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딕 파워 메탈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고질적 문제점
요즘 많은 글을 구상하고 있는데 막상 싸지방에서 쓰려고 하니 귀찮아서 못 쓰겠다..(주로 메탈의 정의나 개독교와 관한 글들)
여튼, 멜로딕 파워 메탈은 다른 말로 멜로딕 스피드 메탈이라고도 하고, 아예 그냥 멜로딕 메탈 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장르로서, 헬로윈, 스트라토바리우스, 랩소디 등의 밴드들을 말한다.
주로 듣기 쉽고 귀를 잡아끄는 멜로디와 거부감이 안 드는 말랑말랑한 사운드를 통해 메탈 입문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지만, 메탈을 많이 듣다 보면 어느샌가 멜로딕 메탈을 안 듣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애초에 "멜로딕" 메탈이라는 게 그런 식으로 만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까딱하면 유치한 곡 분위기를 내게 된다. 이는 랩소디나 감마레이, 헤븐리 같은 밴드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랩소디는 별로 말할 게 없고, 감마레이는 Land of the free 일부 트랙, Somewhere out in space 전곡, powerplant 일부, No world order 대부분, Majestic 대부분, Land of the free II 거의 대부분, To the metal 거의 대부분 이러한 문제점을 보이고(써 놓고 보니까 이건 뭐 4집 이후 다 그렇네 ㅡㅡ;;), 헤븐리도 Carpe diem이나 Sign of the winner 등의 트랙에서 그러한 문제점을 볼 수 있다. 이들 밴드만 그런 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멜파메 계열에서 곡 분위기를 잘못 만들어서 듣기 좋은 멜로디에만 치중하다가 유치한 곡을 만드는 현상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곡 구성이 뻔하고 단순하다. 거의 대부분이 절-후렴 반복 구성으로 되어 있다. 물론 길이가 긴 곡이나 일부 특이한 곡의 경우 안 그렇지만, 거의 모든 곡이 절-후렴-절-후렴-솔로-후렴 이러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는 대중음악에서 거의 단골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이다. 물론 다른 장르의 곡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이지만, 멜파메는 이러한 구성의 곡 중에서도 특히 단순하다는데 그 문제가 있다. 절-후렴 반복을 하면서도 충분히 변화와 개성을 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멜파메는 왠만한 앨범들의 경우 거의 다 뻔하게 반복한다.
세 번째로, 멜로디에 목숨건다. 이는 멜로딕 메탈이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인데, 그러므로 이는 장르 자체적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약점이다. 멜로디에 목숨을 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교한 리프라던지 하는 문제보다는 보컬 파트의 명료한 멜로디 혹은 리드기타의 멜로디 따위에 더 치중을 한다. 그러므로서 곡은 단순해지고, 뭐가 나올지 뻔해지고, 다 비슷비슷해진다. 심지어 그 멜로디라는 게, 대부분 밴드들의 경우 다 전형적인 것들이라서 처음 듣는 곡도 어느 멜로디가 나올 지 어느 정도 예측이 될 정도다(특히 스트라토바리우스)
네 번째로, 리프가 너무 약하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것과 비슷한데, 보컬만 치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밴드 연주는 약해지는 면이 있다. 메탈이라는 음악은 실제로 리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멜스메에서는 리프가 거의 보컬 파트를 받혀주는 배경음악 정도로밖에 기능을 안 하는 곡이 부지기수이다. 물론 가끔가다 좋은 리프가 나오기도 하는데, 역시 보컬의 파워 때문에 그 힘을 잃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럼으로서 밴드음악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지고, 전형적인 팝에 가깝게 된다.
