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웬수"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어느 사이트에 갔다가, 누가 술자리에서 지갑 잃어버렸다는 글에 댓글로 "술이 웬수죠" 라고 한 것을 보았다.

 

이보다 더 병신이 있을까? 나를 능가하는 병신이라니?

 

그래서 글을 쓴다.

 

"술이 웬수"라는 말은 전혀 의미가 없을 뿐더러 자신이 바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은연중에 사람은 각종 사물들을 의인화하고, 말을 걸기도 하고, 심지어 원망하거나 때리기도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딱 한 가지이다. "책임 전가".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을 마주하고 당당하게 책임을 지는 것이 힘들고 부끄럽고 싫어서, 책임을 전가하고픈 것이다.

 

그러나 주변의 사람을 둘러보니, 어느 누구에게도 전가하기 힘들다. 왜냐 하면, 그건 명백히 자기 잘못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한다. 바로 사물이다. "내가 한 게 아니야! 술이 그렇게 만든거야!"

 

"나는 차캤는데 술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술을 죽입시다 술은 나의 원수"

 

그렇다. 이건 그냥 병신이다. 아주 상 병신이다.

 

술은 결코 능동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는다. 수동적으로 "마시는 것"을 당할 뿐이다.

 

그럼 마시는 사람은 누굴까? 바로 그 쳐마시는 놈 자신이다.

 

지갑 잃어버린 놈 그 자신이 바로 술을 부어 마셨다는 것이다.

 

술기운으로 인해 정신을 못 차리고 지갑을 흘리고 나왔다면, 그건 당연히 그 술을 마신 자기 책임이다.

 

그런데 "술이 웬수" 라니? 결국 이것은 지 얼굴에 침을 뱉는거다.

 

생각해 보라. 술은 뭔가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술이 웬수" 라는 건 그 술을 퍼마신 자신이 웬수라는 말이다.

 

즉 자기 스스로 "내가 병신이다!" 라고 외치는 것이란 말이다.

 

혹자는 말할 수 있다. 그건 단순히 언어유희이고, 고통을 경감시키려는 단순한 위로라고.

 

과연 그럴까? 전혀 아니다. 실상은, 그는 자기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전 병신이에요. 꼴도 모르고 술이나 마셔서 취하는 바람에 지갑 떨구고 신분증이고 돈이고 다 날렸어요"

 

라고 말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차마 그러지 못한다. 쪽팔리기 때문이다. 그 "책임" 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돌려 말한다. "술이 웬수에요".

 

내가 여기에 각종 병신글을 써 놓고, 생각이 바뀌었을 경우 꼭 다시 와서 그걸 수거해 가는 이유는,

 

내가 싼 똥이니까 내가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즉, 만약 지가 지갑을 잃어버렸으면, 그 행동의 결과와 책임이라는 "똥"은 지가 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술이라니?

 

병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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