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시나리오라이터 "LawBeast" 작품에 나타나는 문체에 대한 비판

# 이 글은 본인이 디시 테일즈샵 마이너갤러리에 올린 글(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alesshop&no=1095) 중 일부를 옮겨 적은 것이며, 본래 글의 내용은 LawBeast 신작인 "섬광천사 리토나 리리셰"에 관한 글이지만, 굳이 해당 작품이 아니더라도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므로 큰 상관은 없다.


본인이 인터넷에 쓰는 글이 늘 그렇듯이 별다른 퇴고작업 없이 한 번에 작성한 글이므로 논리상 허점이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변호사: 당연히 LawBeast를 지칭; LawBeast의 본업이 변호사이므로 다들 변호사성님으로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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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성님 특유의 문체와 작법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맘에 안 들고 글을 쓸때도 다소 지양해야 하는 점이 아닐까 생각되는 부분인데, 인물의 "대사"와 "생각"(또는 설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는 변호사가 쓴 책인 불행소녀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책의 경우에는 인물의 대사가 따옴표로 처리되고, 비주얼노벨의 경우 스크립트에 [해당 인물]: (대사) 이런 식으로 나오게 되어있다. 일반적인 문학작품이나 비주얼노벨 등에서는 이 규칙이 잘 지켜지기 때문에, 각 인물의 대사, 즉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은 명확하게 따옴표 안의 내용으로 한정되고, 따옴표가 없다는 것은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은 적이 없다는 걸 뜻한다.


그러나 변호사의 작품들은 이 점이 명확히 지켜지지 않는다. (사실 변호사만 이런건 아니고 이와 유사한 다른 작품들도 몇 개 있긴 한 걸로 알고 있지만 어쨌든..) 적응되고 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을 수는 있는데, 처음 보면 굉장히 혼동스럽다. 그리고 적응되고 나서도 그리 좋은 작법이라고는 생각되지가 않는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을때는 속으로 장면을 생각하면서 읽을 것이다. 해당 배경과 인물이 대사를 하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눈으로 보이는 비주얼노벨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대사와 생각/설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면, 따옴표가 없는 장면을 읽었을 때 이게 이 인물의 속마음/속으로 하는 생각인지, 아님 겉으로 내뱉은 말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지가 않아서 이미지를 그리는데 문제가 발생하고, 또한 따옴표가 없는 부분은 보통 대사의 특징 즉 인물의 말투나 다른 사람에게 발화하는 뉘앙스 등이 빠져 있으므로, 이러한 부분을 "대사"로 처리하게 되면 이를 입 밖으로 말하는 장면을 상상할 때 어색함이 발생하므로 몰입도가 떨어진다.


단적으로 말해서, 우리가 일반 작품을 감상할 때와 같은 태도로 변호사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 그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관심법을 구사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주인공은 입 밖으로 A라는 문장을 내뱉고 나서 속으로 B라는 문장을 생각하는데, 그와 대화하는 다른 인물은 주인공이 말하지도 않은 B 까지 알아듣고 자연스레 말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마치 속마음을 읽는 듯한 이상한 장면이 계속 발생하게 된다.


이게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A 뿐만 아니라 B도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A라는 문장은 확실하게 타자에게 발화하는 대화의 형식을 띄고 있는데, B는 속으로 혼자 생각하는 혼잣말의 형식을 띄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인공은 한 마디 내뱉고 한 마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이 행동을 반복하는 정신병자라는 말인가?


결국 우리는 작품을 읽으면서 B라는 문장의 형식을 A처럼 대화형식으로 치환해서 이해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즉 작품이 자연스럽게 감상되지 못하고 중간에 계속 걸리적거리게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다. 어느 상황에서는, 저 B가 "실제로" 속으로 혼자 생각한 내용이거나 또는 단순히 독자에게 설명하는 내용일 때가 있다. 이쯤 되면 진짜 극심하게 혼란스러워진다. 즉, 이는 규칙의 문제다. 일반적인 작품에서는 "따옴표"만 대화고, 따옴표가 아닌 건 대화가 아니라는 명확한 규칙이 있다. 그런데 변호사의 작품은 멋대로 이 규칙을 깨고 있는 것이다. 결국 따옴표가 아닌 문장 중에서 어떤 것이 대화이고 어떤 것이 속마음인지는 변호사 본인밖에 알 수가 없다.


(즉 정리하자면, 따옴표 규칙의 파괴로 인해 어떤 문장이 대사이고 대사가 아닌지 명확하지 않아서, 해당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릴 때 이미지가 명확히 형성되지 않아 몰입도가 떨어지고, 이 말이 대사인지 아닌지 인물간의 앞뒤 대화를 통해 한 차례 해석하는 과정+대사일 경우 혼잣말 형식의 문장을 대화투로 치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작품 감상 호흡이 자연스럽지 못하게 끊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난 변호사 특유의 이러한 작법을 굉장히 맘에 안 들어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아니나다를까 똑같은 작법을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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