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자가 줄어드는 게 좋은 것인가?

개독교를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혹은 인터넷 사이트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개독교의 몰지각하고 몰상식한 행동 때문에 사람들이 개독교에 대해 가지는 반감이 점차 늘어난다는 주장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3대 종교(기독교, 천주교, 불교)들 중에 신자 수가 감소한 것은 유일하게 기독교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독교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고 좋아한다.

그런데 저게 과연 좋아할 일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간단하게 글을 써 본다.

우선, 우리가 비난의 초점으로 삼아야 할 대상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개념 없는 개독교인"인가? "돈밖에 모르는 목사들"인가? "구역질나는 개독교 그 자체"인가? 다 틀렸다. 생각할 줄 아는 무신론자라면, 당연히 종교 그 자체에 대해 비난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종교 중의 하나로서 기독교를 들먹일 때는, 다른 부차적인 문제는 우선 제쳐 놓고, 기독교 그 자체의 모순투성이 교리와 원론적 허구성에 대해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떠한가? 우선, 일부 제대로된 비판의 경우는 저러한 면에 대한 비판이 다수 존재하고, 또한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보면 그러한 비난이 우선이 되고 있지만, 상당수의 다른 많은 개독교 불신자들은 그런 점은 전혀 생각치 않고 있다. 이 경우에, 어떤 사람은 "어쨋든 사람들이 개독교를 싫어하게 되었으니 잘된 일이지 않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말이다. 저런 식으로 개독교를 비난하는 것은, 사실상 그들이 비난하는 개독교인과 방향만 다를 뿐 본질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개념없는 개독교인"이나 "돈만 밝히는 부도덕한 목사" 따위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가정으로 삼아 보자. 그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반대로 타의 귀감이 되는 모범적 종교인들이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자. 이러한 경우들이 일어났을 때에도, 과연 저 사람들이 개독교를 비난할 것인가?

이는 앞서 말했던 3대 종교 신자 이야기를 봤을 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당장 내 주위를 봐도,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개신교가 싫어서 천주교로 개종하고 있거나 최소한 천주교에 대해 강한 호감을 표하고 있다. 사실상 천주교도 개신교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데도 그렇다. 단순히 개독교와 비교를 해서, 조금이라도 더 좋다고 생각되는 천주교를 선택하는 것이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래서 내가 저 결과가 전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요셉병원이라는 곳을 만들고 수십년간 소외계층에게 무료로 진료를 해 오다 2008년에 별세한 선우경식이라는 의사가 있다. 이 사람은 천주교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을 받았고, TV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져 많은 시청자들을 울렸다. 모두가 참된 의사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생각해 보자. 저러한 훌륭한 사람이 존재함으로 인해, 천주교의 가치가 올라가는가? 혹은 무신론자들의 도덕성이 의심받고, 종교의 입지가 넓어지는가? 표면상으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실재적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저 사람은 저 사람이고, 종교는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 그의 선행과 종교 그 자체와의 실재적 상관관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대부분 이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우선 개독교의 원론적인 부분에 대한 비판을 통해 일단 박살내 놓고, 그 후에 병신같은 개독교인들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은 옳은가? 그것이 개인 취미라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무신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개독교 자체에 대해 비난을 하려는 생각은 접었으면 한다. 왜냐 하면,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모든 것은 그냥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런 거나 물고 늘어지는 건 전혀 생산적인 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

혹자는 개독교인의 행동을 통해 개독교 교리가 얼마나 지랄같은지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 또한 아니다. 개독교인의 행동이 개독교를 믿어서 생긴 결과라고 해도, 그것은 이미 개독교 교리 자체에 대한 논파를 하면 끝난다. 개독교의 상호 배타적이고 무관용적이고 몰상식하며 비합리적인 속성 자체에 대한 비판과 논증을 하기만 하면, 그 문제는 그것으로 일단락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 부차적으로 튀어나온 위와 같은 문제들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똥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 소화기관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끝마친 상태에서, 배출된 똥을 부여잡고 왈가왈부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렇게 개독교에 대한 비판을 마무리지었으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로 논파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무신론자들의 적은 단순히 예수나 혹은 성모 마리아 따위가 아니라, 종교라는 이름 그 자체와 그로 인해 빚어진 모든 인간 지성의 적들, 비합리적이고 이성을 망가뜨리며 인본주의를 방해하는 그 모든 것들이다. 기독교는 단순히 그 종교 중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그래서 생각해 보자. 기독교 신자가 줄어드는 게 좋은 것인가? 개독교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좋은 일인가? 전혀 아니다. 그렇게 단순히 표면적인 이유만으로 기독교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종교의 부산물로서의 모든 비합리성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기독교가 없어도 다른 종교(천주교, 불교 등)에 빠지게 되어 있고, 혹은 아무런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의 이성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면적으로는 종교인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저러한 표면적이고 부차적인 문제는 놓아 두고, 실재적인 비판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표면적인 문제에 시간을 투자하고, 표면적인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자 지능 낭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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