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 백업) 쿼드비트3 사용기 (er4p/s, 포낙 pfe012+회색필터와 비교 청음)

(본인이 시코 사용기 게시판에 올린 사용기 백업. http://www.seeko.co.kr/zboard4/zboard.php?id=review&no=27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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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다음부터 절대로 포낙 갖고 사진 안 찍어야겠네요. 탱탱거리는 선재가 정말 최악..)

 

이번에 시코 댓글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쿼드비트3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쭉 비교하면서 들어봤고, 그 소감을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어제 이어폰/헤드폰 게시판에 간단한 소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http://www.seeko.co.kr/zboard4/zboard.php?id=forum_etc2_1&no=143482)

 

우선 제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이어폰은 er4p와 p to s 변환잭을 이용한 er4s, 그리고 포낙 pfe 012+회색필터입니다. 이어팁은 쿼드비트3의 경우 ue700용 실리콘팁 소형, 포낙은 포낙 기본 실리콘팁 중형, 알포는 슈어 총알팁(PA910) 소형입니다.

 

시작하기 전에 일단 비교대상 이어폰의 특징을 살펴보자면, 제 귀로 청음해본 결과 er4p의 소리가 가장 중립적으로 들렸습니다. er4s는 er4p에 비해 살짝 소리가 밝게 변하고 (즉 p는 좀 더 따뜻하게 들리고 s는 좀 더 밝아짐), 고음양이 실제 소리보다 약간 더 많은 듯이 느껴졌습니다.(다만 곡에 따라 다를 수 있음) 포낙은 중저음이 알포보다 더 많고, 극저음은 비슷하고, 고음에서는 찰랑거리는 소리를 위해 살짝 착색이 들어간 인상을 받았습니다.

 

 

 

 

 

1. 외관 및 착용감, 차음성 및 터치노이즈

 

이 부분에서는 제일 먼저, 쿼드비트3의 가장 큰 단점과 함께 제가 왜 ue700 실리콘팁으로 바꿔서 청음했는지를 설명하겠습니다. 쿼빗3를 사면 기본적으로 중형팁이 한 쌍 꽂혀 있고 소형팁이 여분으로 주어지는데, 이 팁은 진짜 허접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천원에 몇 개씩 들어있는 중국산 막장 이어폰팁같은 느낌입니다.

 

기본적으로 제 귓구멍에는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더군요. 심각하게 흐물거리고, 귓구멍에 제대로 안착도 안 되고 밀착도 안 되고, 심지어 크기조차 맞지 않습니다. 참고로 ue700 소형팁은 쿼드비트3 기본팁 중형보다 작고 소형보다 약간 크더군요.

 

암튼 그래서 저는 이 기본팁으로는 도저히 제대로 된 청음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제가 갖고 있던 팁 중에 호환되는 걸 찾아보니, ue700용 이어팁이 딱 맞더군요. 혹시 모르겠는데, 기본팁이 귀에 잘 맞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냥 기본팁 쓰시면 될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호환 이어팁을 찾아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제가 보유하고 있던 호환팁에는 기본 실리콘팁과 컴플리팁이 있는데, 컴플리팁 사용시에는 저음이 훨씬 더 늘어나면서 푹푹 퍼지는 느낌이 나고, 고음은 더욱 줄어들고, 중음은 더 잘 안들리게 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별로 안 좋습니다. 따라서 컴플리팁 같은 폼팁은 그닥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컴플리팁을 쓰시겠다는 분들을 위해 팁을 좀 드리자면, 손으로 압축시킬 때 먼저 노즐 앞부분에 있는 폼을 이어폰 방향으로 눌러 준 다음 옆부분을 눌러서 착용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착용시에 노즐 앞부분의 폼이 팽창하면서 소리 통로를 막아버려서 아주 안 좋은 소리가 납니다)

 

이어폰의 크기는 포낙이나 알포에 비해 큰 편입니다. 다행히 노즐이 적절하게 휘어져 있어서 좀 낫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소 불편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착용시에 밀착이 잘 안될 경우 귓바퀴 뒤쪽을 잡아당기면 좀 더 수월히 착용이 됩니다.

