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소테릭의 글들 중에 현상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판단한 글의 대표적인 예

필자는 최근에 에소테릭을 까는 듯한 글을 많이 썼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에소테릭을 까는 것이 아니라 그가 쓴 글들 중 몇 가지 궤변이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에소테릭의 글들 중에는 상당히 합리적이며 타당하고 예리한 글들이 많은데, 이 글은 그 중 아주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글이다.

 

http://cafe.daum.net/extrememetal/BBpz/135

 

이 글은 도덕의 형이상학적 진실성에 대한 진지한 의문을 던지며, 특히 오늘날의 예컨대 "천부인권" 같은, 신본주의가 아닌 인본주의와 합리적 철학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시대상에 걸맞지 않는 의문스러운 개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사실 이 글은 익스트림 메탈과 도덕주의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함인데, 그것을 위해서 위와 같은 사실을 지적했던 것이다. 글의 나머지 부분에 이어지는 익스트림 메탈에 관한 부분은 어찌보면 당연할 정도로 맞는 말이므로 한 번쯤 읽어보면 되고, 댓글에서의 "촌철살인" 수준의 면도날처럼 섬뜩하고도 예리한, 현상에 관한 적시에 대해 한 마디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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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하란 말은 아니다"가 "살인을 반대한다"는 아니죠. 그냥 '살인' 자체를 보면 찬성도 안하고 반대도 안합니다.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찬성도 안하고 반대도 안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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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마치 서사적 구조를 지닌 명곡에서 탁월한 리프 한 개가 적시적소에 배치되어 강렬한 효과를 내며 스스로 지존임을 선언하는 듯한 문장이다.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 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생각해도 이보다 달리 도덕 판단의 원인이 되는 "자연 현상" 에 대해 더 정확히 비유할 수 없을 듯 하다. 그렇다. "자연 현상" 이다.

 

범죄학을 배우면 범죄라는 게 자연 현상과 같이 지극히 당연하며 자연스러운 순리와 같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더 나아가, 비단 범죄뿐만 아니라 인간사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당연하며 자연스러운 현상들이다. 여기서 "자연스럽다" 에 "좋다 나쁘다" 와 같은 가치판단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듯 하다.

 

이러한 사실은 옛날 사람들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성리학을 비롯한 동양 철학에서 내려오는 기본사상인 "천인합일" 또한 마찬가지로, 인간의 기본 이치(理)는 사물의 이치와 다름이 없으며 천지만물의 이치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이를 망각하는 면이 많은 듯 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위와 같은 문장은 그야말로 핵심을 파고든다고 할 수 있다.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 그야말로 명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에소테릭을 찬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