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멍청하다.

이 사실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나는 한자 2급을 따기 위해 공부할 때 도저히 글자가 외워지지 않아서 미친듯이 고생하다 결국 포기했고(책을 놓는 순간 외웠던 것이 싹 잊혀진다)

 

영어 단어도 도저히 외워지지 않고, 수학도 존나 못하다 못해 중학생 수준도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나 자신이 종종 까먹고 착각한다는 것이 문제다.

 

학교 성적이 좀 높다고 해서, 그리고 주위에서 자꾸 "머리 좋다" 라는 (입에 발린)소리들을 해서 나 스스로가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 학교는 성적 인플레가 심해서 오히려 성적이 낮다는 건 심각하게 불성실하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나는 5학기 연속 학기 우등생에 성적 장학금을 수령하고 단과대 수석을 한 적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평상시에 공부를 전혀 한 적이 없다. 중간기말 각 2주씩 벼락치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 정도로 우리 학교 시험이라는 게 허접하고, 다른 인간들이 공부를 안 한다는 뜻이다.

 

인서울 학교 중 쩌리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학교의 학생 수준이라는 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3, 4학년 전공심화 과목은 (올해부터 바꼈지만 난 올해 졸업이라 해당X) 무려 40%가 A이고 그 중 절반이 A+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점이 4.0이 안 넘는다는 거 자체가 병신인 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 중에 4.0 안되는 인간들은 얼마나 쳐 놀러 다니고 시험기간에 공부도 안 하고 과제도 안 하고 결석을 밥먹듯이 했다는건지... 반성들좀 해라)

 

여튼 그러하기 때문에, 학교 성적이 높다는 건 그저 평균 정도 한다는 말이지, 내가 결코 뛰어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기업 인적성시험을 봤다 하면 떨어지는 허접에 불과하다.

그러나 가끔 나는,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내 자신이 존나 대단하다고 착각하고 싶은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존나 내세울 만한 게 하나도 없는 병신에 불과한데, 이러한 사실을 항상 자각하고 있으면 존나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도피하고 싶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도피한다는 사실 자체가 내가 그만큼 씹병신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그렇다. 난 머리가 아주 멍청하며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고 대학 4년간 허송세월을, 아니 중학교 졸업한 이후부터 약 10년간 허송세월을 보낸 쓰레기에 불과하다.

 

이러한 내게 여러 가지 기대를 갖는 부모님이나 일가친척 들의 시선 자체가 괴롭다.

 

요즈음은 이렇게 생각한다. 난 그저 병신에 맞게 병신같은 인생이나 살면서 찌끄레기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

 

어차피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궁극적으로 아무런 차이도 없다. 나는 그저 여기에 랜덤하게 발생해서 랜덤하게 사라지는 아무 의미 없는 화학물질 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그러한 착각을 하면서, 내가 뭔가 대단한 걸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나는 그저 빨리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나에게나 주변에게나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사라질 수는 없기 때문에, 그저 찌끄레기에 맞는 위치에서 찌끄레기 역할을 채우며 의미 없는 존재의 시간을 때우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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