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성매매) 행위는 인간성 목적 대우의 원칙에 위배되는가? (인권 침해적인가?)

우선 사족으로 하나 언급할 게 있는데, 본인이 자꾸 무슨 성매매가 어떻니 창녀를 사먹느니 이딴 글 쓴다고 해서 본인이 성매매를 즐겨 한다거나 남창이라거나 여타 비슷한 종류의 인간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본인은 성매매는커녕 여자랑은 손잡고 걸어본 적도 없는 쌩 아다새끼에 불과하고, 본인 개인적으로 성매매라는 행위는 상당히 더럽게(도덕적으로 더럽다는게 아니라 비위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차라리 그 돈 쓸 바에 그냥 집에서 몇십분 딸이나 치는게 100배는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칸트는 성매매가 인간성 목적 대우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양반의 사고방식에 의하면 결혼하지 않은, 혹은 결혼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성행위 자체가 이미 부도덕한 행위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기준에 따르면 너무 빡빡한 것이 아닐까 생각될 때가 많다. 실제로 칸트는 자유의지를 내세운 바 있는데, 필자 개인적인 생각에 따르면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것은 인과법칙이고, 자유의지란 허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아저씨의 기본 사상의 근거 자체를 부정해야 마땅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성 목적 대우의 원칙은 현대 법학 사상의 근간을 이루며 기본권론의 핵심이기도 하고, 자유 의지가 가능하든 안 하든간에 이를 떠나서 충분히 범용성과 실용성이 있는 기본 판단근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 필자는 이러한 전통적 판단근거에 의거하여, 인간성 목적 대우를 어기는 경우는 인권에 대한 침해이고, 그렇지 않다면 인권침해와는 무관하다고 여긴다.

 

매춘행위는 인권침해인가?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매춘행위는 인간성 목적 대우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춘행위가 인간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논지의 근거는, 매춘이란 돈을 목적으로 하여 자신의 몸을 수단으로 삼는 행위이고, 상대방 또한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상대방의 몸을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중요하게 알아야 할 사실은, 과연 "인간성"의 기본 토대가 "신체"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결코 그렇지 않다는게 본인의 생각이다. 인간성이란 그 인간의 아이덴티티(한 인간을 이루는 특질적인 본체, 그 인간의 형이상학적 토대, 인간이 인간으로써 존재하는 기본적 실체로서의 자아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며, 이는 "신체"와는 무관하다.

 

먼 미래에 누군가가 생명 연장을 위해 자신의 늙은 몸을 새로 복제된 젋은 몸으로 교체한다고 생각해 보자. 혹은 사이보그처럼 기계신체로 이식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의 신체를 수단으로 삼고 있으므로 인간성 목적 대우의 원칙에 위배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몸뚱아리는 그저 몸뚱아리일 뿐이고, 그 사람의 "인간성"은 자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생명연장이라는 "목적"을 위해 "자아"를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는데, 쓸데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생명과 자아는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다. 참고로 말하지만 본인은 결코 신체-생명(영혼)에 있어 이원론을 택하고 있지 않으며, 철저한 합리주의적 무신론자로서 당연하게도 일원론을 택하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우리는 인간성의 근간이 신체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넘어가서, 매춘행위가 아닌 여타의 근로 행위를 살펴보자. 즉 댓가를 받고 일을 하는 일련의 모든 행위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이 매춘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가?

