본 작품의 홀로그램/맹인 등보다 좀 더 제대로 된 이해와 몰입이 가능했고, 서술 방식은 애초에 전통적인 방식인 스토리 전개 및 대화 위주로 내용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종합 재미는 전반부는 본작이 압도적으로 훨씬 낫고, 후반부는 비슷하거나 아르베도 스페라가 약간 더 나은 것 같습니다.




* 개인적인 테샵(오리지날) 작품 선호도: 죽별넋>>>>>>>>>>>(넘사벽)>>>>>>>>방인아>니그레도>포춘하모니>무인세계>미래세계>미래여친>아르베도>데드엔드>>>>>>>>>>>>>(넘사벽)>(넘사벽)>(넘사벽)>>>>>>>>>>>>>>>>>>>>>>>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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