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하게 저평가받은 대표적인 메탈 앨범들

사실 쭉 살펴보면, 저평가받은 앨범들 중에 실제로는 엄청난 명반인데 아무도 안 알아주는 바람에 병신 취급받는 앨범은 극히 드물다. 물론 반대로, 고평가받은 앨범들 중에 실제로는 예술을 모독하는 개 똥반인 경우도 극히 드물다. 다만, 개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팬들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거나, 혹은 다른 앨범들 사이에 묻히거나 다른 명반의 후광에 가려진 바람에, 기타 음악 외적인 요소 때문에 실제로는 평반 이상~수작임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를 받게 된 앨범들이 존재하는데, 그러한 앨범들 중에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번호는 임의로 붙인 것이며 순서는 전혀 상관없음)

 

 

1. Metallica - St. Anger

 

 

메탈계에서 "똥반"을 상징하는 아주 대표적인 앨범일 것이다. 예전에 메탈 킹덤에서 평균 점수 제한(평반의 기준이 70점이므로, 자신이 코멘트한 앨범 점수들의 평균 또한 70~80 정도로 맞춰야 했던 적이 있었음)이 있었던 때에, 40점 투척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던 비운의 앨범이기도 하다. (부끄럽게도 필자 본인 또한 그랬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몇몇 사람들은 의문을 품기도 했다. 과연 이 앨범이 똥반을 상징할 정도로 그렇게까지 구리디 구린 앨범인가? 아마 위의 동영상을 제작한 사람들도, 그런 의문을 갖고 살펴본 결과 실제로는 꽤 들을만한 앨범이기 때문에 재녹음을 하기로 결정했을 지 모른다.

 

필자는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이 앨범에 최하점을 투척하는 사람들 중에, 과연 몇 몇이나 이 앨범을 "제대로" 들어 봤을까? 만약 제대로 듣고 제대로 평가를 내렸다면, 이 앨범이 빵점짜리 똥반의 상징이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파악했을 것이다. 물론 이 앨범이 엄청난 명반이라고는 말 못하지만, 적어도 이 세상에 이보다 못한 쓰레기같은 앨범들은 진짜 널리고 널렸다.

 

필자는 이 앨범을, 최소한 평반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깡통 스네어 소리에 대해 지적하고 불만을 표했는데, 사실 그보다 음질이 형편없는 밴드도 많고, 솔직히 적응하기만 하면 크게 문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럼때문에 영 못 듣겠다 하는 사람들은, 위의 팬 제작 재녹음 버전을 들어보면 된다. 웃기게도, 많은 사람들이 저걸 들어보고 "St. Anger도 실제로는 들을만 하구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앨범의 진짜 문제는, 중간에 심어진 수많은 무의미한 필러(Filler)들이다. 리프의 수준으로 보나, 훅(Hook)의 수준을 보나, 음악적 완성도로 보나 Frantic이나 St. Anger같은 트랙에 비해 심각하게 떨어지고, 그야말로 시간 채우기 이외에는 도저히 가치를 알 수가 없는 지루한 트랙들이다. 필자도 이 앨범을 아무리 좋게 봐 주려고 해도 그런 필러들까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트랙들을 제외하면, 이 앨범은 꽤 들을만 하다.

 

최소한, 판테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을 싫어할 이유가 별로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앨범은 최소한 Thrash Metal로 봐 주기에는 꽤 무리가 있지만, 뉴스쿨 그루브 메탈 정도로 봐주기에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판테라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St. Anger 같은 트랙은 충분히 좋게 들었다.

 

 

 

2. Judas Priest - Nostradamus

 

 

대표적으로 지루한 앨범으로 꼽히는, 주다스 프리스트의 대표적인 실패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앨범이다. 그렇다. 솔직히 말해서, 지루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앨범은 필요 이상으로 길고, 게다가 2CD로 이루어져 있는 바람에 한번 완주하려면 꽤 각오를 해야 한다. 게다가 앨범을 듣다 보면, 꽤 무의미하게 리프를 늘여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상당한 수작이다. 일단, 주다스 프리스트 앨범 중에 이 정도로 진지하고 비장한 앨범이 없었다. 이 앨범은 주다스 프리스트 유일의 컨셉 앨범인데, 프랑스의 의사이자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가사를 보면, 다른 앨범들에서의 유치하고 만화 같은 가사들과는 천지 차이로 매우 비장하고 진지한 가사 내용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컨셉에 맞게, 곡들의 분위기나 멜로디 또한 매우 비장하고 웅장하다.

