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정/부회장 선거의 비밀

(공부가 안돼서 잡설이나 하나 써볼까 함)

난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1,2학년 때 까지만 해도, 전교 회장 선거를 관심을 가지고
충분한 생각을 거쳐 투표했었다.

아무래도 학생 편의와 관련되는 부분이 일부 있는 데다가,
뭔가 투표를 한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뽑은 후보가 당선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낙선되면 왠지 안타까웠다.

근데.. 그 후보가 왜 당선이 되고 혹은 낙선이 되는지.. 그건 잘 모르고 있었다.
단지 나랑 비슷한, 혹은 다른 생각을 가진 애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참으로 순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3이 되고, 얼마쯤 지나자 역시 예년과 같이 전교 정/부회장 선거가 시작되었다.

근데, 이번에는 누가 회장이 되는지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왜냐 하면,
어차피 우리 학년이 출마하는 것도 아닌 데다가, 다들 고3이 되었다는 생각에 공부를 열심히 할
시기였기 때문이다.

여하튼.. 마침내 투표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들은 '고삼은 투표 안한다더라' 등의 말을 하면서 그냥 자습이나 하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선생님이 투표용지와 봉투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회장에 1번 부회장에 2번 (대각선으로 그으라는 말) 도장 찍고 뒤에서 걷어와"

우리들은 전부 다 별 생각 없이 투표용지에 아무렇게나 도장을 찍고 - 난 일부러 반항하려고
회장에 2번 부회장에 1번을 했다 - 맨 뒷사람이 투표용지를 걷어서 선생님에게 갖다 주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그걸 봉투에 넣어서 교무실로 가지고 갔다.

뭔가 굉장히 웃기기는 했지만, 다들 그냥 쪼개기만 할 뿐 별 생각 없이 다시 책을 보았다.

근데 갑자기 방송이 나오는데, "고삼 교실 일부에서 일괄투표를 실시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일괄투표를 한 학급은 재투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3학년부실에서 방송한(3학년 교실에만 나오는) 방송이었다. 그러자 담임 선생님 曰
"너네들 일괄투표 안했지? "  아이들: "ㅋㅋㅋ 네에~"

.. 난 솔직히 이 말을 듣고도 뭔 상황인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뇌리를 강하게 자극하는 진실에 대한 자각..

누군가 "부정투표네~"하고 웃었지만, 그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책을 봤다.

그리고 선거가 끝났고, 당선자는 회장 기호 1번 부회장 2번 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마치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아아.. 그렇게 투표가 진행되었던 거구나.. 애초부터 당선자가 정해져 있었구나.."

...그 이전 1,2학년 동안 열심히 후보 광고판을 보고 열심히 도장을 찍었던 나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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