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마우스에 대한 간단한 생각
마우스의 분류는 어떻게 될까? 크게 보면 사무용(혹은 일반) 마우스와 게이밍 마우스로 나뉘고, 또 휴대용 마우스와 비 휴대용 마우스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대다수의 게이밍 마우스는 비 휴대용 마우스이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저렇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눠야 할 것이다.
게이밍 마우스의 경우, 센서의 고급화를 대표적으로 전체적인 형상이나 무게의 배분, 기타 편의기능 등등 게임을 할 때 조작을 더 쉽고 정확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두는 제품군이고, 일반 사무용 마우스는 그냥 기본적인 기능만 갖춘 것에서부터 여러 가지 버튼이나 무한휠 등을 장착하고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갖추는 등 고급형 제품들까지 다양하게 분포한다.
그러면 이제 무선마우스를 살펴보자. 사실 무선마우스는 얼핏 생각하기에 휴대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거의 모든 휴대용 마우스는 무선 마우스이다. 유선을 휴대한다는건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의 절대다수의 무선마우스는 휴대성에 초점을 맞추고 나온 마우스이다. 블루투스 기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동글 형태더라도 마우스 내부에 동글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또 대부분 크기가 매우 작은 편이고, 그립감이나 클릭감 등은 별로 좋지 않지만 대신 휴대하기 좋게 무게가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 간다.
그러나, 모든 무선마우스가 휴대용인 것은 아니다. 사실 마우스라는 것은, 선이 달려있으면 "무조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전화기나 이어폰과도 마찬가지인데, 손 또는 신체 어느 부분에 쥐거나 착용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종류의 물체는 선이 달려 있으면 (무선에 비해) 무조건 불편하다. 따라서, 휴대성과는 별개로 "편의성"을 위해 무선으로 만들어진 마우스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대표주자가 내가 현재 쓰고 있는 로지텍 MX Master 2s이다. 이 제품은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데다 동글 수납공간조차 없어서 휴대하기엔 좀 불편하다. (다만 배터리도 오래 가는 편이고, 블루투스 기능은 있기 때문에 아예 못쓰는 건 아니다.) 이 제품이 추구하는 포지션은 명확하다. 사무실 등에서 책상 위에 항상 올려져 있으면서, 선 때문에 작업시에 거추장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무용 무선 마우스의 경우, 휴대용이 절대 다수이긴 하지만 비 휴대용 마우스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게이밍 마우스는 어떨까? 사실 무선 기술로는 게이밍을 위해 높은 폴링레이트와 높은 DPI 등 고스펙을 구현하기 쉽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무선의 경우 딜레이 문제도 발생하고, 폴링레이트 등을 높게 설정할 경우 그만큼 배터리도 빨리 닳는 문제가 있다. 게이밍 마우스를 무선으로 만드려면, 이 단점들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에는,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모델들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역시 마찬가지로 내가 쓰고 있는 로지텍 G703이다. (어쩌다 보니 죄다 로지텍만 쓰고 있다.) 무선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딜레이나 끊김을 느낄 수 없고, 성능 또한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상위권은 맞다. 배터리도 최대 30시간은 가므로 게임할때 배터리가 끊길 문제는 별로 없다. 무엇보다도, 마우스 번지 등의 거추장스러운 물건 없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마우스를 휘두를 수 있으므로, 편의성은 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델은 당연히 휴대용은 아니다. 블루투스 기능도 없고, 동글 수납공간도 없으며, 배터리도 다른 몇개월씩 가는 무선마우스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 물론 갖고 다니라고 하면 못할 것은 없지만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게이밍 무선 마우스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이고, 즉 이 제품들은 휴대성보다는 책상 위에서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디어가 좋은 일부 사람들이 기막힌 생각을 하나 해냈다. 바로, "마우스는 무선이어야 하지만 마우스 패드도 무선이어야 할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마우스 패드를 무선마우스용 충전패드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바로 이 아이디어에 기반해서 나온 제품이 로지텍 파워플레이이다. 유선 마우스패드이지만, 마우스패드는 손에 쥐고 움직이는 물건이 아니라 책상 위에 가만히 고정되어 있는 물건이므로 무선일 필요가 없다. 데스크탑 전용 유선 키보드가 그리 불편하지 않은 이유와도 같다. 즉, 무선이어야 편한 마우스는 무선으로 하고, 유선이어도 상관없는 마우스패드를 유선으로 연결함으로써, 둘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도록 만든 물건이다.
그렇다. 지금 이 글은 로지텍 파워플레이를 찬양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쓰면 쓸수록 이건 현재 시점에서 비 휴대용 무선 마우스 기술의 완성에 가깝다. 충전기능과 무선 송수신 기능을 한번에 처리함으로써 컴퓨터에는 USB 단자 하나만 연결하면 되고, 마우스 또한 배터리가 떨어질 때마다 일일히 충전단자를 연결할 필요가 없이 그냥 알아서 자동으로 충전이 된다. 물론 마우스 패드 위에 있어야만 충전되지만, 어지간한 저감도가 아닌 이상은 부족하지 않은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또 입력의 경우 반드시 패드 위에 있어야 무선 송수신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잠깐 떨어져서 사용한다고 해도 별 문제가 없다.
이 제품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 뿐이다. 난 해외 직구로 13만원쯤에 샀지만, 정가는 19만원이 넘는 미친 금액을 자랑한다. 그정도 가격값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아무튼간에 어쨌든 구할 수만 있다면 정말 편한 물건임이 틀림없다. 난 앞으로 마우스를 바꾸더라도, 파워플레이가 지원되는 마우스를 구매할 생각이다.
그리고 이 제품을 쓰다 보니, 한가지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로 로지텍의 사무용 라인업, MX 계열 마우스들은 파워플레이 같은 것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MX 마우스들은 배터리가 꽤 오래 가는 편이므로 굳이 필요 없을지 모른다. 실제로 나는 MX Master 2s를 쓰면서 거의 40일에 한번 정도밖에 충전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파워플레이 같은게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지원을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로지텍 G703이나 903, 프로 와이어리스 같은걸 굳이 게임용이 아니라 사무용으로도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무실에 파워플레이를 갖다놓기도 한다고 한다. 다만, 해당 마우스들은 게임용으로는 MX 시리즈들보다 훨씬 좋지만, 사무용으로는 MX 시리즈에 비해 좀 부족하고 불편한 점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사무용 무선 마우스들 중에서도 비 휴대용 마우스들이 충분히 존재하는 만큼, 파워플레이 같은 제품이 등장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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