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amelch의 Was Called Empire 라이브 영상에 대해
본인이 폭서(Circle of the Tyrants)에 올린 글 펌 (http://cafe.daum.net/extrememetal/BBq0/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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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라이브 영상은 예전에 이 카페에도 올라왔던 거 같은데, 오랫만에 들어봤다가 그냥 간단히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사실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스튜디오 버전을 충실히 따르고(중간에 살짝 실수하는 거 같은데 그런건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크게 할 말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라이브 영상의 독자적 가치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보컬 실력이... 1집 녹음할 당시에 비해 분명 나이를 훨씬 먹었는데도 실력 자체가 훨씬 상승한지라, 오히려 라이브 퍼포먼스가 스튜디오 레코딩보다 훨씬 좋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원래의 보컬녹음 또한 곡을 망치기는 커녕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뭔가 본질적인 차이는 없지만, 최소한 듣기가 더 좋아진 점은 있죠.
그리고 원곡의 프로덕션은 음색이 얇고 날카롭고 뭔가 살짝 저음상실의 느낌도 나면서 답답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 영상은 무슨 정교한 스튜디오 장치와 고품질의 마이크를 사용하여 녹음하고 심각한 음향 작업을 거친 게 아니라 그냥 라이브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한 것에 불과한데도, 훨씬 더 현실감 있는 악기 소리들을 들려줍니다.
물론 라이브라서 현실감이 있는건 당연한 거 아니냐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것은 음질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써, 보통 라이브 앨범들을 들어 봐도 "정말 음질이 좋다" 라고 하는 경우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수준에 거의 근접하는 퀄리티를 뽑아줬을 때에 나오는 소리죠. 스튜디오는 정교한 음향 시설을 갖추고 녹음하기 때문에 라이브는 이보다 좋은 경우가 드뭅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오히려 스튜디오보다 더 낫다는 것이죠.
프로덕션이 감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JP의 언리쉬드 라이브 앨범에 대한 리뷰에도 언급이 되어 있는 걸 봤으니 다시 말할 필요는 없고, 이 경우는 원곡의 프로덕션이 곡의 가치 자체를 훼손하지도 않고 감상에 큰 무리도 주지 않으므로 그닥 큰 효과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낫다는 사실은 여전합니다.
근데 솔직히 위와 같은 것들은 그냥 부차적인 요소들일 뿐이고... 정말로 중요한 것은 코다 부분에 있습니다. 원곡 기준으로 대략 4분 25초 정도를 보면 합창 소리와 함께 새로운 멜로디가 등장하면서 끝나는 걸 알 수 있는데, 이 영상에서는 바로 그 합창소리 이전까지만 연주하고 나서, 코러스 부분을 약간 변형시켜서 다시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불러오는 효과를 보면, 우선 저는 코다 자체를 놓고 봤을 때 원곡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이유는, 코러스의 경우 여기서 굳이 또 반복해야 할 당위성이 전혀 없습니다. 이미 앞 단락에서 완결이 된 부분이고, 비록 영상에서 다소 변형을 거쳐서 곡 마무리에 알맞게 수정했음에도 그것이 음악적으로 뭔가를 플러스 시킨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오히려 원래 등장해야 할 코다 부분을 없애고 앞에 이미 등장한 부분을 반복할 뿐이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더 못한 경험을 하게 만들 뿐입니다.
그런데 이 선택이 아주 결정적으로 구린 것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단 코러스 자체가 충분히 에픽적이라 이를 다소 변형시켜서 곡 마무리로 사용함에 있어서 원곡의 에픽성을 상실시키지 않으며, 이 부분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비록 원곡의 코다가 점점 고조되는 기타 연주와 이에 보조를 맞추는 합창소리가 클라이막스를 이루며 강하게 질주하듯이 끝남으로써 곡의 에픽성을 더욱 증대시키긴 하지만, 따라서 이 부분을 상실함으로 인해 그러한 플러스 효과도 사라졌긴 하지만, 최소한 마이너스 까지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이 라이브임을 염두에 둘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라이브라고 해서 굳이 원곡의 코다를 따르지 않아야 할 필요가 전혀 없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보지만, 라이브는 보통 집에서 하는 것처럼 정교한 감상이 힘든 상황이고, 또한 밴드의 공연을 감상함으로써 고조되는 "분위기"를 염두에 둘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코러스를 반복하는 행위는, 즉 곡의 중추적 부분을 반복하는 행위는 라이브에서 연주를 감상하는 데 있어서 안정감을 더해 주며, 고조된 분위기에 맞춰 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퍼포먼스적인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또한 한편으로 라이브 (앨범)에서의 퍼포먼스적인 부분의 의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순수하게 음악 감상적으로 보면 별 의미는 없고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라이브라는 상황을 놓고 볼 때에는 좀 더 실제로 밴드를 눈 앞에 두고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연주를 감상한다는 기분을 충족시키게 합니다.
이러한 점이, 상당수의 밴드들이 라이브에서 연주할 때 원곡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다소 변형을 거치는 행위의 요인 중 하나를 차지한다고 봅니다. 훌륭한 라이브는 원곡과는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오크킹님이 리뷰에서 언급하셨는데, 위와 같이 원래의 코다를 삭제하고 코러스를 반복하는 행위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코다를 그대로 재현했을 경우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들을 만한 가치가 있겠지만, 이 영상 또한 나름대로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순수 음악적으로는 원곡보다 다소 못할 수 있지만, 원곡보다 음악적으로 뛰어나지 않음은 원래의 코다를 재현한 경우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큽니다. 또한 앞서 말한 상당히 향상된 보컬 실력과 현장감있는 연주는 영상을 감상하는 시간을 아깝지 않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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