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읽을 만한 기사를 읽은 것 같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225141920&section=03

구제역 파동에 의한 돼지 살처분과 연관해서 육식의 문제에 대해 살펴본 기사이다.

솔직히 말해서 거의 대부분 이미 알고 있던, 아니, 왠만한 4년제 대학생이라면 다 알고 있을 만한 내용이긴 하지만, 이렇게 체계적으로, 또 알기 쉽게 정리/구술해 놓은 글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랫만에 신선한 마음으로 읽었던 것 같다.

애시당초에 인간의 생 자체가 무의미하고 무가치하고 허무하고 온갖 모순과 비합리에 쌓여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글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즐겨라, 죽기 전까지" 이다. 無에서 태어나 無로 돌아갈 운명이라면, 애초에 아무 것도 없는, 존재하지 않았던 무엇이었고, 지금 잠깐 현존해 있지만, 영원의, 존재가 상실한 시간 아래서 역시 존재하지 않는 존재인 우리 자신들은, 과연 무엇을 그렇게 갈구하고 발버둥치고 존재를 위해 노력하는가 말이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내 삶의 의미와 추구해야 할 무엇, 가치 있는 무엇은, 예술이다. 음악을 느낄 수 있는 힘, 위대함 앞에 무릎 꿇고 경외할 수 있는 힘, 그것 뿐이다. 더 이상 무얼 갈구하고 발버둥쳐야 할지 모르겠다.

한 가지 물어보자. 식물은 생명 아닌가? 사람들은 우리와 "생김새" 단지 그 자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것들을 우리와 멀리 여기고, 우리와 다른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생명이라는 것에서 보면, 다 똑같다. 심지어 물질이라는 면에서 보면 돌맹이 한 조각과 인간은 하등 차이가 없다. 여튼 돌맹이는 먹지 않으니까 논외로 하고, 우리가 먹는 걸 보자는 말이다.

식물은 고통을 못 느끼나? 아니 일단 그 이전에, 파리는 왜 때려잡고 모기는 왜 살충제로 질식사시키는가? 개미는 왜 발로 밟나? 바퀴벌레는 왜 세스코를 불러서 멸절시켜버리나? 그것들은 생물 아닌가? 그것도 우리와 매우 닮은 "동물" (식물과 반대되는 의미에서) 아닌가?

왜, 그것들은 먹지 못하고 인간과 매우 다르고 혹은 인간의 적이고 혹은 식량 파동이나 윤리 문제나 사회경제적 문제 따위와 하등 관계가 없어서? 아니면 너무 하등동물이라서 고통을 못 느끼거나 그 정도가 낮고 지능이 매우 낮아서 자기가 죽는 것도 모르기 때문에 "죽인다" 라고 생각할 수 없어서? 단순하게 말하자면 "나에게 싫은 존재니까" 그런 게 아닌가? 그런 이기적이고 편협되고 논리의 일관성이 없이 모순된 사고방식으로 무슨 채식을 하고 동물권을 주장하고 자기들이 마치 대단한 존재인 양, 아니 최소한 "자각 있는 존재"로 여길 수 있다는 말인가?

식물도 마찬가지므로 쓸데없는 말은 최소화시키자. 어떤 사람들은 "생명 있는(살아있는) 것은 먹을 수 없다" 라고 하면서 이미 죽은 식물이나 땅에 떨어진 과일 따위만 먹는다더라. 그런데 그건 생명 아닌가? 예를 들어 과일이 마치 인간의 난자세포 하나와 같은 정도의 조직 덩어리이고, 그걸 먹는다고 해서 마치 난자 하나쯤 파괴(월경 따위)하는게 윤리 도덕상 문제가 안 되는 것처럼 그것도 마찬가지라고? 장난해? 과일을(정확하게는 그 속에 담긴 씨앗을) 땅에 심으면 또 다른 나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생각하면, 너는 지금 생명의 씨앗을 파괴하는 거란 말이다. 이는 죄(sin)가 아닌가? 존나 웃긴다니까.

그리고 한편으로, 우리가 먹는 거 말고, 우리가 쓰는 다른 물건들은 생명을 파괴하거나 동물을 잔인하게 죽여버리지 않고서는(사실 죽인다는 거 자체가, 생명 있는 존재를 제거해 버린다는 거니까 다 잔인하다고 볼 수 있다) 만들 수 없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는 거다. 이런 건 다 어떡할 건데? 아예 태초로 돌아가서 살까? 태초에는 어땠는데? 옷 하나 만드려면 동물을 죽여버려서 살갖을 벗겨내서 말린 다음 잘라서 입었다는 거 모르나?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지금 이 상황에서 말이다.

어떤 한 가지 단면만 놓고 보면, 우리 행동이 매우 잘못된 거 같고(사실 그 "행동 자체"가 잘못된 건 맞다) 그 반대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좀 더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사실 그것도 말도 안되는 일인 경우가 많다. 갑자기 군대에서 만난 어떤 선임 생각이 나는데, 그 사람 역시 지성인(4년제 대학 재학생) 인지라 우리가 주로 문제로 삼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지금 우리 주제를 포함해서)들을 왠만하면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 이야기를 하니까 다 웃기는 짓이라고 일축해 버리더라. 그러면 어떻게 살 거고, 그거 말고 다른 건 잘못된 게 아니고, 죄를 짓는 게 아니냐면서 말이다. 근데 사실 그게 거의 대부분 사람들 생각이다. 보통 지금 보이는 것처럼 한 가지 단면만 놓고 문제삼는 사람들 대부분 생각이,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거나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함부로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왠만하면 그 반대다.

-------------

미완성으로 끝냄. 사실 하고 싶은 말의 절반 정도밖에 못 적었는데 군대인지라 인터넷을 자주 하지 못해서 글을 쓸 형편이 안되네 ㅡㅡ;; 아놔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