 

이 앨범은 트랙들이 대체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사이사이에는 인터루드 역할을 하는 트랙들이 삽입되어 있다. 이 트랙들 때문에 지루하다는 말이 다소 있으나, 이 트랙들은 자연스러운 앨범 감상을 위해 필요한 트랙들이며 컨셉 앨범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트랙들이다. 그리고 메인이 되는 트랙들은, 안 그런 것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미들 템포 이하로 느리고 웅장하며 비장하다. 보통 리프 몇 가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본 앨범의 리프들은 대부분 매우 무겁고 상당히 강렬한 느낌을 준다.(물론 말랑말랑한 것들도 존재하는데, 대체로 그런 트랙들은 안타깝게도 별로 좋지 않은 트랙들이다)

 

특히 보컬이, 이들의 다른 앨범들과는 달리 고음-초고음 퍼포먼스를 최대한 자제하고 묵직한 중저음 위주로 나가는데, 많은 (고음병 환자)사람들이 이 점에 대해 매우 실망하고 이 앨범을 까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롭옹의 중저음은 매우 무겁고 비장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이는 이 앨범의 전체적인 컨셉과도 일치하며, 특히 롭옹의 중저음 퍼포먼스는 결코 구리다고 볼 수가 없다. 비록 나이가 들면서 고음을 의도적으로 자제하고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초고음의 난무가 없이도 좋은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주다스 프리스트 앨범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앨범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개별 곡이 매우 훌륭한 앨범들은 많았어도, 이 정도로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앨범 단위 감상에 적합하며 전체 수준이 높은 앨범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70년대의 명반들을 꼽는다고 해도, 앨범 전체 완성도까지 따져 보면 아마 Sad Wings Of Destiny 정도가 그러한 앨범으로 들어갈 것이다. 필자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 앨범은 (앨범 단위로 판단할 때) Sad Wings Of Destiny 앨범 다음으로 훌륭한 앨범이다.

 

 

 

3. Revolution Renaissance - Age of Aquarius

 

 

이 앨범에 대해서는 이미 자세한 리뷰를 작성한 바 있으므로 굳이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다. 이 앨범 또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림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저평가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4. Kalpa - The Path of the Eternal Years

 

 

불행하게도 이 앨범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을 요즈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상 한국 최초의 제대로 된 정통 블랙메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도 아카이브에 달랑 리뷰 두 개만, 그것도 낮은 점수로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앨범 재고 또한 넘쳐나서 잘만 뒤지다 보면 매물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당장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예스24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앨범을 들어본 사람들 또한 대부분 불만을 표한다. 아마 듣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로 이 앨범은 상당히 멜로디가 약하고(아예 부클릿을 보면 멜로디 위주의 음악은 절대 안 만들겠다고 나와 있다), 음질이 조악할 뿐더러 드럼은 드럼 머신으로 채워 놓아서 꽤 이상하다. 심지어 보컬은 블랙메탈 답지 않게 상당히 깨끗한 스크리밍을(그렇다고 클린보컬은 아니다) 들려 주는 바람에, 이러한 부분에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이 앨범은 상당히 제대로 만들어진 몇 안되는 국산 블랙메탈이다. 이 앨범은 절대 청자에게 비굴하게 굴지 않는다. 말하자면, "듣기 편하게", "이쁘게", "깔끔하게" 들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거만하고 사악한 블랙메탈 고유의 트루한 정신을 그대로 표출하면서, "어디 들을 태면 들어봐라"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앨범을 듣다 보면 상당히 불편한 느낌마저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점은 이 앨범의 청취를 피곤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결코 밝고 아름다운 것을 연주하지 않겠다고 하는 정통 블랙메탈만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앨범의 4개의 트랙 중에서 가장 길이가 길면서 완성도가 뛰어난 것이 바로 저 타이틀 트랙이다. 차근차근 변화해가는 연주를 들려 주는데, 전체적으로 꽤 좋은 완성도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멜로디가 부각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과의 대조를 통해, 곡이 지나치게 밝아지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드라마틱함을 살려서 에픽적인 느낌을 도출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 한국 메탈밴드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의 정서라던지 특징이 있는지는 사실 모르겠다. 따라서 이 앨범은 한국을 대표하는 블랙메탈 앨범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또한, 불행히도 이 앨범의 완성도는 아주 뛰어난 명반이라고 하기에도 다소 어폐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보다 뛰어난 앨범은 북유럽 쪽에도 매우 많이 존재하고, 국내에서는 현재 Methad와 Skyggen 이라는 훌륭한 신인 밴드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국내 최고"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앨범은 최소 기본 이상은 하는 좋은 앨범이고, 또한 그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저평가된 앨범이라는 사실이다.

