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글들은 가독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문열같은 책을 읽으면서 지적 허영심과 의미없는 만연체 등을 익히고, 그로 인해 글을 좆같이 길게 늘여쓰는 법을 터득했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중고등학교 때에는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 뭘 쓰라고 할때 보통 글자 수나 원고지 쪽 수로 세기 때문에, 글을 길게 늘여쓰면 같은 주제와 내용을 갖고도 친구들보다 훨씬 길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심각한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글이란, 같은 내용을 다룰 경우 최대한 간결하고 짧고 정확하게 작성하는 글이 좋은 글이다. 또한 그렇게 써야 가독성이 뛰어난 글이 된다.
나처럼 좆같이 늘여쓰는 글은, 딱 봐도 읽기가 싫게 생겼다. 일단 문장 자체가 더러울 뿐더러, 딱 봐도 좆같이 길이가 긴 것이 글을 클릭하자마자 스크롤을 내리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근데 문제는,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고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말이 좀 많은 편이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잡생각도 많고, 이를 굳이 밖으로 표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똑같은 리뷰를 쓰더라도 남들보다 더 길게 쓰게 된다.
물론 쓸데없는 부분은 과감히 자르는 것이 좋은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쉬운 부분이 아니다. 따라서 요즘에는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과연 리뷰 같은걸 쓸 때 어느 정도의 길이로 써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부분을 필수적으로 다루고 어느 부분을 날려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 고민이 된다.
요즘에는, 앨범에 대한 소개나 감상 후기 등을 작성할 때, 굳이 모든 곡 하나하나를 자세히 다뤄야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한다. 우선, 일단 귓구멍이 있는 이상 누구나 들어보면 그 음악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 하는 부분은 다 알 수 있다. 예컨대 독후감을 쓴다고 보면, 책의 내용 같은건 읽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므로 이를 일일히 쓰는 것은 별로 좋은 독후감이 아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짧게만 쓴다면, 읽는 사람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이 된다. 내가 메킹의 코멘트 제도를 싫어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데, 짤막한 코멘트 정도로는 제대로 된 음악 소개나 감상평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더러운 문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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