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들이 허접스런 곡을 듣고 느끼는 감동과

곡을 들을 줄 아는 놈들이 좋은 곡을 듣고 느끼는 감동이 똑같을까?

 

음악은 좀 추상적이라서 이해하기 힘드므로, 소설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니까 존나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등 트루 노블이 있는 반면, 예컨대 베르나르베르베르나 무라카마하루키 같은 존나 병신 소설이 있고, 심지어 판타지 소설(물론 톨킨같은거 말고 존나 병신들)이 있는데

 

이 경우는 음악(특히 메탈)과는 좀 다른게, 병신 소설, 특히 판타지를 보는 놈들은 판타지가 셰익스피어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물론 심지어 셰익스피어 책을 도서관에서 아예 꺼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경우도), 이거는 자기가 병신 무협지를 읽는 동안에도 이것보다 더 위대한 진짜 소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무라카마 하루키나 읽는 놈들은 아마 모를 수도 있다. 예컨대 1Q84같은거나 읽으면서 1984는 읽어 보지도 않고 심지어 저런 소설이 존재한다는 것 조차 모르면서 무라카마하루키가 심지어 위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쨋든 간에, 병신 무협지들은 너무 쓰레기같아서(마치 메킹에서도 욕하는 개쓰레기 뉴메탈 팝메탈 같은 느낌?) 도저히 그 예를 상상할 수가 없긴 하지만, 여튼 병신 소설 중에서도 나름대로 있어보이는 척 하고 감동을 주려는 척 하는 소설이 있게 마련이다. 그 중에는 심지어 읽는 이의 주관적 감성에 따라서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존재한다. 극단적으로, 예전에 소라넷 성님의 소설을 읽어 봤는데, 분명 야설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흡인력이 있으면서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그걸 읽은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 이정도는 야설이 아니라 예술이라는둥 초감동이라는둥 하는 것들이 많았다.

 

여튼 병신 소설 중에서 표면적으로 있어보이는 척 하고 뭔가 감동을 주려는 척 하는 소설을 읽고, 수준 떨어지는 독자가 주관적 감성에 의해 진짜 큰 감동을 받았다면, 이 감동이 톨스토이를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과 적어도 객관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에 있어서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저런 병신 독자들은 톨스토이를 읽으면 아무것도 못 느낄 수도 있다.(반대로, 책을 읽을 능력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책이 있는지 몰라서 병신 책이나 보고 있을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적어도 그 사람에 한해서만큼은 톨스토이보다 무라카마하루키가 더 나을 수도 있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돼지는 아무리 좋은 진주목걸이를 줘도 그 가치를 알지도 못하며 그냥 흙바닥에 뒹구는 것을 더 좋아할 거다(물론 이건 사실이 아니다. 그냥 인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극히 인간 주관적인 것일 뿐이다. 다만 나는 속담을 언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톨스토이를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 난 존나 부끄럽다. 내가 저런 사람이라고 결코 생각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되려면 공부를 훨씬 더 많이 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이 위대한 소설을 읽으며 느끼는 감동과, 병신이 무라카마하루키나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이 동일한가?

 

일단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은 듯 하다. 감동에도 깊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하루키가 줄 수 있는 감동이 0.1이고, 톨스토이가 줄 수 있는 감동이 100이라면, 하루키를 아무리 열심히 읽고 감동을 느껴 봐야 0.1이고, 톨스토이를 제대로 읽으면 100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물학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에 의하면 어떨까? 감동이라는 건 뇌하수체에서 호르몬이 분비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인터넷 찾아보니 다이돌핀이라는 호르몬이 있는데,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같은 양의 호르몬이 분비되면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같은 양의 감동을 느낀다는 말이다. 만약에, 누가 하루키를 읽으면서 호르몬이 100이 분비되었고(여기서 100은 최대치라고 가정해보자), 한편으로 누가 톨스토이를 읽으면서 호르몬이 100이 분비되었다면, 적어도 책 자체를 놓고 보면 분명 후자가 훨씬 큰(0.1 vs 100) 감동을 받아들인 것 같은데, 육체적으로 보면 똑같은 호르몬 양이 분비됨으로써 느끼는 감동이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거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내가 아까 쓴 글과 관련이 있다. 즉, 난 분명히 예전에 감마레이 등을 들으면서 엄청난 감동을 느꼈었다. 그건 결코 꾸며낸 것도 아니고, 착각하는 것도 아니고, 강요된 것도 아니고, 순전히 진짜였다. 그것도 대충 대가리나 흔들고(난 무조건 헤드뱅잉만 하는 걸 존나 안 좋아한다) 1회성인 쾌락만을 얻는 그런 감동이 아니라, 정말 눈물 흘릴 정도의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나중에, 그보다 훨씬 좋은 음악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는 거다. 정말로 차원이 다른 음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걸 들으면서 정말로 차원이 다른 듯한 감동을 받았다. 뒤통수를 존나게 얻어맞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렇게 엄청난 것이 존재하는구나.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건 옆에 갖다 대지도 못하는구나. 다 병신이었구나.

 

그리고 나서, 물론, 난 또 내가 여태껏 듣던 음악을 다시 들어봤었다. 그만한 감동이 절대 두번다시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티코 몰다가 벤츠 몰고나서 다시 티코 타는 것 같은 정도의 차이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이건 대체 뭐란 말인가?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거다.

 

일단 하나 생각해보면, 내 주관적 감성에서 예전에 병신곡을 들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좋은 곡을 들으면서 느끼는 감정 상에 차이점을 비교해 보면, 한 가지 큰 차이점이 눈에 띈다. 그건 음악 불감증인데, 멜스메를 존나 듣다 보면 음악 불감증이 올 때가 많다. 이건 아마 에소테릭이 말한 무분별한 음악 청취와도 관련이 있는 듯 한데, 그것과 더불어서 곡의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너무 똑같고 뻔해서 그렇기도 한 듯 하다.

 

예컨대 내가 예전 존나 혈기왕성한 중2때 프루나에서 야동을 날을 잡고 존나 미친듯이 다운을 받아 봤다. 그리고 다 보는데, 그거 다 보고 나서 거의 1년인가 2년 이상 야동을 안 봤다. 죄의식이나 뭐 그딴 게 아니라, 질려서다. 진짜 결국엔 다 똑같기 때문에, 결국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이걸 보면 한편으로 야동이 청소년에게 그리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좋은 노래는 불감증따위 없다. 내가 지금까지 베토벤 비창소나타만(특히 1악장) 그것도 바렌보임 연주만 과장 좀 보태서 50번은 넘게 들었는데(아닌게아니라 이제 100번쯤 되어가는 것 같다. 아마 내년쯤엔 100번 넘을지도) 불감증? 그딴거 없다.

 

그니까 일단 불감증은 제외하고, 그 순간 느끼는 감정 그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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