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상당히 기대되는 한국의 신인 정통 파워메탈 밴드, Maverick (Kor) - Enigma

(모종의 이유로 재업로드함)


https://soundcloud.com/kormaverick

 

본 밴드는(이하 "매버릭") 이 글을 쓰고 있는 7월 15일 현재까지 아직 앨범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본래 5월 중 EP 앨범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계속 미뤄지고 있는 중인데, 현재 본 필자가 알기로는 유일한 멤버인 밴드 리더 "강우빈"이 올해 안에 입대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올해 안에는 나오리라고 예상된다. 정식 멤버를 갖춘 정규 앨범은 제대 후인 2년 이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강우빈은 원래 부산의 헤비/파워메탈 밴드 "라그리마(Lagrima)"(폭서나 메갤 등에서 유명한 드러머 "라스"(RaaS)가 활동하고 있는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나, 도중에 탈퇴하고 본인의 밴드를 따로 설립했다. 라그리마에서 탈퇴한 이유는 개인 사정 때문이라고 라그리마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와 있다.(참고로, 이와 별개로 라그리마는 올해 9월 1집 발매를 앞두고 있다.)

 

본인에 따르면 이번에 발매될 매버릭 EP의 타이틀은 "Enigma", 즉 "수수께끼"라는 뜻의 제목으로, 타이틀 트랙 또한 동명의 "수수께끼"라는 곡이다. 이를 포함해서 총 5곡이 수록된다고 하는데, 현재 녹음을 마치고 믹싱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앨범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해서,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올라와 있는 5개의 곡, 즉 "수수께끼", "날개", "라일락", "죄와 벌", "봄"을 토대로 간단히 소개글을 써보기로 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라온 곡들에서 키보드 라인이 보컬 라인이다.)

 

* 내용추가: 멤버 본인에 따르면 위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올라온 곡들 중에서 "죄와 벌"은 이번 앨범에 수록되지 않고, 새로 작곡한 발라드 한 곡이 따로 수록된다고 한다. 해당 곡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고, 본 필자는 그 소식을 접하기 전에 이미 "죄와 벌"을 넣어서 글을 썼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일단 그대로 "죄와 벌"을 넣기로 한다.

 

매버릭은 우리나라에 그 수가 상당히 드문 정통 파워메탈 스타일을 바탕으로, 여기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힌 세련된 스타일을 들려주고 있는 밴드이다. 어느 스타일 딱 하나로 고정된 것은 아니고 현재 발표된 5곡 모두 개성이 강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데, 대곡 지향적이고 블랙메탈과 같은 익스트림 쪽에서의 작법의 느낌도 다소 존재하는 어둡고 장엄한 "죄와 벌" 부터, "날개"나 "봄", "라일락"과 같이 거의 모던 파워메탈적인 화려한 멜로디에 화이트칼라 USPM스러운 정밀한 리프가 특징인 곡들, 그리고 이들보다 다소 어둡고 진중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수수께끼"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스타일을 들려주고 있다.

 

본 필자가 생각하는 정통 파워메탈과 모던 파워메탈을 가르는 몇 가지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멜로디를 사용하는 방식인데, 모던 파워메탈은 옛날 파워메탈들에 비해 좀 더 멜로디가 화려하고 다채롭고, 특히 보다 "밝은" 느낌이 강한 경우가 많고, 멜로디 자체가 듣기 쉽도록 강조된다는 느낌이 많다. 반대로 옛날 정통 파워메탈은 멜로디가 절제되거나(정통 헤비메탈 스타일), 혹은 매우 듣기 힘들게 되어 있고(예: Fates Warning) 멜로디 자체가 화려하게 강조되는 느낌이 덜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필자가 전에 소개한 "Stormforge"의 경우 전체적으로 모던스러운 멜로디를 구사하고 있다면, 매버릭은 대체적으로 멜로디가 강조될 때는 모던 스타일스럽게 화려하고 다채롭게 등장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상당히 절제되어 있는 정통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데, 그러한 점에서 "가장 세련되고 화려한 올드스쿨 파워메탈" 또는 "가장 올드스쿨적인 멜스메"라고 부를 수 있는 Stormforge와는 달리, "모던 밴드들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서 낡은 느낌을 없앤, 좀 더 현대적인 정통 파워메탈" 정도로 부를 수 있다.