 

칸트에게는 아쉽게도, 본인은 어떠한 근본적인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우선 이를 논하기 전에 근로행위의 개념부터 생각해 보면, 근로 행위의 핵심은 상호 교환에 있다. 즉 나는 댓가를 받고, 너는 노동력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위는 인간성 목적 대우의 원칙을 위반하는가? 즉 댓가를 위해 "내 신체"를 수단으로 삼아서 "노동력"을 창출하여 제공하고 있으니 말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무의식으로 누구나 알고 있다. 오늘날 그 누구도 노동력 제공 행위가 인권침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말도 안 되는 말장난에 불과한 행위이다. 우리의 신체를 사용하여 노동력을 창출하고 이를 제공하여 댓가를 받는 행위가 우리의 인간성을 수단으로 삼은 행위라면, 우리의 신체는 자연적 발현 상태 그대로 존재해야 하며 어떠한 행동도 해서는 안된다. 심지어 걸어다니는 행위 자체가 이미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목적을 위해 나의 발을 수단으로 삼는 행위이기 때문에 인권침해가 된다. 이를 보면 상기 관념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관념인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이미 말했다시피 인간성이라 함은 신체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덜떨어진 인간들은 인신매매(노예매매, 장기매매 등) 같은 사례를 들어 신체 자체 또한 인간성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데, 이는 이미 개인의 인격을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단순한 노동력 제공과는 완전히 본질적으로 다른 행위이다. 노예제도란 그 사람의 신체 뿐만이 아니라 당연히 인격 자체를 수단으로 삼는 행위이고, 장기매매의 경우 강제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자발적인 경우라도 현재 실태를 보면 당장의 돈을 위해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로써 이미 인간성을 훼손하는(즉 수단으로 삼는) 행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행위는 인권침해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동행위는 매춘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가? "댓가"를 받고, 그 댓가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타의 노동행위와 매춘은 전혀 차이가 없는 행위이다. 예컨대 사무직 종사자들이 자신의 지적 활동을 연봉에 대한 댓가로써 제공하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물건값에 대한 댓가로써 물건을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댓가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매춘행위 종사자들도 댓가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행위에 어떠한 차이가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는가? 본인은 결코 찾을 수 없었다. (참고로 본인은 매춘행위를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매춘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적 서비스 기술을 정당한 댓가를 받고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상대방도 그러한 성적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지, 상대방의 "인간성"을 제공받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일말의 종교적/사회규범적/전통적/도덕적 잣대를 배제하고 들여다 본다면, 이러한 행위는 근본적으로 마사지사가 마사지를 제공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아무도 마사지사가 자신의 신체(손, 어께근육, 허리근육 등)를 이용하여 자신의 마사지 기술을 손님에게 제공한다고 해서, 그것을 인권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마사지 기술자는 손을 이용할 뿐이고, 매춘행위 종사자는 아랫구멍을 이용할 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타한 종류의 종교적/규범적/전통적/도덕적 관념을 배제하고 생각해 본다면, 손이나 아랫구멍이나 똑같이 인체를 이루는 세포 조직에 불과하다. 어떠한 본질적인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본인은, 여타한 노동행위가 인간성을 수단으로 삼는 행위가 아니고 인권침해 행위가 아니듯이, 매춘행위 또한 지극히 근본적이고 본질적으로 따져봤을 때 전혀 인간성을 수단으로 삼지 아니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물론 이러한 사실이, 매춘 행위에 걸려 있는 여러가지 도덕적/사회적 판단의 규범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매춘행위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는 비단 이러한 기술적인 측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관습과 합의에 근거한 보다 복잡하고 범위가 넓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극히 인권적인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매춘 행위는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것이 본인의 주장이다.

 

(사족: 오히려 매춘행위에 있어서 인권침해는 매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함에서 오는 부수적인 산물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매춘행위 종사자들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고, 손님에게 부당한 행위를 당하더라도 조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인권침해란 매춘행위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행위들에서 오는 것이다.)

 

 

 

(추가: 다시 읽어보니 한 가지 오해의 여지가 있어서 첨언한다. 본인이 이 글에서 "매춘"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여성의 성매매 행위만으로 국한지어 설명하고 있는데,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남성의 매춘행위(소위 남창)도 똑같다. 본인이 저렇게 서술한 것은 성을 파는 행위를 여성만 한다는 의미에서 쓴 것이 아니라, 여성의 성매매 종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게 사실이기 때문에 성매매라고 하면 여성 성매매 종사자가 떠오르는 게 당연하고, 따라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작성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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