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안 파워메탈은 무조건 구린가? (심각한글 아님)

(주의: 이 글은 올드스쿨 파워메탈 리스너의 입장에서 쓰여짐)

 

여기서 말하는 유러피안 파워메탈은, 올드스쿨 USPM 스타일과 대비되는 의미로 쓰인 것으로써, Adramelch, Dark Quarterer 등을 포함하지 않는, 소위 "헬로윈 키퍼류 음악"을 말하는 것이다.

 

유러피안 파워메탈은 대부분의 곡들이, 정통 파워메탈 리스너들로부터 Power Metal이 아니라 "Flower" Metal이라고 조롱당하는 음악 장르이다. 듣기 좋은 말랑말랑한 멜로디 위주의 대중적인 음악성을 그 특징으로, 이것이 마치 꽃처럼 이쁘장하고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과 같다고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유러피안 파워메탈은 그 자체만으로 무조건 구린가?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물론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Helloween의 Steel Tormentor 같은, 비록 유러피안 파워메탈 밴드가 만든 곡이지만 실상은 USPM과 다를 바가 없는 그러한 몇몇 곡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그런 곡들은 "당연히" 유러피안 파워메탈들보다 훨씬, 말 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말 그대로 "유러피안 파워메탈" 특유의 특징을 담고 있는 곡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한 곡들 중에 매우 대표적인 앨범으로 Adramelch 2집을 꼽을 수 있다. 참고로 아드라멜크 1집 또한 다소 유럽식의 정서가 느껴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헬로윈 키퍼 이후 스타일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는데, 2집은 아예 대놓고 유러피안 파워메탈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은 꽤 좋은 편에 속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러한 종류의 음악 중에 아드라멜크 2집은 단연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다시 말해, 이 정도로 "구림"에서 벗어난 유러피안 파워메탈 곡들을 찾기란 매우 어렵긴 하다. 그러나 어쨌든, 이러한 반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유러피안 파워메탈이 무조건 구린 건 아니다.)

 

이거 말고도 찾아보면 완전히 쓰레기는 아닌 곡들이 꽤 많이 보이는데, 헤븐리나 감마레이 등등 유명한 유러피안 파워메탈 밴드들의 곡들 중에서도 마냥 쓰레기라고 여길 수 없는 곡들이 다소 보인다. 물론, 올드스쿨 파워메탈 리스너라면 그런거 들을 바에 Omen 같은거나 한번 더 듣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마찬가지로, 위에서 언급한 아드라멜크 2집 또한, 솔직히 말해서 그거 들을 바에 1집이나 한번 더 듣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건 뭐가 더 낫냐의 문제가 아니라, 유러피안 파워메탈이라고 전부 못 들어줄 플라워 메탈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저러한 "들을 만한" 유러피안 파워메탈의 특징이 무엇이길래, 비록 유러피안 파워메탈임에도 불구하고 구리지 않은 것인가?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적인 특성이 있는데, 바로 "전통적인 플라워메탈의 공식에서 벗어났다"가 그것이다.

 

전통적인 플라워메탈의 요소라면, 본인이 예전에 쓴 "멜스메가 구린 이유"(http://weirdsoup.tistory.com/226) 에서 몇 가지 언급한 바가 있다. 바로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플라워메탈이 구린 것인데, 가끔 가다가 유러피안 파워메탈 특유의 특징들을 보유하면서도 저러한 구린 요소들을 상당 부분 배제하고 있는 곡들이 등장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유러피안 파워메탈이 구린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곡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플라워메탈에서 벗어났는가? 답은 아주 간단하다. "제대로 된 리프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구조라는 것은, 절-후렴 뭐 이런 걸 말하는게 아니라, 곡의 근간을 이루는 리프와 리프 그 자체의 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올드스쿨 파워메탈은 제대로 된 리프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다수의 리프를 보유하며, 그 리프들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통해서 곡을 구성한다. 반면, 플라워메탈은 대체로 있어 보이는 한두개 정도의 유치한 리프를 기본으로, 절후렴 부분은 대충 배경연주로 떼우고, 말랑말랑하고 듣기 좋고 캐치한 절-후렴구 보컬 멜로디에 목숨을 건다. 말 그대로, "팝"적이다.