 

매버릭의 곡 전반을 살펴보면 "놀고 있는 파트 또는 비어 있는 부분이 없다" 라는 점을 느낄 수가 있는데, 거의 대부분에 걸쳐 기타 두대와 보컬이 서로 다른 멜로디들을 대위하면서 굉장히 꽉 찬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베이스나 드럼 같은 경우 크게 부각되지는 않지만 딱히 흠 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적절하게 쓰이면서 기타와 보컬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그 위에서 기타 두 대가 거의 전반에 걸쳐 서로 다른 라인으로 화음을 넣거나 각기 다른 두 개의 리프가 대위를 이루면서 보컬 라인이 있을 때는 이에 맞춰 진행되고, 보컬이 없는 부분에서는 강하게 부각되는 화려한 멜로디를 쌓아올리면서 곡들을 멜로디로 꽉꽉 채우고 있다.

 

매버릭의 곡들 중 가장 먼저 발표된 곡은 "죄와 벌"과 "봄"이라는 곡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이들 곡은 밴드 리더 강우빈이 라그리마에 재적할 당시에 발표됐던 곡으로, 각각 초기 버전과 최종 버전이 올라와 있는데 앨범에는 최종 버전이 수록될 것으로 보이므로 최종 버전을 기준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봄"을 보면, 나중에 나올 "라일락", "날개" 등의 곡들처럼 화려한 멜로디를 구사하는 리프들을 들려주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는 절제되어 있는 멜로디 진행을 보여주는 곡이다. 이 곡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잘 만든 멜로디컬한 정통 파워메탈의 교과서"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흠 잡을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꽉 찬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다.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곡인데, 쉽게 말해서 "대충 만든 부분이 단 한 부분도 없다" 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 필자를 포함한 많은 국내 리스너들을 강한 기대감 속에 몰아넣은  깔끔하고도 멋진 곡이다.

 

곡은 첫 부분부터 매우 화려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인트로 리프를 여과 없이 쏟아붓고 있는데, 보컬 라인 또한 초반에 매우 빨리 등장하면서 전체적으로 볼 때 쉴 틈이 없도록 몰아치는 강렬한 분위기를 구사하고 있다. 첫번째 절-후렴 부분이 끝날 때 등장하는 인트로 리프가 변형된 화려한 리프와(이 부분은 후반부에서도 약간의 변형을 거쳐 또 쓰이는데, 전반부와 후반부를 연결하면서 균형감을 줌과 동시에 감정을 고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두번째 보컬 파트 종료 이후 등장하는, 스피디하고 점차 고조되면서 곡을 전환점으로 이끄는 기타 솔로 부분도 중요한 부분이다. 중후반의 비교적 느린 보컬 멜로디가 바탕이 되는 새로운 파트를 거쳐 인트로-메인리프로, 그리고 그대로 후렴구와 클라이막스로 이어지는 깔끔하고 직선적인 전개도 눈여겨볼 만 한데, 이 후반부는 일반적인 절-후렴 반복구조가 아니라 곡의 직진성을 강화하여 좀 더 앞으로 질주하는 느낌을 내고 있다.

 

전형적인 절후렴 반복구성에서 탈피하여 초반부터 후반에 이르기까지 직선적이면서도 깔끔하게 논리적으로 질주하는 곡 진행 방식과, 불안한 구조가 되지 않기 위해 적절하게 반복되는 주요 리프들을 통한 안정적인 구조와 클라이막스를 이끄는 매우 스피디하고 인상적인 화려한 멜로디를 바탕으로 하는 매우 강렬하고 화려한 명곡이라고 할 수 있다.

