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기독교가 타락하지 않고 좋은일만 했다면 내가 기독교를 믿었을까?

사실 이 문장은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 종교의 기본 성질중에 하나가 배타성이고, 특히 기독교는 내집단 도덕에서 출발한 히브리 민족의 전통 신앙이다.(사실 이걸 그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우리 한반도에서 믿는다는 거 자체가 아주 웃긴일이다. 실제로 신약성경에도 보면 예수가 자기 스스로 "나는 히브리 민족만을 구원하기 위해 왔다"라고 말한다) "기독교가 타락했다" 라는 말 자체가 우리가 종교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신뢰감을 표출하고 있고 그것을 좋게 생각하면서 동시에 종교에 특별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많은 사람들이 개독교 개독교 하면서 비난하는 것들은(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 어느 특정 개인의 범죄와 관련된 것이다. 사실 그것은 종교와는 무관하게 그 개인 자체로서 존재한다. 목사들이 신도들 성추행을 많이 한다고 해서 기독교 교리에 성추행이 연관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그것이 "종교와 도덕" 사이에 어떠한 추론 요소를 제공한다고 보기도 힘들다.) 사실 그 종교 그 자체로서의 속성일 뿐이다. 스스로를 "올바른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부 잘못된 기독교인" 때문에 교회가 욕을 먹는다고 주장하지만, 만약 실제로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는 자기가 믿는 종교에 대해서 충분히 잘 알고 있지 않는 것이 틀림없다.(http://weirdsoup.tistory.com/236 참조)

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만약에 그 자체적인 속성마저 무너뜨리면서 인간의 기본 도덕 원칙과 사회적 기준과 기대에 부합하는 올바른 행동을 하고 목사들은 다 착한 사람들이고 인본주의적인 사랑과 정의를 위해 힘쓴다면 어떨까? 물론 이것은 이미 앞선 문장에 나타난 대로 모순적이지만, 겉모습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많은 "대중"들은 기독교가 좋다고 생각하고 믿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별로 믿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종교는 무지를 먹고 자란다. 지금 종교의 힘이 상당히 약화된 것은 인간 지성의 보편적 정도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예시로 들어 보고자 한다. 나는 5살 때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내 꿈은 어릴 적부터 과학자였고, 아버지와 함께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면서 상식과 합리성과 의문 제기를 통한 비판적 수용에 대해 익히며 자라왔다. 초등학생밖에 안 된 내 수준으로 생각하기에도, 성경책에 나온 거의 모든 이야기들은 모순투성이며 비과학적이고 전혀 말도 안 되고 앞뒤가 맞지 않는, 그야말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아류가 아니라 3류에도 못미치는 허접스러운 소설이었다.

난 그래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했다. 나중에는 심지어 기도도 하지 않았다. 나 자신이 그것을 알지 못하겠는데, 알지도 못하는 대상에게 기도를 해서 뭣하겠는가? 초등부 중등부 선생님들과 심지어 전도사들이 내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쩔쩔매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고 난 비웃음을 던지며 교회 다니는 것을 그만두게 되었다.

누구는 믿고, 누구는 믿지 않는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극히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며, 실제로 이러한 방법을 우리 주위의 수많은 교회 안다니는 사람들이 구사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신은 없고, 상식적으로 교회 다니는 것은 별반 의미없고, 상식적으로 기도는 아무 쓸모없고, 상식적으로 성경은 모순투성이이고, 상식적으로 기독교 교리는 쓰레기다. 그러나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모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무신론자이다"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저 말은 반만 맞다. "종교를 가지지 않는다"와 "무신론자이다" 라는 것은 다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의 한계는 바로 이런 점에 있다. 이 방식은 별로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이 그냥 반사적으로 반응하면 되는 것이다. 이 말은 다르게 말하면, "신은 없다"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앞서 말한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라고 물어보자. 대부분 "없다"라고 하겠지만, 또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건 모른다" 라고 말한다. 더 캐물으면, "생각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특정 상황, 예를 들어 감당할 수준을 벗어나는 불안과 고통 같은 요소가 찾아오면, 지극히 종교인스러운 행동을 한다. 이는 내가 직접 군생활하면서 목격한 일들이고, 이것 때문에 나는 "자기가 무신론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진짜 무신론자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두 번째는,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그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분석해보고, 앞뒤 관계를 따지며, 옳은지 그른지 스스로 사고 능력을 동원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믿지 않는 사람들의 진짜 힘은 "세뇌에 대한 면역력"에 있다. 종교인들은 비 종교인들을 끊임없이 세뇌시키려고 하고, 많은 "생각할 줄 알지만 상식적으로만 생각한 사람들"이 그것에 넘어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문장을 고치면, "모든 깊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혹은 "모든 이성적으로(합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 이라고 말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뇌 속에 들어오는 정보에 대해 스스로 그것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저러한 세뇌에 대한 면역력을 얻을 수 있다.

그리하여 이제 제목에 대한 답변을 해보자. 답은 "아니오"다. 내가 일전에 쓴 글도 사실 이러한 점 때문에 쓴 것이다. "종교"와 "지성"은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도출된 상호 양립할 수 없는 속성이다. 종교인들이 뭘 하든 간에, 지성이 충분히 발달하면 종교는 자연스레 없어진다. 그렇다면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보자.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내가 개독교를 믿을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지성이 배척당하고 종교가 그 힘을 얻었을 때 태어났다면 아마 기독교(여기서 기독교는 그냥 하나의 예시일 뿐이고 다른 종교를 대입해도 무방하다)를 믿었을 것이다.

나의 지성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나 자신의 고유하며 온전한 속성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모든 개인은 다른 모든 물질과 마찬가지로 다른 것들과 상호 작용하게 되어 있다. 고대로부터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만들어냈으며 자연스레 정치 속으로 혼합시킨 종교의 힘을 휘두르며 피 지배자들을 억압할 때, 그 당시 지배를 받았던, 온갖 미신적 두려움과 경외심에 사로잡힌 그들과 같은 상황 속에 내가 놓여 있었다면, 과연 나의 지성이 지금과 같은 정도로 발현될 수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아무 의심도 없이 삼위일체와 처녀잉태와 부활과 재림을 믿으며 신부와 주교와 교황에게 주어진 권위에 대해 어떤 의심도 품지 못하고 마녀를 두려워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 나는 지금 이 시기, 인간 이성이 해방의 싹을 틔우고 있는 이 시기에 내 존재가 발현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한편으로 종교에 대한 더욱 강한 증오심을 표하는 바이다. 지금 (정상인 중) 가장 지성이 낮은 사람도 교회가 지배하던 시절에 평균적인 사람들 수준의 지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종교가 진정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만이 인간 이성이 찬란한 꽃을 피우는 역사를 도래하게 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온건한 무신론"? 실로 웃기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종교와 이성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존재이다. 종교에게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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