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인 파워메탈 밴드 Maverick - Enigma (EP) 앨범 간단후기

본 필자는 며칠 전에, 계속 발매가 연기되는 매버릭의 앨범을 기다리다 못한 나머지 데모 곡들을 갖고 프리뷰를 쓴 적이 있다. (http://weirdsoup.tistory.com/344)

 

저 글을 올리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드디어 매버릭의 첫 앨범인 Enigma가 온라인을 통해 발매되었다. 본 앨범의 MP3 다운로드는 밴드캠프를 통해 구매할 수 있으며(https://kormaverick.bandcamp.com/album/enigma), 앨범 전곡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으므로 들어볼 수 있다.

 

 

프리뷰 버전에서 참고했던 사운드클라우드 데모 버전과 본 정식 앨범과의 차이점은, 우선 보컬을 비롯한 대부분의 연주를 실제 악기와 목소리로 녹음했다는 점, 그리고 가상악기가 아닌 실제 연주를 하다 보니 이에 맞춰서 소소하게 변한 부분이 약간 있다는 점과,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곡인 "자화상"이라는 신곡이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기존 발표되었던 곡들 자체는, 비록 약간 소소하게 변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해도 데모 버전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실상 이번 후기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그닥 더하거나 뺄 만한 말이 없다. 한 가지 짚어볼 만한 부분은 기타 솔로에 관한 부분으로, 본 앨범을 녹음한 강우빈 스스로가 치기 힘든 부분이 있을 경우 어쩔 수 없이 수정을 거치거나 하는 바람에 원곡에 존재하던 화려한 기타 솔로들도 약간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는데, "날개"의 기타 솔로만은 본 앨범을 통틀어서 최고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는 퀄리티를 뽑아 주었다. 그 이유는, "날개"의 경우 현 엘파트론(El Patron)의 기타리스트 각민(Min Pin)님이 세션으로 기타 솔로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곡들도 전부 각민님이 기타 솔로를 해 주었다면, 약간은 더 상승한 퀄리티의 앨범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본 앨범의 작곡적인 부분은 상술했다시피 데모 버전과 큰 차이는 없지만, 데모 버전은 가상악기를 사용했음에 비해 본 앨범은 (드럼 제외) 실제 악기를 사용했다는 점으로 인해 느낌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점이 존재한다. 특히, 데모 버전에서는 보컬이 없이 키보드 사운드가 보컬 멜로디를 대신했지만 본 정식 앨범에서는 실제 보컬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이 꼭 좋은 변화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데, 오히려 이 점 때문에 데모 버전에 비해 다소 아쉬운 점이 꽤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아쉬운 점은, 이미 다른 많은 사람들도 지적한 바 대로 보컬의 문제인데, 본 밴드를 하고 있는 강우빈이 조만간 군대를 가야 하는 사정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적합한 보컬을 섭외하는데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지인을 급하게 섭외해서 녹음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보컬은 메탈 보컬이 아니기 때문에, 앨범에 전반적으로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큰 결점이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들어봤을 때, 이미 공개되었던 "수수께끼"의 보컬 버전도 마찬가지였지만, "봄"이나 "라일락" 등의 곡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컬이 곡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날개"나 "자화상" 같은 경우 멜로디가 약간 애상적이고 좀 덜 날카롭기 때문에 그나마 어느 정도 소화하고 있지만 그것도 아주 훌륭하다고는 볼 수 없고, 상술한 "봄"이나 "라일락" 같은 경우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보컬의 실력 문제는 잘 모르겠지만, 그 이전에 스타일 자체가 본 앨범과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태생적인 한계가 느껴진다. 본래 이 앨범에 잘 맞는 보컬이라면 날카로운 금속성의 사운드와 강한 성량을 바탕으로 강하게 내지르는 보컬 스타일이어야 하는데, 이 보컬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안타깝다. 만약 본 앨범과 잘 맞는 보컬과 함께 작업을 했다면 훨씬 더 나은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컬이 아닌 다른 파트는 괜찮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미 상술한 기타 솔로 부분의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실제 악기 사용에 따른 문제점이 존재하는데, 기타 실력 문제라기보다는 셀프 프로덕션 인디밴드 특유의 한계에 가까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믹싱에 있어서 굉장한 한계가 느껴지는데, 전에 소개했던 메싸드-쉭겐 스플릿에서의 쉭겐(Skyggen) 파트에서 기타 소리가 뭉개졌던 문제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메싸드(현 메리디에스, Meridies)의 경우는 실용음악과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인디밴드 치고 굉장한 수준의 프로덕션을 들려준다. 쉭겐이든 매버릭이든, 메싸드 정도 수준의 프로덕션이었다면 훨씬 더 나은 사운드를 들려줄 수도 있었을 지 모른다.)