 

"죄와 벌"의 경우 다른 곡에 비해 가장 이질적인 곡이다. 11분에 달하는 대곡이면서 느릿느릿한 미드템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등장하는 불안한 느낌을 조성하는 멜로디에 이어 등장하는 트레몰로 리프는 이 곡이 전반적으로 블랙메탈과 같은 익스트림 쪽의 작법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블랙큰드 파워메탈"이라고 불리는 것 같다. 꽤 많은 리프들이 등장하는데, 대체적으로 멜로디컬하지 않고 불안함과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하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멜로디 리프들은 그와 달리 에픽-멜로디컬 블랙메탈 밴드들의 그것과도 같은 비극적이면서도 장엄하고 웅장한 감정을 고조시키고, 보컬 멜로디 라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곡 구조는 꽤 복잡한데, 대체적으로 초반-중반-후반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곡의 분위기 진행에 따라 그런 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초반부에 등장한 주제들은 중반부에서 일부분 그대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새로운 파트로 변형되어 곡의 자연스러운 분위기 전환을 이끌고, 후반부에서는 다시 전반부의 라인들을 반복하는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물론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아니고, 특히 극후반부는(초반 트레몰로 리프 반복 이전까지) 전반부 클라이막스를 변형한 독자적인 파트를 이루고 있다. 느리고 장엄한 곡의 주제와 어울리는 진행 방식인데, 들어보면 알다시피 일반적인 파워메탈의 구조가 아니라 블랙메탈에서나 볼 수 있는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곡은 처음 들었을 당시 종잡을 수 없는 이상한 곡이었는데, 완성본을 다시 들어본 결과 매우 훌륭한, 그리고 독창적인 "어둡고 무거운 파워메탈"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Domine" 1집 "Champion Eternal"이 데스메탈스러운 파워메탈이라면 이 곡은 블랙메탈스러운 파워메탈인데, 그 성격상 마치 Domine 1집의 "Army of the Dead"와 견줄 수 있을 법한 훌륭한 익스트림적인 파워메탈이다(주의: 두 곡이 비슷하다는 것이 아니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불안하면서도 장엄한 트레몰로 리프들과 멜로디컬 리프, 그리고 시종일관 진중한 보컬 라인과 맞물려서 상당히 거대하면서도, 비대하지 않고 깔끔한 진행방식이 돋보이는 상당한 수준의 명곡이다.

 

"라일락"은 필자가 생각하는 본 앨범 최고의 파워메탈 곡으로("죄와 벌"은 다소 이질적이므로 제외), 당사자 언급에 따르면 "웨딩피치" 한국판 오프닝 곡의 오마쥬 같은 곡이라고 하는데(해당 곡은 본인이 이미 블로그에 언급해 놓았다. http://weirdsoup.tistory.com/324 참조) 필자 감상에 따르면 그것보다 훨씬 뛰어난 명곡이라고 할 수 있다. "날개"와 함께 가장 모던한 접근을 하고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봄"과 같은 곡에 비해서도 멜로디가 더 화려하게 부각되고 밝은 느낌을 주면서도, 상당히 짜임새 있는 구조를 통해 저급하지 않고 진지하게 표현하고 있다.

 

웨딩피치 오프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보여지는(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훌륭한) 비장한 느낌의 매우 멜로디컬한 오프닝을(메인 보컬 멜로디와 흡사한 조용한 기타 연주를 거쳐서 보컬과 함께 배경에 깔리는 기타리프, 그리고 점점 높은 음으로 고조되는 보컬 멜로디를 거쳐 마침내 폭발하는 듯한 메인 리프가 등장하는 부분은, 실로 전형적이고 모범적이면서도 확실하고 훌륭한 에픽 인트로이다.) 지나면 메인 절이 시작되는데, 보컬 멜로디 파트는 유치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상당히 멜로디컬한 것이 마치 Stormforge가 보여줬던 캐치한 멜로디 메이킹에서 좀더 스피드를 줄이고 진지하게 무거운 방식으로 진화한 것 같이 느껴진다.(한 마디로, 묘하게 만화 주제가 같은 느낌이다. 별로 유치하지 않은 주제가들을 생각하면 된다.)