 

바로 이런 차이 때문에 플라워메탈은 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유러피안 파워메탈 곡들이 이러한 것은 아니고, 유러피안스러운 리프나 멜로디를 갖추고도 제대로 된 구성을 통해 제대로 된 파워메탈을 들려주는 곡들이 몇몇 존재하기 때문에, 그 곡들은 필연적으로 구릴 수밖에 없는 플라워메탈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는 이러한 결론을 도출한다. 즉, 유러피안 파워메탈이 구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이 "얼마나 올드스쿨 메탈의 방법론에 가까이 접근하는가", 다시 말해서 "얼마나 대중성을 버리고 메탈 그 자체의 예술성을 추구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 마디로, 비록 유러피안이라 할지라도 올드스쿨에 가까운 곡은 보다 메탈적, 다시 말해서 구리지 않고 들을 만한 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요근래 들어 몇 가지 한계를 절감한 많은 유러피안 파워메탈 밴드들이, "과거 헤비니스 스타일로의 회귀"를 추구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 가능하게 한다. 물론 그러한 밴드들이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올드스쿨적으로 헤비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아니고, 이는 속칭 "모던 헤비니스"로서 결국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헤비하고 실상은 구린 음악에 불과한 것들을 들려주기는 하지만, 어쨌든 많은 유러피안 밴드들이 일단 겉보기나마 점점 "헤비"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여담으로, 몇몇 사람들은 이를 보고 주다스 프리스트 스타일이 어쩌고저쩌고 언급하기도 하는데, 모던 헤비니스 앨범들에 주다스 프리스트를 갖다 대는 것은 주다스 프리스트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다.)

 

모던 헤비니스든 뭐든 간에 그러한 음악들의 특징은, 기존 플라워메탈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컬 멜로디의 비중이 줄어들고 리프가 좀 더 강조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곡들이 구리다는 점은 사실이긴 하지만, 어쨌든 플라워메탈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리프 본위적인 올드스쿨의 방법론을 어떻게든 차용하는 것만이 해답이라는 사실을 그들 또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쯤에서 Stormforge를 생각해 보자. 그들의 음악이 드래곤포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리프 본위적으로 철저하게 논리적인 리프 구조를 쌓아갔느냐, 그렇지 않고 그저 멜로디 위주의 단순한 방식을 사용했느냐가 그것이다. Stormforge의 Sea Of Stone EP의 멜로디와 정서는 기본적으로 모던하다. 즉 유러피안 파워메탈과 상당히 닮아 있다. 그러나 리프의 구조 자체가 올드스쿨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적 완성도는 여타 유러피안 밴드들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글을 끝마치기 전에, 헤븐리의 곡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곡은 중간에 삽질도 할 뿐더러, 리프가 모던 헤비니스적이고, 멜로디가 플라워메탈적이라서 올드스쿨보다는 당연히 구린 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플라워메탈에 비해 훨씬 리프 본위적이기 때문에, 다른 플라워메탈보다는 훨씬 나은 곡이다. 당장 헤븐리의 다른 곡들과 비교해도 훨씬 낫다.

 

그리고 감마레이의 곡 하나도 소개하고 싶다. 이 곡은 감마레이가 점점 헤비헤지기 시작한 Powerplant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사실 리프로 따지면 이미 유러피안 파워메탈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기 때문에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후렴구 멜로디가 유러피안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곡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의 리프는 굉장히 조직적일 뿐더러 모던 헤비니스도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플라워메탈이 아닐 뿐더러, 윗 문단에서 언급한 헤븐리의 곡보다도 훨씬 나은 곡이다.

 

(참고로 Heavy Metal Universe는 사실상 유러피안 파워메탈이 아니기 때문에 제외함)

 

 

 

Heavenly - The Dark Memories

 

 

 

 

Gamma Ray - Razorblade S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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