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작품과 권력 지향성에 관한 생각
최근의 이문열 발언 사건과 관련해서 블로그를 돌아다니던 중에, 이문열 작품에 관한 비평가들의 글을 일부 읽게 되었다. 이문열이 권력을 추구하고, 권력에 빌붙어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작품 속에서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정말 그런지 살펴보자.
고3인 나로서는 다양한 작품을 읽어볼 겨를이 없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열 번도 넘게 읽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소설의 일차적인 주인공은 엄석대로 보는 것이 옳을 듯 하다.
엄석대는 누구인가? 그는 초등학교 학급을 지배하던 권력자이다. 정당한 권력이 아닌, 힘으로 억압하는 부당한 권력이다. 그는 그것을 이용하여 학급의 일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들을 억압하고, 이용하고, 떠받들어졌다. 그러나. 6학년 담임선생님으로 인해 부정한 권력은 몰락한다. 그 후 엄석대는 어떻게 되었는가? 깡패가 되어, 마침내 경찰에게 잡혀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엄석대를 보면서, 군사독재정권이 자꾸만 생각났다. 물론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영원할 줄만 알았던 권력이, 담임 선생님이라는 "외부 세력"에 의해(중요한 점은 "외부 세력"이라는 거다.) 몰락되고, 그 권력자의 말로는 실로 비참하다. 결국 이 소설의 표면적 주제는, 그러한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경고가 될 것이다.
다만,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나타내어졌는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소설에 의하면 처음부터 권력에 억압되어져 있었고, 자신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되는 데에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으며, 심지어 권력이 몰락하려 하자 그것을 적극적으로 저지하기까지 한다. 그러던 것이, 권력이 무너지자 매우 적극적으로 구권력에 침을 뱉어대고 신제도에 적응해 나간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연 실제로 일반 민중이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군사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압장섰던 것은, 권력에 대한 초월적인 존재인 "담임 선생님"이 아니라, 그 권력에 억압당하던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왜 이 소설에서의 아이들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이문열은 무엇을 주장하려 하는 것인가?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자라서 어른이 된 세상을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했다. 이것은 과연 누구를 향한 비난인가? 현실 세계를 보자. 이 비판을 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과연 있기는 한 것인지 살펴보자. 아이들로 대표되는 민중들은 소극적으로 마치 가축과도 같이 억눌려져 있지만은 않았다.
혹시 이문열은 그러한 민중 자체에 대해 비뚤어진 시선을 가지고, 민중을 향한 비난을 한 것은 아닌가? 엄석대가 몰락할 때, 아이들이 어떻게, 얼마나 부정적으로 나타내어졌는지를 보자. 이문열은 기존의 부당한 권력에 대해 비난하고 짓밟는 군중들을 향해 냉소를 보낸 것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그것이 과연 제대로 된 냉소인가?
이번엔 "나"를 보자. "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매우 특별하다. 즉, 부당한 권력에 굴복하고, 그 권력의 일원이 되어, 온갖 혜택을 누린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 "나"의 모습에 이문열 자신의 바람이 녹아 있는 것은 아닌가? "나"가 엄석대의 권력이 무너질 때 얼마나 안따까워하고,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냉소적이고, 이후에 경찰에게 끌려가는 엄석대를 보면서 얼마나 슬퍼했는가 생각해 보자.
소설에서 "나"가 성인이 된 후의 고뇌를 살펴본다면, "나"를 작가의 거울이라고 칭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결국, 이문열이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실재의 내용은, 부당한 권력에 대한 향수와, 연민, 애착, 안타까움, 그리고 그 권력을 누려보고 싶어하는 권력욕일 것이다.
이 따위 소설, 이렇게 삐뚤어진 권력욕으로 가득 찬 배설적인 소설이, 대다수 학교에서 학생들의 필독도서로 선정되어 있다는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고도 용납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러한 이문열의 사고방식은, 이문열이 번역한 삼국지에서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그것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문열은 유비 등 보다 조조를 동경하고, 더 훌륭한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
조조는 누구인가? 마치 엄석대와도 같은, 비인간적인 권력가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은인까지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살해해 버리는, 인간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문열의 생각에 동의를 표하면서, 현대인으로서는 유비 같은 인물보다는 조조 같은 인물을 본받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군사독재를 지지하고, 이런 사람들이 그 막강하고 비인간적인 권력에 빌붙어서 현실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도 방법도 가리지 않는 사람들, 부당한 권력을 이용하여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려는 사람들, 바로 조조와도, 엄석대와도 같은 사람들이다. 조조형 사고방식, 그것은 범죄형 사고방식과도 같다. 이문열은 이러한 범죄자적인 방식을 옹호했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연계해서 볼 때, 그러한 범죄적인 권력을 옹호하고, 자신 또한 그 권력에 안착하여 이익을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다.
간단하게 이문열의 작품과 권력 지향성에 관해 살펴보았다. 비록 한 가지 소설과 한 가지 번역물을 살펴보았지만, 그 속에서도 충분히 이문열의 추잡하고 더러운 권력욕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위대한 한국 문인으로 칭송받(았었)고, 그의 소설들을 수많은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것"처럼 읽었고, 수많은 학생들에게 "필독도서"라는 칭호를 받으면서 읽혀졌다는 것, 정말 한국 문학계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문열의 최근의 발언을 이 것들과 관련지어서 설명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확실해 보이는 것은, 그가 촛불집회를 하는 시민들을, 마치 몰락한 엄석대를 까 대던 "아이들"을 바라볼 때와 똑같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의병"이라는 것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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