 

리프 자체는 "봄"에 비해 좀더 모범적(=덜 화려하고 보다 일반적)으로, 기타 리프들이 겹치는 대위적인 부분이 덜 하고 좀 더 직선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으면서 한편 좀 더 멜로디컬한 진행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곡의 무게가 리프보다 보컬 쪽으로 옮겨진 듯한 느낌인데, 마치 멜스메의 그것처럼 힘빠진 대중적인 방식이라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기타리프의 백킹을 바탕으로 보컬이 화려한 에픽 멜로디를 구사하여 좀 더 비장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면서도 폭발해야 할 부분에서는 "봄"과 마찬가지로 확실하게 폭발하는데, 특히 그 백미를 장식하는 것이 바로 곡의 클라이막스를 구현하는 부분인 약 4분 24초 이후의 에픽-멜로디컬 리프 부분이다. 전반부에 비슷한 방식으로 등장했던 멜로디가 좀더 화려하게 극적으로 변형된 화려한 기타 멜로디는, 직전까지 기타 솔로와 보컬 진행을 거쳐 고조된 감정을 극적으로 폭발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곡의 진행논리상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부분으로,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모범적이면서도 훌륭한 에픽 클라이막스를 구성하고 있다.

 

곡의 구조는 "봄"에 비해서 보다 일반적인 절-후렴 반복구조를 갖추고 있는데(크게 차이는 안 나지만 좀 더 반복적임), 완전히 일반적인 절후렴 구조라기보다는 곡의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다. 기타 리프 또한 인트로 리프의 반복적인 사용 등 일반적인 진행을 통해 안정감을 갖추고 있고, 기타 솔로 또한 "봄"처럼 화려하기보다는 길이도 좀 더 짧고, 그 자체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긴장의 압축 및 해소를 위해(즉 앞뒤를 연결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구조 상으로 보면 직선적인 추진력보다는 반복을 통한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5분여의 짧은 길이 속에 진지하게 시작하는 인트로에서부터 극적으로 폭발하는 클라이막스까지의 에픽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매우 모범적으로 훌륭한 에픽 파워메탈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봄"과 "라일락" 두 곡을 듣다 보면 중간에 다소 비슷한 부분이(리프) 하나 등장한다. 심지어(혹은 당연하게도) 역할 또한 비슷하다. 굳이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고 직접 들어보길 바란다. 사실 두 곡의 곡 구조 또한 다르면서도 묘하게 비슷한 면이 존재한다.)

 

"날개"는 분위기상 "라일락"과 비슷한데, 그보다는 인트로 진행이라든지 전체적으로 장엄한 에픽성은 덜 하지만 보컬 멜로디가 좀더 애상적이고 대중적으로써 더 귀에 잘 들리고, 메인 리프 또한(인트로도 마찬가지) 상당히 멜로디컬한 곡으로써 아마 많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멜로디로만 따지면 가장 모던하고 화려한 느낌의 곡으로, 중간에 등장하는 기타 솔로 또한 "라일락"보다는 "봄"과 비슷하게 화려하면서도 "라일락" 전체 부분보다도 훨씬 애상적으로 멜로디컬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그 자체로써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곡은 길이가 제일 짧은 곡으로써,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진행을 들려주는데, 일반적이라고 해서 나쁘다기 보다는 오히려 그로 인해 곡의 멜로디가 좀 더 확실하게 부각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짧은 길이 속에 멜로디를 쏟아붓는 듯한 느낌으로 진행되는데, 대중적이면서 듣기 좋고 감상적인 보컬 멜로디와 스피디하고 화려한 리프, 어렵지 않고 일반적인 곡 구성 등으로 인해 일반 정통 파워메탈 리스너들 뿐만 아니라 유러피안 파워메탈(멜스메) 리스너들도 상당 부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곡이다.

