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JAPAN - Endless Rain 그리고 BABYMETAL의 오마주 (약스압)

본인이 베비메탈 팬카페에 올린 글 펌 (http://cafe.naver.com/babymetal/1997) (중간에 살짝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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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원래 왠지 언젠가 CBR님이 비슷한 걸 쓰실 거 같은 글인데 그냥 제가 올려봅니다


(이하 내용은 전부 제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너무 신뢰하시면 안됩니다. 참고 정도로만 봐 주시길)




뭐 이 곡을 안 들어본 분은 거의 없겠죠. 그래도 혹시 몰라서 올려봅니다. (알고보니 제 친구들도 이거 모르더군요)


(* X JAPAN의 설명이나 Akatsuki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은 CBR님의 글 http://cafe.naver.com/babymetal/1666 에 있습니다.)


여튼, 일단 이거랑 Kurenai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메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Kurenai는 말 그대로 슬로우 템포의 정통 헤비메탈이라면, 이건 피아노 연주 바탕에 드럼과 기타 백킹, 그리고 서정적인 기타 솔로를 집어넣은 말 그대로 전형적인 일반 발라드죠. 이러한 곡의 장점이라면 듣기 편안하고 좀더 서정성이 강하다는 점을 들 수 있고, 단점이라면 메탈의 형식미를 즐기지 못한다는 것 정도겠죠.(제 생각입니다)




BABYMETAL의 X JAPAN에 대한 오마주 곡으로 두 개의 곡이 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음원으로 나온 "紅月-アカツキ-"와, 아직 미공개 곡인 "No Rain, No Rainbow"가 있죠. 이 중 아카츠키는 Kurenai의 紅 이라는 글자를 차용하여 (참고로 다홍색을 뜻하는 紅의 발음이 쿠레나이 입니다) 곡 제목으로 삼은 곡이고, 후자는 Endless Rain에서 Rain이라는 단어를 따 와서 만든 곡입니다.


여기에는 한 가지 묘한 특징이 있습니다. Kurenai의 경우, 곡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슬픈(어두운) 분위기입니다. 반면에 (이것을 오마주한) 紅月-アカツキ- 는 곡의 분위기를 다소 밝게 만들었죠. (물론 비장미 같은 건 그대로 가져갑니다) 그리고 Endless Rain은 밝은 분위기의 곡인데, No Rain은 슬픈 분위기의 곡으로 바꾸었죠.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특히 두번째의 경우에서 "비"의 의미를 살펴보면, Endless Rain은 상처를 잊게 하는 치유적인 역할임에 비해, No Rain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무지개도 없다" 라는 점에서 "비"라는 존재가 어떤 시련의 상징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즉, 똑같이 "멈추지 않는 비" 라는 주제를 가지고 원곡에서의 의미를 정 반대로 바꿔서 차용한 것입니다. 매우 재미있는 부분이네요. 




그런데 이 두 곡의 오마주 방식에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Akatsuki의 경우는 비록 기본 전개방식이나 분위기 정도는 Kurenai랑 비슷하지만, 곡의 형식은 Kurenai랑은 상당히 다른, 오히려 멜스메에 가까운 작곡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는 키보드의 적극적인 사용과 이로 인해 리프가 빠지는 모습, 그리고 기타 리프가 곡의 중심이 아니라 보컬이 곡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드러나는데, 이 점은 Kurenai의 기타 커버와 Akatsuki의 기타 커버 영상을 비교하면서 기타연주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No Rain, No Rainbow"는 완전히 Endless Rain과 같은 작법을 사용해서, 거의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누가 들어도 단번에 "어? Endless Rain이네!" 하고 알아챌 수 있을 정도죠. 어쩌면, 위에서 언급한 곡의 제목에서 단어를 따 와서 제목을 짓는 방식에서, 紅月-アカツキ-와는 다르게 아예 노골적으로 원곡의 제목의 의미까지 변형하여 사용해 가면서 곡의 제목을 지은 이유 또한 이러한 점의 연장선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즉, 紅月-アカツキ-는 말하자면 굳이 Kurenai 한정이 아니라 (CBR님이 말씀하신 대로) 일종의 X JAPAN 전반에 대한 오마주라고 볼 수도 있는 반면에, No Rain No Rainbow는 완전히 Endless Rain이라는 곡 자체에 대한 오마주라는 점이죠.




