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유 없이 동네를 한 바뀌 걷고 왔다

토요일 오후 3시에 바깥에 나온 건 참 오랫만인 듯 하다.

아니, 토요일 뿐만 아니라, 그냥 오후 3시의 바깥 풍경(학교 말고)을 보는 것 자체가 참 오래된 듯 하다.


왜 나갔는지는 모른다.

그냥, 책상에 앉으니까, '밖에 나갔다 오자'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보니까, 바깥동네를 한 바뀌 돌고 있더라.


그러다 보니까 갑자기 옛날 컴퓨터에서 하던 땅따먹기 게임이 생각났다.

땅에 선을 그어서 그 땅을 완전히 선으로 감으면 그 땅을 먹는 게임 말이다.

내가 마치 땅따먹기의 움직이는 유닛이고, 동네가 그 땅따먹기의 맵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한 바뀌 돌면 저 안쪽의 땅이 먹어지겠구나' 이런 공상을 해 봤다.


땅따먹기 게임을 생각하며 길을 걷던 도중,

갑자기 뭔가 가슴 안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게 있었다.

아니, 갑자기가 아닐 것이다. 책상에서 일어서는 순간부터,

뭔가 너무 답답하고 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위로 들어 보았다.

옅은 구름과 푸른 하늘, 그리고 햇볕이 느껴졌다.

무언가 막히고 답답한 것이 울컥 치밀었다.


날씨 좋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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