 

"수수께끼"의 경우 "날개"나 "봄", "라일락" 같은 곡들보다는 살짝 난해하고 듣기 어려울 수 있는 곡이다. 이 곡은 보다 덜 화려하고, 보다 더 무겁고 진지한 곡인데, 인트로부터가 상당히 난해하고 기이한 멜로디를 들려주고(특히 다른 곡들에서 그닥 부각되지 않던 베이스가 상당히 무겁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메인 리프 또한 그리 일반적이지 않은 멜로디 진행을 들려준다. 마치 "수수께끼"라는 제목에 부합하는 듯한데, 인트로 자체의 길이부터 상당히 길어서 5분짜리 곡의 전반 1분이 전부 인트로 부분이다. (리프 몇 개가 변형-반복하면서 진행하는데, 문제는 이 부분의 진행이 이윽고 등장하는 보컬 멜로디를 이해하는데 그닥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다소 불친절하고 다소 난해한 느낌을 형성한다.)

 

보컬 멜로디 또한 묘하게 비틀어진 느낌을 형성한다. 특히 대략 3분 30초 이후의 보컬 부분은 굉장히 난해한 메인 리프와 기이한 보컬 멜로디가 겹쳐서 상당히 비틀린 느낌을 형성하는 것을 알 수 있고, 보컬 파트 자체 또한 일반적인 절후렴 구조 반복을 통한 감정의 해소 방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절후렴 자체의 변형도 그렇지만, 그러한 절후렴 자체가 일반적인 "감정의 고양-해소"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곡이다.

 

전체적으로 보컬을 포함한 리프 몇개들이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난해하게 방황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수수께끼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논리적으로 보자면 다소 의아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파워메탈보다는 오히려 일부분 프로그레시브 메탈적인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주의: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 면에서 볼 때 Psychotic Waltz처럼 허를 찌르는 진행과 혼돈 속의 완벽한 질서를 묘사하기보다는 그저 "방황" 자체에 무게가 실린, 깔끔하지 못한 전개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살짝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비틀린 멜로디와 무거운 진행이 주는, 마치 고뇌하는 듯한 진중한 분위기는 상당히 일품으로, 다른 곡들에 비해 명확한 개성을 갖는 한편 분위기를 전환시키기도 하는 곡이라고 볼 수 있다.

 

매버릭의 첫번째 EP, Enigma가 발매되기 전에 미리 공개된 데모 곡들을 바탕으로 가볍게 살펴봤다. 사실 지금 공개된 곡들이 지금 구조 그대로 앨범에 실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앨범이 실제로 나오게 되면 완성본과 지금 데모 버전을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여하튼 데모 버전들을 바탕으로 살펴보자면, 매버릭은 정통 파워메탈 스타일을 바탕으로 상당히 현대적인 감각의 멜로디 메이킹을 선보이는 인상적인 신인 밴드로써, 얼마 안 되는 한국의 정통 파워메탈 밴드들의 명맥을 이어 가면서 더욱 발전된 곡들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가 매우 큰 신인 밴드이다.

 

다만 이번에 나올 앨범에 대해서는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밴드가 적절한 메탈 보컬을 구하지 못해서 기존에 R&B쪽 음악을 하던 보컬을 섭외해서 녹음하게 된 부분이 그러하다. 현재 타이틀 곡인 "수수께끼"의 보컬 트랙을 입혀 놓은 버전이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되어 있는데, 이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보컬의 수준 자체는 괜찮은 편이긴 한데 파워메탈 장르에는 그닥 어울린다고 보기가 힘들다. 매버릭의 곡 스타일을 보면 좀 더 내지르는, 금속성의 음색과 큰 성량을 바탕으로 하는 보컬이 어울릴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러한 보컬을 구하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다. 본인의 말에 의하면 제대 이후에는 적절한 메탈 보컬과 함께 정규 앨범을 작업하고 싶다고 하는데, 나중에 나올 정규 앨범의 경우에는 금속성의 강력한 보이스를 바탕으로 하는 보컬과 함께 녹음했으면 싶다.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