 

착용시에는 포낙에 비해 좀 불편할 수 있는데, 착용 후에는 오버이어형이 아닌 관계로 좀 더 편합니다. 특히 침대에서는 포낙보다 더 편하더군요.

 

이 이어폰은 유닛 크기가 크기 때문에, 포낙처럼 귓구멍 바깥쪽에 걸치듯이 착용이 됩니다. 필연적으로 차음성이 매우 낮습니다. 옆에서 누군가가 말하고 있다면, 소리 크기를 웬만큼 올리지 않는 이상 다 들립니다. 뭐 이 부분은 깊게 착용되는 이어폰들에 비해 필연적인 단점으로 보입니다. 얕게 착용되는 다른 이어폰들과는 비슷할 것 같네요.

 

터치노이즈는 평범한 편입니다. 딱 이런 종류의 이어폰의 평균 정도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셔츠클립이 있다면 더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기본 제공되지는 않습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만한 부분이, 필터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비록 필터 교체형은 아니지만, 싸구려 이어폰들에 보이는 단순 철망 구조나 소니 커널형 같은 솜쪼가리가 아니라 꽤 촘촘하고 튼튼해 보이는 필터가 들어 있습니다. 유지 관리의 면에서 그러한 이어폰들보다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2. 소리 특징

 

한 줄 요약: 이거 물건이다.

 

이 이어폰은 기본적으로는 저음형 이어폰입니다. 그런데 저는 장담해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보통 싸구려 저음형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저음은 그저 펑퍼짐해서 벙벙거릴 뿐이고 그 벙벙거리는 소리가 중음역을 다 마스킹해서 안 들리고 고음은 나오지도 않는 그런 이어폰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됩니다.

 

심지어, 슈퍼파이 5% 같은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는 고음불가형 이어폰들보다도 훨씬 낫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저음이 많긴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타 음역대의 마스킹을 최소화시켰습니다. 중저음보다 극저음이 더 나오는 세팅을 한 덕분에 저음이 충분히 양감 있게 몰아치면서도 마스킹이 덜 일어납니다.

 

또한, 저음형이라고 저음만 나오는 게 아니라 중음과 고음도 충분히 잘 나와 줍니다. 이 점은 특히, 저음이 상대적으로 적은 피아노 발라드 같은 곡을 들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정말 깔끔하고 담백한 소리가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저음만 나오는 이어폰이라기보단 올라운드 밸런스형에 저음을 더 추가한 이어폰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게다가, 저가형답지 않게 저음의 밀도가 나름 탄탄합니다. 킥드럼을 들어보면 타격감이 나름 확실하고, 특히 베이스기타 소리가 정말 발군입니다. 비교대상의 다른 이어폰들에 비해 베이스 소리를 훨씬 실감나게 들려줍니다. 충분한 저음 양감+적절한 밀도 있는 소리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베이스 연주 위주의 곡을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해상력은 아주 칼 같은 해상력은 아니지만 저가형 중에서는 단연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말씀드린 마스킹을 최소화한 저음과, 충분히 나와주는 중음-고음 덕분인 것 같습니다.

 

위에 링크건 글에도 쓴 것처럼, 전체적으로 스피커 같은 소리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충분히 깊게 울리는 느낌이 나는 저음과 따뜻한 느낌의 음색, 적절히 나와 주는 중음과 고음, 그리고 BA 이어폰들보다는 약간 낮은 해상력과 응답성까지... 특히 BA의 인위적인 느낌이 싫다고 하시는 분들에게는 거의 종결급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3. 비교 대상 이어폰들과의 비교

 

우선 비교 대상 이어폰중 가장 중립적인 er4p와 비교해 보면, 전체적으로 저음의 양감과 울림을 추가하고 대신 중음의 명료도를 약간 빼고 해상력을 좀 낮추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일단 저음은, er4p의 경우 약간 빠져 있는 것처럼 들리는 데 비해 쿼드비트3는 훨씬 양이 많고 깊은 소리가 납니다. 또한 칼같이 반응하는 er4p와 달리 약간 울림 있는 부드러운 소리가 납니다. er4p가 딱 녹음되어 있는 소리 정보만 그대로 기계적으로 출력하는 느낌이라면, 쿼드비트3는 여기에 자연스러운 울림을 추가한 듯한 느낌입니다.