이 쯤에서 "No Rain, No Rainbow" 음원을, 비록 불완전한 형태이긴 하지만, 가져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좀 더 현대적인 곡 답게, 바이올린 소리가 들어가 있는 점을 제외하면 정말 말 그대로 Endless Rain 같은 피아노 반주와 서정적인 보컬 멜로디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교하게 되면, 사실 어쩔 수 없는 뭔가 한계 같은 걸 느끼게 됩니다. 특히 기타 솔로에서 그 점이 매우 심한데, 물론 이 곡의 기타 솔로도 나쁜 건 아니지만 뭔가 평범하다는 느낌이 납니다. 반면에 Endless Rain의 기타솔로는 완전히 넘사벽 급으로 엄청난 퀄리티를 들려 주고 있습니다. (연주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멜로디의 진행방식과 그로 인한 감정표현에 있습니다) Kurenai의 솔로처럼, Endless Rain의 솔로 또한 X JAPAN이 비단 요란스러운 머리스타일과 잘생긴 얼굴로 여자나 홀렸던 밴드가 아니라,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죠.


결국, 이처럼 직접적인 오마주는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고, 일반적으로 오마주가 원작을 뛰어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뭔가 필연적인 한계 같은 것이 생긴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紅月-アカツキ- 같은 경우는, 물론 Kurenai와 비교하게 된다면 말 그대로 엄청난 차이의 기타 솔로 때문에 Kurenai가 압승하는 결과를 낳게 되지만, 곡의 형식 자체가 Kurenai와는 다소 다르기 때문에 No Rain No Rainbow와 같은 완전히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지 않고 다소간의 독창성을 갖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No Rain No Rainbow는 紅月-アカツキ- 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곡일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선 Endless Rain의 형식과 정서를 거의 비슷하게 가져오면서, 분위기를 밝은 분위기에서 슬픈 분위기로 바꾼 곡이라는 점 자체에 첫 번째 의의를 찾고 싶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들었을 때는 그냥 평범한 발라드라고 할 수도 있는데(실제로 이런 평가를 이 곡을 들은 지인한테 들었습니다), 저처럼 Endless Rain을 좋아하는 사람이 들었을 때는 마치 새로운 버전의 Endless Rain을 들은 것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당연히) 스즈카의 보컬 그 자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스즈카가 토시보다 더 낫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말했다간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에게 끌려가서 죽도록 맞을수도...) 스즈카의 보컬을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특유의 유니크함에 있습니다. 상당한 성량과, 기교가 자제된 깨끗한 목소리와 발성, 특유의 맑고 힘차게 올라가는 진성의 고음, 특히 최근 들어 점점 발전하고 있는 감정표현과 (예컨대 "ヘドバンギャー!!" 에 있어서는 흥분되면서도 비장함과 절제미를 갖추고(라이브 버전 말하는 겁니다), 紅月-アカツキ- 에서는 맑고 서정적이면서도 힘차고 간절한 느낌) 완급조절 등등, 스즈카의 보컬이 그저 그런 흔해빠진 양산형 가수들의 노래와는 달리 그 자체로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카페에 계신 분들이라면 거의 다 동의하실 겁니다.


이러한 점에서, "No Rain, No Rainbow"는 독창적인 가치를 갖는다고 봅니다. 더불어서, 스즈카가 X JAPAN을 오마주할 자격이랄까 능력이 된다는 점 또한 알 수 있습니다. Endless Rain은 평범한 발라드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No Rain, No Rainbow"를 들었을 때 기타솔로를 빼고 생각하면 둘 중에 뭐가 더 나은지 잠시 고민하게 될 정도였습니다.




여튼 개인적으로 여러모로 흥미롭고도 즐거운 비교를 하게 되어 글을 써 봤습니다. 여기까지 근성으로 전부 다 읽으신 분들께 칭찬(?)과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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