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일랜드를 다 읽었다

만화 아일랜드를 처음으로 봤을 때가 아마 초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그때는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만화 아일랜드를 다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 즐겨 봤던 김전일 시리즈 등에 비하면, 재미는 있으나 특별히 감동이라던지 하는 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너무 잔인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만화 아일랜드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은 그 무녀가 죽을 때의 장면과

마지막에 끝나면서 요한이 어떤 여자애에게 말하는 장면이다.

그 후로 만화 아일랜드는 기억에서 잊혀졌었다.

그런데, 최근에 송파독서실에 가서 책을 뒤적이고 있는데 별안간 "아일랜드"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꺼내어 보니, 만화 아일랜드 작가(윤인완)가 쓴 소설이었다.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꺼내어 읽기 시작한 게 결국 오늘로서 6권까지 쭉 다 읽게 되었다.

첫 번째 권만 빼자면, 소설은 매우 감동적이다. 특히 결말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든다.

소설을 읽는 내내 때때로 기쁨, 슬픔, 두려움, 그리고 감동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소설 내의 캐릭터, 원미호, 반, 요한 등등과 깊이 교감하고 마음 아파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감정을 가져 본 적이 언제였던가?

사실 고등학교 오면서 소설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 읽은 책들 중에서도 이렇게 깊이 몰입하고

주인공을 나 자신과 연계시키고 희노애락이 교차하면서 책장을 덮을 때 긴 여운을 주는 책은 없었던 듯 하다.

난 소설을 매우 좋아한다. 그것이 교양 소설이든지 이런 판타지 소설이든지 간에.

그 이유는, 위와 같이 현실에서의 경험으로는 쉽사리 느끼지 못할 각종 정서를 경험할 수 있고,

나와 다른 사람들이 겪는 각종 사건들을 통해 내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 따라 허무맹랑하고 유치하게도 느낄 수 있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오히려 선생들이 추천하는 각종 교양 소설들보다 훨씬 큰 정서적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을 과연 "명작"이라는 반열에 올릴 수 있을까?

그건 모르겠다. 아니, 아마 그럴 수 없을 듯 하다.

그것은 이 책이 판타지 책이라느니, 흥미 위주의 책이라느니, 호러 소설이라느니 따위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 이유는, 바로 석연찮은 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첫번째 권은 정말 안 좋다. 지나치게 흥미와 이펙트 위주인 듯 하다. 그러면서, 그 상황에서

생긴 처참한 피해자들에 대해서 전혀 자세하게 조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심기를 너무 불편하게 만든다.

원미호 하나만 살면 되나? 그럼 나머지 인간들은 뭐란 말인가? 그들의 무너져버린 삶과 끔찍한 최후는

과연 뭐란 말인가? 왜 그들은 일말의 관심조차 갖지 못하고 잊혀져버려야 하는가?

특히 가장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 바로 그 유치원 원장의 죽음이다. 요한이 그 사실을 알았을까?

그렇다면, 왜 반을 죽이지 않는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무참히 짓밟은 장본인인데? 게다가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또, 이러한 여러 상황에 대한 원미호의 반응도 석연찮다.

만약 그가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특히 소설의 뒷부분에서 다루어지는 것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연약한

정서의 소유자라면 그는 그 상황을 전혀 견디지 못할 것이다. 아마 죄책감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까?

첫번째 권만 그런 건 아니다, 세번째 권을 보면, 너무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상황의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 같지만, 솔직히 읽다가 확 깬다. 무슨 성인 에로소설도 아니고, 정도가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 구성상에 허점이라든지 실수가 곳곳에 눈에 띈다. 이러한 여러 점을 미루어 볼 때, 이 소설을

"명작"이라는 반열에 올리기는 힘들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아마 내 필수 추천 목록 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그런 몇몇

요소들을 제외하고 생각한다면, 이 소설이 주는 메세지의 여운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판타지 호러 소설이다. 그러나 다른 여타 소설과는 달리, 단순히 흥미와 재미만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첫번째 권과 세번째 권 일부의 경우 그러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전 권을 다 읽어 보면 단순 흥미보다는 더욱 깊은 어떠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결말에는 낭만이 있다. 비록 슬프지만 그 슬픔보다 더 깊은 여운이 있다. 오랫만에 좋은 책을 읽게 되어 기쁘다.





P.S. 오늘따라 왠지 문장이 매우 조잡하고 뭔가 횡설수설이 된 듯 하다. 왜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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