 

고음은 er4p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사그러드는 느낌이 난다면, 쿼드비트3는 포낙과 같은 약간의 착색이 느껴집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착색이 특징인 이어폰들마냥 심한 착색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 듯이 느껴집니다. er4s랑 비교하면 고음의 양은 더 적게 들립니다.

 

er4p가 킥과 스네이와 하이헷이 비슷비슷하게 들린다면, 쿼드비트3는 킥이 더 앞으로 나오고, er4s는 하이헷이 더 앞으로 나오는 느낌입니다.

 

포낙이랑 비교하자면, 포낙도 중저음은 꽤 나와 주는 편입니다. 그러나 쿼드비트3는 양감이 좀 더 많고 극저음이 좀 더 깊게 들립니다. 포낙도 저음이 울리는 느낌이 살짝 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알포처럼 정확성을 더 추구하는 느낌인데, 쿼드비트3는 소리가 더욱 울리고 풍부하게 들립니다.

 

포낙의 고음은 찰랑찰랑거리는 착색의 느낌이 다소 있습니다. 양 자체는 er4p보다 좀 더 많이 들리고 s랑 비슷하게 들리는데, s의 자연스러운 고음 처리와는 다소 차이가 느껴집니다. 쿼드비트3와 비교하면 고음의 양은 포낙이 좀 더 많고, 자연스러움은 비슷비슷하거나 쿼드비트3가 약간 더 나은 느낌입니다.

 

중음은 포낙이나 쿼드비트3도 괜찮은 편이지만 er4p/s가 훨씬 더 뛰어납니다. 보컬 소리는 가장 앞에서 들리고, 질감 또한 세 이어폰 중 가장 뛰어납니다. 특히 기타나 피아노 소리의 사실성과 높은 해상력은 약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er4p/s가 높습니다. 쿼드비트3는 비록 저음의 마스킹을 최소화시켰다고 하지만 그 양감 때문에 아무래도 마스킹이 좀 느껴집니다. 다행인 점은, 포낙과 비교했을 때 그 정도가 심하거나 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해상력은 포낙이나 쿼드비트3가 약간 막이 느껴지는 소리인 반면에 er4p/s는 칼 같은 해상력을 들려줍니다. 특히 s가 약간 더 높은 듯한 느낌입니다. 쿼드비트3와 포낙을 비교해 보자면, 놀랍게도 그닥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포낙이 약간 더 좋기는 하겠지만, 그리 많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리의 자연스러움은 쿼드비트3가 더 낫습니다. 특히 중음은 쿼드비트3가 좀 더 자연스럽고 좋게 들렸습니다.

 

정리하자면, 소리의 전체적인 해상도와 자연스러운 중고음 처리는 er4가 가장 낫고, 특히 보컬이나 기타, 피아노 등등의 소리에서 가장 나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포낙과 쿼드비트3의 해상력은 비슷비슷하고, 쿼드비트3가 좀 더 깊고 울림 있는 저음 소리를 들려주고, 좀 더 자연스러운 중음을 들려줍니다. 반면에 고음의 양은 포낙이 조금 더 많습니다. 포낙의 음선이 가늘다는 말이 종종 나오는데, 쿼드비트3는 적당한 느낌입니다.

 

 

 

 

 

결론: 제가 듣기에는 포낙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알포보다는 좀 낮은 점수지만, 알포에는 없는 깊고 울림 있는 저음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교우위를 지니는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는데, 알포나 포낙이랑은 달리 음감시에 귀에 피로가 더 많이 쌓입니다. 아무래도 저음양이 훨씬 많아서 그런 것 같은데, 보통 볼륨을 맞출 때 보컬소리를 기준으로 맞추는 걸 생각해 보면(저는 그렇게 맞춥니다), 실제로 고막에 전달되는 에너지량은 포낙이나 알포보다 쿼빗3이 훨씬 클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포낙이나 알포를 들을 때는 오래 들어도 피곤함이 없이 상대적으로 편안했던 반면에(물론 제일 편한건 er4p), 쿼빗3는 상대적으로 귀가 다소 피로해지고 머리도 살짝 울리는 느낌이 드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오래 들을 때는 좀 더 주의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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