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몽에 대한 이야기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각몽을 매우 자주 꿨다.


사실 내가 겪는 모든 꿈은 마음만 먹으면 자각몽 상태로 도달할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어느 순간부터 꿈과 현실을 분리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꿈을 꿀 때는 매우 현실감이 있고 그것이 마치 진짜인 것 처럼 느껴지지만, 머릿속의 논리회로에서는 모순을 감지한다.


바로 이 현실세계와 괴리된 모순이 자각몽 현상을 만든다.


근데 사실 난 평상시에는 별로 자각몽 상태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자각몽으로 들어가기 아주 좋은 때는, 주로 낮잠을 잘 때이다.


또한 적절히 피곤할 때 자각몽 상태에 쉽게 진입이 가능하다.


사실 낮잠을 잔다는 게 저 "적절히 피곤한 상태"를 잘 만들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적절히 피곤하다는 게 뭔 말이냐면, 너무 피곤하면 보통 꿈을 아예 안 꾸고(아니면 기억을 못 하던가) 별로 안 피곤하면 꿈이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난 사실 주로 자각몽을 꾸게 되는 계기가, 예쁜 여자가 나타나거나 (-_-;;) 꿈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계속 그 경과를 보고 싶을 때이다.


그렇게 되면, 앞서 말햇듯이 내가 항상 무의식적으로 꿈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자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이건 꿈이며 현실과 다르며 눈을 뜨는 순간 사라질 것이라는 걸, 그리고 이 꿈 속에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인지한다.


즉 의식의 표면에서 그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자각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의식적으로 꿈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도 가능하다.


즉 누가 일부러 깨우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 꿈을 존속시키기 위해 계속 자는 상태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또한, 한번 잠에서 깼다가도 곧바로 다시 잠들 경우, 이전에 꾸던 꿈을 계속 연속해서 이어갈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건 깨어 있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아서, 꿈으로 인한 뇌의 활동이 완전히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략 한밤중 기준으로 5분~15분 내에 다시 잠들면 가능하다.)


참고로 꿈을 연속해서 꾸는 것은 자각몽 상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이 때 이어서 꾸게 되는 두번째 꿈은 자각몽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나 스스로 자각몽을 별로 꾸고 싶지 않거나, 혹은 자각몽을 어떻게 꾸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것의 부작용은, 꿈에서 깨어났을 경우 매우 피곤하며 녹초같은 기분이 드는 상태가 된다. 쉽게 말해, 가위눌리다가 깨어난 것과 비슷한 상황에 도달한다. 물론 이것은 꿈을 아주 오래, 그리고 열심히 꿨을 때의 이야기이다. 자각몽이라고 하더라도 잠깐씩만 꿨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사실 자각몽을 처음 겪었을 때, 그게 자각몽이라는 것도 몰랐고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아마 기억나는 최초의 자각몽은 6~7살 때였던 거 같다. 나 스스로 이게 꿈이라는 걸 자각하고, 꿈에 등장한 내 옆에 있는 친구에게 "이건 꿈이야. 현실이 아니야. 잠에서 깨고 나면 없어지는 거야"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에도 계속 꿈 속에서 각종 모험을 하다가, 오늘 낮잠을 잘 때도 또 자각몽 상태로 들어가 여러 가지 일들을 겪고 나서 글을 써 본다.


참고로 사춘기 때와 그 직후에는 거의 모든 자각몽이 여자와 관련되어 있었다..(지금도 완전히 아니라고는 못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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