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Flower)메탈 밴드들을 파워(Power)메탈이라고 부르는게 역겨운 이유

사실은 플라워메탈 밴드들도 분류상으로는 일단 파워메탈이 맞긴 하다.(정확하게 말하면 파워메탈의 "일종"이다.) 따라서 누가 플라워메탈을 파워메탈이라고 부르든 말든 그건 그 사람 마음인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사람들이 짜증나는 이유는, 그러한 대다수의 "멜스메 팬"들의 사고방식이 "파워메탈=멜스메" 라는 사실 때문이다.


메탈킹덤의 영향 때문인지, 대다수의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파워메탈" 이라고 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플라워메탈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 2000년대 중후반때 까지만 해도 "멜스메" 혹은 "멜파메" 라는 비교적 바람직한 명칭이 주로 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멜로딕" 이라는 말을 빼고 그냥 "파워메탈" 이라고만 부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앞에 "멜로딕" 이 들어가는 장르들은 웬만하면 죄다 좆구리다고 보면 맞다. 멜로딕 파워메탈, 멜로딕 데스메탈, 멜로딕 블랙메탈, 멜로딕 메탈코어(이건 애초에 멜로딕이 안 붙어도, 아니 멜로딕이 붙든 말든 이미 병신이지만 어쨌든) 등등... 따라서, 장르명 앞에 "멜로딕"이 붙은 채로 놔뒀더라면 한 눈에 똥임을 깨닫고 격리수용하기 유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플라워메탈 밴드들을 무분별하게 "파워메탈" 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제대로 된" 파워메탈과 기타 플라워 메탈들이 명확히 구분이 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통 파워메탈 팬들에게 있어서 재앙이 되고 말았다. 이미 예전에 폭서에서 모 회원이 이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기타 메탈 장르들 명칭(스래쉬 메탈, 데스메탈, 블랙메탈 등등)들을 검색해 보면 높은 확률로 제대로 된 올드스쿨 밴드/음반들이 곧잘 뜨고, 또한 그런 앨범들이 명반으로 대접받고 있는데 비해 파워메탈의 경우 검색해보면 죄다 플라워메탈만 뜨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새삼스레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파워메탈"이라는 카테고리에는 명확히 분류되는, 서로 성격이 매우 다른 두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하나는 말할 것도 없이 정통 파워메탈이고, 다른 하나는 플라워메탈이다. 다른 말로 아메리칸/유러피안 파워메탈로 분류하기도 하는데(영문 위키피디아도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Power_metal), 사실 이런 지역적 분류에 따르면 Adramelch나 Dark Quarterer 등의 유럽출신 정통 파워메탈 음악을 분류하기 곤란해질 뿐더러, 모든 유러피안 파워메탈이 플라워메탈인 것도 아니고 모든 아메리칸 파워메탈이 정통메탈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예: Kamelot) 다소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통 파워메탈" 과 "플라워메탈" 두 종류로 구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 둘은 본 필자의 생각에 따르면 아예 다른 장르로 구분해야만 한다. 발달 과정 자체도 약간 다를 뿐더러, 결과물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약간 경우는 다르긴 하지만, 멜로딕 데스메탈과 정통 데스메탈이 같은 장르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물론 애초에 멜로딕 데스메탈은 데스메탈이 아닐 뿐더러 멜파메와 USPM 사이에 그 정도로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관계 사이의 성격은 비슷하다고 본다) 플라워메탈과 USPM은 사실상 다른 장르로 봐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플라워메탈 팬들은 애초에 올드스쿨 파워메탈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부족한 음악적 식견으로 인해 정통 헤비메탈(Traditional Heavy Metal)이라고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대분류"에 해당하는 "Power Metal"이라는 명칭을 "소분류"인 자기들 플라워메탈을 지칭할 때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명백히 구분되어야 할 저 두 분류가 제대로 구분되지 못하고, 결국 멜스메에 의해 정통 파워메탈이 죄다 묻혀버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를 증명하는 명백한 현상은, "파워메탈은 빨리 질리죠"라던가 "파워메탈은 취향을 타니까요"등등의 (병신같은) 발언들이다. 물론 정통 파워메탈도 사람에 따라 빨리 질릴수도 있고 취향을 탈 수도 있지만, 애초에 저 발언들은 그런게 아니라 그저 "멜스메"(즉 플라워메탈)만을 염두에 두고 하는 발언들이다. 플라워메탈 특유의 유치하고 말랑말랑한 멜로디 강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손발이 심하게 퇴갤함으로써 듣는 것 자체가 고역인 사람도 있기 때문에 플라워메탈은 취향을 많이 타고, 또한 저런 멜로디 강조 때문에 귀에 쉽게 들어오지만 또 빨리 질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플라워메탈의 특징들을 언급하고 있으면서, 이를 플라워메탈에 국한지어 말하는 것이 아니라 "파워메탈" 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면,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된다. 누군가가 "메탈은 보컬이 돼지소리를 내면서 꿀꿀 꽤액꽤액거리고 기타는 존나 시끄럽게 좡좡거리고 드럼은 우다다다 쿵쾅쿵쾅거리는 존나 시끄러운 음악이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하자. 보면 알겠지만, 저건 메탈이라는 장르 전반에 걸친 특징이 전혀 아니라, 브루탈 데스메탈 등의 몇몇 익스트림 메탈 음악에나 적용되는 특징이다. 즉 메탈이라는 대분류 안에는 그러한 음악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메탈이라는 장르 전체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누가 메탈이란 저러한 음악이라고 한다면, 타 장르 팬들은 그저 실소만 나올 것이다.


마찬가지다. 위와 같은 발언들을 접하면, 정통 파워메탈 팬으로서 그저 실소만 나올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워메탈 팬들이 지들 멋대로 자기들이 듣는 음악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파워메탈이라고만 지칭하는 바람에, 정작 플라워메탈이 아닌 제대로 된 파워메탈 음악들이 플라워메탈 사이에서 명확히 구분되지 못하고 묻히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통 파워메탈을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타 메탈 장르들에 비해 몇 배는 더 (플라워메탈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고생해야만 하도록 만들고 말았으며, 많은 파워메탈 명반들이 병신들 사이에 묻혀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플라워메탈을 부를 때는, "플라워메탈" 이라거나 "멜스메", "멜파메" 등으로 명확하게 구분지어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해 보면, "헤비메탈" 이라는 장르를 말할 때도 그것이 메탈 장르 전반, 즉 "헤비메탈 음악" 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의 통칭을 뜻하는 의미로써 부르는 말인지, 아니면 정통 헤비메탈(Traditional Heavy Metal)을 뜻하는 말로 부르는 것인지 되도록이면 명확히 구분해서 말하는 것이 옳다. 마찬가지로, "파워메탈" 이라고 부를 때는 그것이 정통 파워메탈을 의미하는 것인지 플라워메탈을 칭하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당연히 맞다.


그러나, 대다수의 플라워메탈 팬들은 애초에 타 장르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플라워메탈로 입문한 경우에는 매우 높은 확률로 그러하고, 게다가 정통 파워메탈에 대해서는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이유는 그만큼 플라워메탈이 대중적이고 라이트한 장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워메탈" 이라고 하면 플라워메탈밖에 모르는 그러한 사람들이 지금도 여전히 무분별하게 "파워메탈" 이라는 분류명을 플라워메탈을 지칭하는 말로 쓰고 있는 실정이다.


"파워메탈? 좋죠!!! 헬로윈, 감마레이, 스트라토바리우스, 랩소디!!!"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저 역겨움을 담아 지독한 한숨을 내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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