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서에서 보면 까일만한거 하나 쓴다

전에 에소테릭이랑 채팅하면서 한번 말한건데, 아직도 생각이 바뀌지 않은 부분이다

에소테릭은(솔까 폭서 다른 회원들 대다수는 내가 보기엔 그냥 올드스쿨이 좋아서 듣는거지 에소테릭 같은 철학적 사명감에 사로잡힌 건 아닌듯) 소위 절대적 객관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에 의하면 가치라는 건 절대적이고 객관적이며 개개인의 판단은 중요하지 않고(난 여기서부터 존나 의문이지만 넘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음악을 순위에 따라 일렬로 세우는 것이 가능함.

그리고 전에 보면 음악을 적게 듣고 높은 기준을 세우라면서 음악 자체를 즐기기 위해 듣는걸 폴스하다고 까고 예술적 감상의 자세를 역설한 바 있지

그런데 그렇다면, 그 "가장 좋은"음악 말고 다른 건 아예 들을 필요도 없음.

가장 좋은 음악을 찾기 위해 듣는거면 모르겠는데, 간단히 말해서 캐즘의 the mission이 있는 이상 entering a superior dimention은 물론이고 traveling through chaos같은 것도 들을 필요 없고, the mission이 procession to the infraworld보다 좋다는 게 정해졌다면 역시 후자는 들을 필요가 없음. 왜? 전자가 객관적으로 순위가 앞에 있고, 음감은 예술적 자세로 해야 하니까.

이건 마치, 예컨대 전교1등만이 장학금 탈 수 있으면 2등은 못 타는것과 다를 바가 없음. 말했듯이 음악의 예술성이라는 게 성적 나오는 것처럼 딱딱 떨어진다고 보니까.

근데 아무도 안 그러거든? 그때 에소테릭은 나보고(내가 음악과 음식에 대한 비유를 드니까 그에 맞춰서) 피자의 영양가와 가격 등이 파스타보다 더 좋다고 가정했을때 피자만 맨날 먹지 않고 파스타도 먹는 게 더 낫지 않냐는 둥의 말을 했는데, 이건 여러가지 이유로 완전 말이 안됨.

그렇게 단순히 "질리니까" 다른 걸 듣는다는 건 바로 에소테릭이 폴스하다고 정의내린, 음악을 즐기기 위해 듣는 행위와 진배없고, 자기 주장에 맞추려면 차라리 한달 후에 듣는 한이 있더라도 그 "가장 좋은" 음악만 예술적 신념으로 감상해야 함. 여기에 감히 2등따위가 끼어드는 건 존나 폴스한거지.

또, 아마 저런 비유를 들었던 이유가 사실 개인이 누리는 "문화적 풍요"(그니까 내가 3류소설만 읽는것보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을 때 문화적 수준이 풍부해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임) 때문이었던 거 같은데, 바로 여기서 패착이 드러남.

만약 예술성이 1렬로 세워진다면, 1등이 있는 자리에 2등을 끼워놓았다고 결코(양이 늘어나는 거 말고) 좋아지지 않음. 100점만 있으면 평균이 100점인데, 98점 붙여놓으면 그 순간 99점으로 평균이 내려가버림. 즉 질적으로 하향되어버린 걸 알 수 있음. 그러므로 에소테릭의 주장에 맞추려면 무조건 1등만을 들어야 함.

여기에 에소테릭이 문화적 풍요를 생각했다면, 결국 음악을 1렬로 세울 수 없다는 걸 무의식중에 인정했다고 볼 수 밖에 없음. 즉 각각의 음악이 주는 예술적 가치는 다양한 면이 존재하고, the mission만 들었을 때 보다 traveling through chaos도 듣고 심지어 다른 데스메탈 밴드 음악도 들었을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임.

그렇다면 결국 예술성은 1렬로 세울 수 없다는 말임. 전에 폭서에서 블랙메탈 설문조사했을 때 누가 상위권 밴드들이 전부 비슷해서 놀랐을 때 에소테릭이 "이정도로는 아직 멀었다. 모든 회원이 똑같은 순위를 매겨야 이상적이다" 라고 한 건 잘못되었다는 말임. 백번 양보해서 종합점수를 매길 수는 있다고 쳐도, 세부사항에서는 어느 곡은 이 부분에서 다른 곡보다 낫고(뭐가 나은지는 논외로 하고) 다른 곡은 저 부분에서 나을 수 있다는 말이 됨.

이 점에서 절대적 객관주의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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