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무엇일까? (결코 심각하고 깊은 글 아님)
본인이 엊그제 베비메탈 리뷰를 쓰면서, 베비메탈이 분명 예술이라고 했다.
일단 본인의 음악 감상행위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보면, 메킹 활동 시절에는 분명 예술은 전부 주관적이고 취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폭서의 주장에 깊은 감명을 받고 폭서식 논리에 빠졌을 때는 음악은 객관적이며 "객관적으로 좋은" 음악과 "객관적으로 구린" 음악이 존재하며 객관적으로 구린 음악을 듣는 행위는 구린 행위이고 예술 여부는 반드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취향존중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예술의 감상 행위를 놓고 살펴보면, 주관적인 부분과 객관적인 부분은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 없다고 본다.
예술 작품의 객체 하나하나는 분명 객관적 대상임이 맞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 없고(소녀시대를 들으면서 베토벤을 느낀다고 해도, 소녀시대가 베토벤이 되지는 않는다. 소녀시대라는 객체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이러한 객관적 대상은 일반적 관점에 의하면 최대한 왜곡 없이 전달되는게 맞는 행위이다.)
반면에 예술 감상의 주체는 한명 한명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그 예술을 이해하는 방식과 관점의 차이, 즉 주관적 부분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에소테릭도 이러한 주관성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 일단 이 글은 에소테릭을 위시한 폭서식 논리를 다루기 위함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을 말하기 위한 것이므로 넘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생각은, 예술 감상이라는 것은 예술 작품의 창작행위, 창작된 결과물, 그 결과물을 전달하는 과정과 감상자의 감상 행위(감상자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활동) 모두 포함된 행위이고, 이것 전부가 예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좋은 예술이고 무엇이 나쁜 예술인가의 여부는,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감상 주체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일단 그러한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구리든 훌륭하든 간에) 예술일까? 이는 결국, 감상자의 감상 행위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개념일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감상한 바에 의한 예술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일단, 본인은 "구린 예술" 또한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뭐가 좋냐 나쁘냐는 이 단계에서 논할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단, 모든 창작행위와 창작물, 그 감상행위는 예술일까? 본인의 판단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
위의 문단은 다시 말하자면, "모든 음악이 예술일까?"의 여부이다. 전에 언급한 "나는 왜 음악을 듣는가"의 문제에서, 본인은 "엔트로피의 감소"가 있기 때문에 음악을 감상한다고 했다. 이 말을 다시 말하면, 그것이 예술이기 때문에 듣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이 아니라면 그것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은, 모든 음악이 예술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본인은 그 음악이 예술이라고 생각되면, 그리고 그것이 본인의 취향에 맞는다면 그것을 들을 것이고, 반대로 예술이 아닌 음악은 듣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이 예술이 아닌 것인가? 그것은 이미 위의 글과 베비메탈 리뷰의 반대해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데, "존재의 본질을 추구하지 않는 행위", "위대함을 추구하지 않는 행위"는 예술이 아니다.
본인이 베비메탈 리뷰에 언급했다시피, 위대함을 추구하는 행위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일 필요도 없고 단지 무의식의 발현만으로 충분하다. 이 말은 곧, 창작행위를 함에 있어서 창작자의 의도는 예술의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말한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예술에는 청취자의 청취 활동(해석 포함)도 포함된다. 극단적으로, (행위 예술이 아님을 전제하고) 모차르트가 대충 10분만에 별 생각 없이 싸지른 위대한 음악과, 병신이 10년간 엔트로피의 감소를 위한 온갖 노력을 기울여서 내놓은 쓰레기를 비교한다면, 최소한 본인이 그 쓰레기를 듣고 뭔가 전위적 발상에 의한 새로운 예술적 감각을 느끼지 않는 한 그것은 예술이 아니며, 모차르트의 음악은 예술일 것이다.
(여담으로 위의 문단은 이러한 점 또한 내포하고 있는데, 아무리 객체로써 훌륭한 예술이라도 그것이 전달되기 전에는 예술로써 발현될 수 없다. 즉 베토벤이 죽기 전에 미처 악상에 옮기지 못한 위대한 멜로디는 예술이 될 수 없으며, 또는 이미 악보에 전부 옮겨 적었음에도 결코 연주됨이 없이 창작자 혼자만 고이 간직하고 있는 창작물 또한 예술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본인은 이렇게 생각한다. 예술이란 그 무엇이든 될 수 있으며, 또한 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심지어 누구에게는 소녀시대의 돈냄새밖에는 나지 않는 무가치한(본인 기준) 음악조차도 예술일 수 있다. 따라서, 무엇을 예술이라고 정의할지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그 예술의 감상 주체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은 예술 여부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베비메탈을 예술로 생각한다. 본인이 베비메탈 리뷰에서 그것이 예술이라고 강변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은 예술이기는 커녕 그저 대충 즐기고 치우기 위한 대상이거나, 덕질을 위한 대상, 혹은 어떠한 소음 덩어리에 지날 수도 있다. 본인은 이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본인이 이를 감상함에 있어 어떠한 예술을 느꼈기 때문에 그것을 예술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감상 행위의 질과 관련된 문제, 해석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와 무엇이 "좋은 예술"일까의 문제는 다음 글로 미루기로 한다.
정리하면,
1. 예술이란 창작행위, 창작물, 감상행위, 해석행위 일체를 아우르는 객관적+주관적인 개념이며
2. 따라서 무엇이 예술인가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해당 주체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문제이며
3. 그러므로 어떠한 (객관적)실체가 "반드시 예술이다/아니다" 라고 정의내릴 수는 없고
4. 본인은 예술행위란 "본질을 추구하는 행위"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5. 존재하는 모든 음악이 예술인 것은 아니고, 위의 기준에 합당한 것만 예술이고
6. 그에 따르면 베비메탈의 음악은 위의 기준에 합당하기 때문에 예술이다.
(7. 그렇기 때문에, 타인은 본인의 예술의 정의에 전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베비메탈은 예술이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무엇이 예술인가에 대한 문제는 해당 주체 스스로의 고찰에 따른 각자의 주관적 판단이 필요하다.)
(참고로, 여기서 "무엇이 예술인가?" 라는 질문에서, "무엇"이란 통상적으로 의미하는 바와 같이 객관적 실체, 즉 창작물 그 자체를 의미한다. 본인이 1번에서 "예술"이라는 개념을 주관적 부분까지 통칭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다소 혼동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 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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