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살아있다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들어와서 오랜만에 로그인을 하고 오랜만에 글을 남겨 본다.
난 몇년전에 어느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지금은 적당히 돈을 벌며 살고 있다.
여전히 여친같은건 사귄 적이 없고 사귈 수도 없고 30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모쏠아다로 살고 있지만
인생에 이루고 싶은 목표도 없고, 뭘 하고 싶은지도 이제는 모르겠고,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살아있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그냥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사실 그거면 된 게 아닐까? 인간이란 종종 자기 자신이 특수하고, 특별한 가치를 가진 존재라고 착각하며 산다.
개인의 존재는, 그 개개인에게 있어서, 전부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우리는 내가 아닌 남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던가?
아마 아닐 것이다. 누구든지, 그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는 결국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를 가득 담은 나 자신은, 그로 인해 남의 존재와 그 가치를 그와 같이 수용할 수 없다.
무슨 말이냐면, 그 누구든지, 타인에겐 그저 NPC 1 같은 존재일 뿐이라는 말이다.
난 NPC다. 그러나 그게 뭐 어쨌는가?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충분히 긴 삶을 살아오면서, 그 수많은 고뇌의 밤과 괴로운 낮을 거치면서,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지만
여전히 나는 내 인생의 가치를, 내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게 무슨 흠결인가?
인간은, 존재는 그저 존재하는 것이다. 신이 없음을 확신하는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란, 모든 존재에겐 그 존재를 뛰어넘는 형이상학적인 가치란 부여되어 있지 않다.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그 스스로일 뿐이며, 그것은 결코 현세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아니고, 결국 망상과도 같다.
가치란 인간이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인간이 소멸하는 순간 같이 사라질 망상같은 것.
결국 인간도 망상이고, 삶도 망상이다.
망상에서 깨어날 때까지 그 망상을 그저 바라보며 즐기면 되는 것이다.
불행한 사람들은, 그 망상이 고통으로 가득 차서 이를 즐기는 것보다 깨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최소한,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고, 그거면 충분하다.
어찌보면 난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아주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요즈음 잠이 들 때면, 내 인생은 정말 쓰레기처럼 무의미한 실패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그냥 그거면 된 거 같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보니 수많은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그 중 상당수는 내가 옛날에 썼던 노라조 비판글에 대한 악플이었다.
사실 그 글은 잘못된 글이다. 그런 글을 남기면 안 되었던 것이다.
나에겐 노라조를 비판할 어떠한 자격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한때 그 글이 옳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날 욕할 사람들은 언제든지 와서 욕하라는 의미에서 그 글을 지우지 않고 있었으나
어느 날 확인해 보니, 구글에서 무슨 키워드로 검색하다 보면 내 그 글이 상위에 떠 있는 걸 봤다.
타인에게 많이 읽히라는 뜻에서 남겨놓은 글이 아닌데, 나도 모르는 새에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둘 바에, 그냥 비공개 처리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잊어먹는 바람에 블로그에 접속하는 것을 깜박했다.
오늘 들어온 김에 비공개 처리하도록 하겠다.
내 현재 주요 관심사는 VR이다.
취직하고 나서 돈이 생기다 보니 고사양 컴퓨터를 맞추게 됐고, 게임을 하다 보니 VR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퀘스트1과 리프트S를 시작으로 입문을 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이 블로그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미래에 이 글을 읽을 나는 무슨 관심사를 갖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별로 알고 싶지는 않다.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 조차 두렵다. 그냥 과거는 과거로, 오늘은 오늘로, 미래는 미래로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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