다섯번째 문제점은 네 번째와 비슷하다. 다른 메탈 장르의 앨범을 들어 보면 정교한 리프를 통해 밴드 악기들의 연주가 곡을 구성해 나가고, 보컬은 이들 악기의 일부분이 되어서, 즉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악기들과 융합이 되어서 조화롭게 곡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경우 보컬이 혼자 오바해서 밴드 연주를 죽이거나 약화시키는 일이 없다. 그런데 유독 멜로딕 메탈은 보컬이 주가 되는 바람에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특히 후렴구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안 그런 곡도 많지만, 거의 절반 이상, 2/3 이상의 곡들을 들어 보면, 처음 시작부분과 절 부분에는 강렬한 메탈 리프를 선보이다가, 갑자기 후렴구가 되면 완전 맥이 빠져서 단순히 한 두 가지 음만 내는 현상이 일어난다. 전혀 메탈이라고 볼 수 없는, 아니 아예 기타 연주를 한다고 볼 수 없는 음을 내는 것이다. 이는 보컬 멜로디를 부각하기 위한 현상이다. 보컬이 주가 되어서, 귀를 확 끄는 멜로디를 후렴구에 내보내다 보니, 이 멜로디를 부각하기 위해서 기타 연주가 갑자기 실종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후렴구가 끝나면 다시 연주가 시작된다. 멜스메를 들으면서, 흥겹게 헤드벵잉을 하다가 갑자기 맥이 확 빠지는 느낌이 든다면, 십중팔구 이러한 현상 때문이다.
여섯 번째로, 질린다. 이는 듣기 쉬운 멜로디에 치중한 나머지 벌어지는 일인데, 쉽게쉽게 곡을 접하고 듣다보니 결국 그 나물에 그밥인지라 쉽게 질려 버리는 것이다. 곡 단위로도 쉽게 질리고, 앨범 단위로도 쉽게 질리고, 나중 가면 모든 멜파메 계열을 휩쓸어도 다 그저 그런지라 결국 장르 자체에 질려버린다. 멜스메로 입문한 사람이 몇년간은 멜스메를 잘 듣다가 결국 죄다 다른 장르로 넘어가 버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일곱 번째로, 너무 대중적이다. 대중적이라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음악이고, 쉬운 음악이고, 깊이가 얕은 음악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넓고 얕다. 겉으로 보기에는 멋있고 뭔가 있어 보이는데, 정작 들어가 보면 별거 없는 것이다. 깊고 진지한 예술을 선보이는 정통 장르의 노래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데, 멜로딕 메탈은 들으면 들을수록 뻔하다. 또한, 대중적으로 음악을 만들다 보니 너무 흥겹고 밝고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의 노래들이 많다. 그럼으로서 메탈의 본질 중 하나인 어둡고, 무겁고, 강렬하고, 극적인 요소들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듣다 보면 이게 메탈인지, 그냥 연주 빡세게 하는 팝인지 모를 때가 많다.
멜로딕 메탈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봤다. 이걸 읽고 동의 못 할 멜로딕 메탈 팬들이 많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멜로딕 메탈 좋아한다. 멜스메를 통해 메탈에 입문했고, 지금까지도 제일 즐겨 듣는 장르 중의 하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과 객관적인 음악적 면과는 차이가 있다. 나는 멜로딕 메탈을 좋아하기 때문에 멜로딕 메탈을 엄청 많이 들어봤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모든 곡들이 전부 다 저런 문제점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 저 중에 일부가 해당되는 정도고, 7개 다 해당되는 일은 비교적 적다. 특히 사람들이 명곡이라고 부르는 곡들은 정말 음악적으로 수준있는 곡들이 많다. 특히 개인적으로 내가 듣기에는 주로 대곡 스타일의 곡들이 그러했는데, 아무래도 밴드의 역량을 집중해서 만들다 보니 음악적으로 가치있는 곡들이 나오게 된 거 같다. 대곡 말고도 음악적으로 뛰어난 곡들도 충분히 많다.
그러나 그러한 곡들이라고 해서 위의 문제점들을 다 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일부 명곡만 듣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다. 물론 수준 높은 밴드들은 위의 문제점에 상관없이 듣기 좋은 양질의 음악들을 들려준다. 나도 그런 수준 좋은 밴드들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멜스메 듣지 말아라" 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러한 문제점은 엄연한 사실이고,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글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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