 

우선 기타 소리가 뭉개지지는 않지만 데모 버전에 비하면 그닥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다는 느낌이 없이 약간 산만하고 어색하다. 본 필자는 사운드 엔지니어 공부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지만,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은 누구나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상악기와는 달리 딱딱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실제 연주 소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애초에 기본 리프 연주의 경우 "연주 실력"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기 때문에 믹싱상의 문제로 보인다. 기타 소리가 좌우에서 섞여 들어온다던가 하는 부분도 데모 버전이나 여타 프로 밴드들에 비해서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다만 기타 사운드와 관련된 부분은 음악 감상을 방해할 정도로 큰 결점은 아닌데, 드럼 사운드 부분은 다소 납득하기 힘들다. 본 필자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드럼의 경우 가상악기를 사용한 것이 맞다고 하는데, 문제는 드럼 소리가 굉장히 뭉개진다. 특히 하이헷은 데모 버전에 비해서 감상을 방해할 정도로 심하게 경질이고 타격감도 상당히 안 좋다.(그 와중에 킥드럼 소리는 또 커서 굉장히 이상하다.) 이러한 소리가 상술한 기타 사운드와 맞물려서 굉장히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을 조성하는데, 실로 실망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실제로, 본 앨범의 믹싱까지 혼자서 전부 담당했던 강우빈의 경우 종종 게시판 등에서 믹싱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는데, 열악한 인디밴드의 상황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할 지경이었다.

 

참고로, 보컬 파트 부분도 만약 믹싱이 제대로 되었다면 좀 더 "들을 만한" 사운드가 될 수도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예컨대 "라일락" 같은 곡을 들어보면 중간에 보컬 소리가 겹치는 부분 등에서 굉장한 어색함을 느낄 수 있는데, 실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들 때문에, 솔직히 음악 감상 측면에 있어서는 데모 곡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된다. 차라리 웬만한 부분은 그냥 가상악기로 처리했으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데모 버전에서는 파트가 제대로 어울리지 않고 어색하다거나 하는 부분은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점을 고려하더라도 본 앨범은 매우 훌륭한 앨범임이 틀림없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믹싱이 아니라 작곡이고, 이미 전에 쓴 프리뷰에서와 같이 본 앨범의 작곡상의 우월함은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보컬의 문제점은 나중에라도 메탈 보컬을 따로 구해서 다시 녹음할 수도 있는 부분이고, 프로덕션의 경우는 쉭겐과 마찬가지로 다소 거슬리긴 하지만 "에이 못들어먹겠다!"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참고 듣는다면 무리는 없다.

 

또한 연주 면에서 볼 때 데모 버전에 비해서 장점도 존재하는데, 데모 버전의 가상악기가 얼마나 좋은 걸 썼는지는 알 수 없어도, 최소 기타 사운드에서의 헤비함은 본 앨범의 실제 연주 버전이 더 낫다. 데모 버전은 소리가 너무 딱딱 떨어지기도 하지만 사운드 자체도 너무 깔끔해서 덜 헤비한 면이 있다. (물론, 이 부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데모 버전이 더 낫다. 상술한 믹싱의 문제라던지 드럼의 문제, 그리고 "봄" 같은 곡의 기타 솔로 부분을 간과하기 힘들다.)

 

글을 접기 전에, 이번에 새로 추가되었기 때문에 전에 쓴 프리뷰에서는 언급이 되지 않았던 "자화상"이라는 곡을 언급하도록 한다. 이 곡은 상당한 수준의 미드템포 파워발라드로, 파워풀하다기보다는 조용하면서도 애절한 보컬 라인을 들려주는 곡이기 때문에 본 앨범의 보컬의 경우도 어느 정도 어울리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곡이다. 특히 "수수께끼"와 함께 보컬 파트의 비(非) 순환구조를 갖추고 있는 곡인데, 보컬 파트를 보면 인트로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차근차근 발전하면서 진행되어 나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인트로부터 기타 솔로 부분까지 차근차근 진행되어 나가다가 기타 솔로를 통해 감정을 폭발시키고, 이후에 새로운 보컬 절을 통해 이러한 긴장을 지속시키다가, 후반부에 보컬의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전반부에 한번 등장했던 애상적인 멜로디의 기타 사운드가 울부짖는 마무리는 상당히 멋있고 비장하고 에픽적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본 앨범에서 가장 잘 된 곡이 바로 "날개"와 "자화상" 두 곡이라고 생각된다. 이 두 곡의 경우 보컬로 인한 문제점이 다른 곡들에 비해 적게 느껴지기도 하고, 데모 버전에 비해 "기대 이상" 의 사운드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특히 신곡 "자화상"은 기대한 만큼의 매우 높은 퀄리티를 들려주는 좋은 곡이다.) 개인적으로 라일락은 기대에 못 미쳐서 살짝 실망스러웠다.

 

본 앨범을 마지막으로 매버릭의 유일한 멤버이자 리더이자 송라이터인 강우빈은 군 복무를 하기 위해 떠날 것이다. 2년 후에 본 밴드 프로젝트가 계속 존속하여 활동하게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이번에 발표한 본 앨범이 매버릭에게 있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의미 있는 앨범이 되었기를 한 명의 팬으로서 바라는 바이다. 비록 믹싱상의 아쉬운 점이나 보컬 상의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이미 매버릭은 그 작곡을 통해 (비좁은) 한국 파워메탈계를 통틀어서도 상당한 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 내었다. 언제가 될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있을 차기 프로젝트에서는 음악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며, 열악한 상황에서도 훌륭한 결과물을 내 준 매버릭에게 경외와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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