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주의에서) "혐오할 수 있는 권리" 에 대해

보통 상대주의를 깔 때 혐오할 수 있는 권리를 들면서 모순점을 지적하곤 한다. 특히 필자의 주요 관심분야인 음악 평가에 있어서도, "깔 수 있는 권리"를 내세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보통은 궤변 취급을 당하면서 무시당하지만, 완전히 무시하기에는 나름 논리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나름 (건전한 상식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 바에 따르면, 일단 "혐오할 권리" 자체는 존재하는 게 맞다. 오히려, 혐오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상대주의에 대한 모순이고, 기본권(헌법)적으로 따지면 사상의 자유에 침해되는 행위이다.


여기에서 "혐오"는 심지어 논리적이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즉 사회적 차별이나 인종간 혐오 등도 기본적으로는 무조건 허용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 사상의 자유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공산정권을 찬양하거나 김일성을 찬양할 권리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맞고, 반대로 NS 사상을 신봉할 권리도 존재하는 것이 맞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와 같은 행위는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국가보안법이 전근대적이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임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그러한 사상을 신봉한다는 것이, 비록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사상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이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 또한 가질 자유도 존재한다.)


물론 음악 평가 같은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모든 앨범을 동등하게 존중해 준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행위이다. 누구나 듣기 싫은 똥반이라고 생각하는 앨범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앨범을 - 홍길동이 호부호형 못하듯이 - 구린 것을 구리다고 말하지 못하고 강제로 좋다고 하거나 "그건 그것 나름대로 가치가 있겠죠" 식으로 넘어가야 한다면, 이것 자체가 개인의 사상의 자유와 가치를 무시하는 비상대주의적인 행위이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면, 저러한 "존중의 강요"는 그 자체가 상대주의와는 상충되는 행위라는 점이다.


(즉, 가치의 상대주의를 무시하는 절대주의나, 상대주의의 탈을 쓰고 "무조건적인 존중을 강요" 하는 사상이나 결과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존중의 강요는 상대주의가 아니고, 따라서 이는 모순이다. 혹자는 "강요가 아니라 권유이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이처럼 "혐오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고 비난한다면 이는 강요나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상대주의에 따르면 혐오할 권리 또한 존중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이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당연하게도, 개인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즉,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혐오할 권리가 존중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자면, 개인이 어떠한 것을 혐오하는 것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타인에게 어떠한 것을 혐오할 것을 강요하거나, 타인을 억압하거나, 자신의 혐오를 현실에서 추구하여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는 존중받을 수 없다.


즉, 예컨대 누가 인종차별을 바탕으로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적 혐오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사람이 개인적으로 외국인을 혐오할 권리는 존중해야 하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가치관을 무시하고) 외국인을 혐오할 것을 강요하거나 겁박하여 외국인을 강제로 혐오하도록 만들고, 또는 자신의 혐오사상을 실천하기 위하여 길거리에 나와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주의 사상에 따르더라도 존중받을 수 없다.


이를 음악 평가의 영역에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앨범을 구리다고 욕하거나 그것이 구리다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물론 이와는 전혀 별개로, 그 사람이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부실할 경우 이를 바탕으로 그것을 논파하여 비난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권리는 당연히 존재한다. "존중한다" 라는 것은 그 사람이 그렇게 사상의 자유를 추구할 권리를 존중한다는 것이지, 그 결과물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를 넘어서서 다른 게시판 등에 쳐들어가서 이 음악은 폴스이니 들으면 안 된다는둥 다른 사람들에게 억지로 강요행위를 시도하면서 깽판을 치거나, 소위 "도장깨끼" 라고 해서 메탈킹덤 같은 데 쳐들어가서 사이트를 작살내 놓거나, "폴스" 밴드들 앨범 관련해서 온갖 트롤링을 시도하거나 하는 행위는 당연히 병신스러운 행위이고 지양해야 함이 마땅한, 존중받을 수 없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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