 

 

 

5. BABYMETAL - 모든 앨범

 

 

전혀 말이 필요없다. 이들의 음악에 대한 부당한 폄훼는, 그저 역겹고 어줍잖은 메탈 우월주의 혹은 락부심의 폐해를 일컬을 따름이다. 이들 음악의 예술성에 대해 근거 없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저 그들의 귓구멍에 저 Megitsune나 쑤셔박아주고 싶을 뿐이다. 이들의 앨범에 대해서는 이미 두 차례나 자세히 언급한 적이 있으므로 더 이상의 언급은 안 하기로 하겠다. 물론 본 필자는, 이들의 앨범이 우주최강으로 뛰어나다거나 대부분의 메탈 명반들을 바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이들의 앨범은 충분히 들을 만할 뿐더러, 완성도도 뛰어나고, (뉴스쿨)메탈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면서 이를 이용한 응용 또한 상당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사족으로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이자면, 이들의 작품을 필요 이상으로 부당하게 까내리는 사람들은 거의 다 뉴스쿨 팬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음악적으로 보자면 올드스쿨 팬들이 훨씬 개거품을 물어야 마땅할 텐데도, 그들은 아예 이런 음악에 대해 관심이 없는건지 아님 그냥 메탈 취급을 안 해서 부심부릴 것도 없는 것인지, 특별하게 발광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러한 올드스쿨 팬들 중에 이들을 마치 아이돌그룹 좋아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사람들도 몇 명 볼 수 있었다.

 

반면에 완전 뉴스쿨이나 멜스메 멜데스 등의 팬들은 거의 대부분 이들의 음악을 깎아내린다. 오히려 음악적으로 보자면 그들이 평소 듣는 음악과 별 차이도 없을 뿐더러 수준 또한 대동소이한데도 말이다. 오히려 그들은, 그들이 찬양하는 그 음악들과 이들의 음악이 올드스쿨 팬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닮아 있기 때문에, 더욱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그들은 자기들이 즐기는 음악에 대해 저열하고 유치한 "부심"을 갖고 있는데, "감히 더러운 아이돌" 주제에 자신들의 그러한 "성역"에 발을 들이밀었기 때문에 그렇게 발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발짝만 멀리 떨어져서 바라본다면, 이것이 얼마나 웃기고 유치하고 부끄러운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좀 더 쓰려고 했는데, 막상 키보드를 잡고 나니까 마땅히 생각이 안 나서 이만큼만 쓰도록 하겠다. 혹시 또 써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면 나중에 더 쓰도록 하겠다. 여담으로, 고평가된 앨범들도 많긴 하지만 이러한 앨범들은 굳이 쓰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사람들이 나쁘다고 하는 앨범을 "사실 그리 나쁘진 않은데?"라고 하는 것은 대다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지만, 그 반대로 "사실 이건 구린데?" 라고 하는 것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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