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항상 도피하며 살아 왔는가

나의 꿈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고등학교 올라와서 수학 성적에 좌절하고 방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나의 꿈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 전까지는 확고했다. 과학자가 되어서 연구원에 들어가서 인류에 도움이 되는 과학적 성과를 거두고 싶었다. 그러한 꿈이 좌절되고 나서, 나는 수리 나형을 응시하고 대충 성적 맞춰서 허접스런 학교의 허접스런 학과에 들어가서 대충 허접스럽게 시키는 공부나 하며 살아 왔다.

 

나는, 대학교 1학년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 것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러나 나는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고, 군대 문제라는 것이 남아 있었기에, 일단 군대에 들어가서 군대 문제도 해결하고 제대하기 전까지 진로 문제도 고민해서 나오기로 했다.

 

그러나 군대에서 2년을 낭비하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진로에 대해서 어떠한 작은 결론조차 내리지 못하고 그대로 제대하고 말았다. 나는 한때 공무원을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훌륭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나의 감정은 일종의 본능 차원에서 그것을 거부했다. 나중에는, “공무원은 합격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지만, 들어가고 나서도 연봉은 쥐꼬리만큼 밖에 못 벌고 승진조차 한참 걸린다”라는 사실을 핑계로 대면서 공무원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러한 결론을 내리고 나니 어느덧 4학년이 되어 있었고, 주변의 동기들은 다들 지방공무원 준비나 법원공무원, 혹은 경간부 시험 등을 준비하기 위해 떠나 있었고, 취직을 목표로 준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솔직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심지어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렇게 또 시간을 낭비하다 여름방학쯤 되고 나서부터 비로소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어떤 종류의 회사에 들어가서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싶은 건가? 이에 대한 해답은 아직도 전혀 알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뭘 하고 싶은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아마 이것은, 애초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 없었기 아닐까 생각한다.

 

군대 이후, 나의 인생의 목적은 단 하나가 되었다. 내가 병신임을 인지하고, 이 세상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잉여라는 점을 자각하고 나서, 나는 “나 혼자만이라도 즐겁게 살자” 라고 결론을 지었다. 어떻게 즐겁게 살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예술에서 찾았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헤비메탈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 비록 음악 이론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고 악기도 다룰 줄 모르지만,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예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음악만 듣고 있는다고 밥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신보를 갖다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먹고 살 돈이 필요하다. 나는 그러한 돈을, 내 능력껏 취직해서 벌어서 쓰기로 결론지었다. 즉 나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취직하는 것이고, 그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먹고 살면서 예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함이다.

 

결국, 나는 솔직히 말해서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이다. 뭔가 생산적인 목표가 전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소비”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 취직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 지 마땅한 목표나 야망이 없다. 면접에서 많이 떨어졌던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도피해 왔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두렵고 힘들어서, 계속 하기 싫다는 마음으로 도피해 온 것일지 모른다. 그럼으로써 인생의 목표를 잃고 하고 싶은 것 하나 없이 그저 대충 되는 대로 살자고 생각하며 살아 온 것인지 모른다.

 

나는 인생의 목적을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했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그리 힘이 들지 않는다. 이러한 것을 통해 개인적인 성취를 달성할 거리 또한 많지 않다. 나는 이를 통해, 진로를 정하고 꿈을 정하고 목표를 위해 나아가고자 하는 그 어렵고 힘든 과정에서 도피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심지어, 나는 지금도 이러한 글이나 쓰면서 도피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뭔가 생산적이고 쓸모 있는 고민과 행동을 해야 할 지금 이 시기에, 컴퓨터나 붙잡고 별 도움 안 되는 글이나 쓰면서 도피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직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사회에 나가서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뭔가 하고 싶은 것도, 목표도 전혀 없는 나의 정신연령은 아직도 어린애에 머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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