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분을 볼때마다 심각한 연민을 느낀다

남색분은 분명 모니터 뒤에서는 정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장애인일 수도 있지만, 그간 정황을 봐서는 절대 아닌 듯 싶다.

그렇다면 왜 남색분은 여기서 저렇게 병신짓을 하는 것일까?

내 생각에는, 그건 바로 저 모습이 진짜 남색분의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적인 면상을 하고 정상적인 엉덩이로 컴터 앞에 앉아서 정상적인 손가락으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누르면서,

병신같은 글을 싸대고 지 스스로도 정말 병맛이 쩐다고(혹은 자기가 생각해도 정말 재미없을 정도로 병신같다고) 여기면서 자화자찬하고

그 글을 보고 웃거나 화내거나 무시할 모든 사람들을 떠올리며 혼자 히죽대는(겉으로든 속으로든 무의식이든) 모습 말이다.

나는, 바로 저 글이 남색분의 본연의 실체를 드러내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고 글을 쌌던지 간에, 그의 무의식이든 의식이든 뭐든 간에 여하튼 그의 본질이 저 글의 수준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런 글을 계속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색분이 정상인인가 정신병자인가 어쩌고 하는 사실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그는 저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왜 저렇게 되어야만 했을까?

여러가지 의견과 상황이 나올 수 있겠지만, 결국 종합해 보면 "유전"과 "환경" 이 두 가지로 귀결될 것이다.

즉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이거나, 혹은 둘 다의 이유로 인해, 그는 저렇게 븅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사람들이 종종 말하기를, 후천적 요소인 환경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면서 환경이 중요하다는둥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둥 환경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둥의 소리를 해 대는데, 그건 사실 착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후천적이다"라는 것은, 그 사람 개인(즉 유전자의 발현체로서의 생물학적 개체)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즉 유전은 그의 선천적 조건이고, 환경은 그의 후천적 조건이라는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바로 저 "조건"이라는 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즉 후천적 조건이라고 해서, 딱히 선천적 조건과 달리 개인이 바꾸거나 극복하거나 여튼 그 자체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은 결국 태어날 때(정확히 말하면 존재가 발현될 때부터) 이 세상에 그냥 우리가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투척하듯이 툭 던져지는 존재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우리가 우리의 환경을 결정하거나 선택하거나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례를 들어 보면, 아무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부모는 그의 선천적 조건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후천적 조건을 이루기도 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하면, 한마디로 모니터 뒤에서 "남색분"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저 사람이 남색분이 되어버린 이유가 유전에 있든 환경에 있든 간에, 그 모든 것은 그에게 있어서 불가항력적인 사항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매일 메갤에 들어오면서, 남색분 글을 써대면서 분명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생각에 따라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다고 확신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결코 그게 아니라는 점을 여태껏 설명하고 싶었다.

이것이 얼마나 크고 심각한 비극인가? 그는 자신의 실존적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저 토나오는 혐오스러운 남색분 글을,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바로 그 "조건" 때문에 스스로도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채로 계속 싸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보다 더 슬픈 장면을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이라면, 타인의 비극을 외면하지 말고 그 아픔을 덜어 주어야 할 것이다.

나는 (남용이 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안락사를 적극 찬성한다. 결코 끝날 수 없고 희망조차 없는 고통을, 정작 본인은 겪지도 않으면서 타인에게 강요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정작 그 본인은 깨닫지도 못하는 심각한 비극과 악몽 속에서 허덕이는 한 인간을 보고 있다. 그 자신은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애초에 이 세상에 내던져진 힘없는 객체로서 그 어떤 반항조차 할 수 없는 바로 "조건"이라는 것으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 그의 실체적인 존재를 나는 심각한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는 이제 그만 그를 놓아 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만이라도 지킬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의 고통은 지켜보는 이마저 고통스럽게 할 뿐이다. 최대한 신속하고 간결하게, 순간적으로 끝내야 한다.

그의 골통에서 뇌수를 최대한 신속하게 추출하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인간으로서 베풀 수 있는 유일한 동정이다.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