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대한 간단한 내 생각

오늘 나는 그냥 평범하고 행복하고 편안한 주말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 보니, 사람들이 "메리 크리스마스" 어쩌고 하던 게 문득 생각이 났다. 사실 난 오늘이 크리스마스인지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저 문구가 생각이 나니까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결국 이렇게 글로 표현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가 분명 즐거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상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것은 결코 "공휴일" 이상의 즐거움을 갖지 못한다. 개독교인들의 경우에는 크리스마스가 매우 기쁠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이건 매우 웃기는 일이다. 대부분 알고 있다시피, 12월 25일은 사실 태양신의 생일이지 기독교의 예수와는 별 관련이 없다.

그런데 "메리 크리스마스"라니? 이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일단,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즐거워하고 공휴일로 맞아들이고 연인 같은 경우에 데이트를 즐긴다던지 하는 것은, 사실 어찌 보면 추석이나 설날 같은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고, 주요 종교인 기독교와 불교의 주요 기념일을 챙겨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종교와 별반 관련이 없는 정상인의 경우는, 그저 국경 공휴일로서, 설날이나 추석을 맞이하듯이 연중 이벤트로 다가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에 의하면 성탄절은 그다지 불쾌한 것도 아니고 거부해야 할 대상도 아니며 그저 가볍게 즐길 만한 것이다. 사실 이 시기가 연말연시가 몰려 있는 부분이기도 해서, 지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걸 쓰면서 안부를 전하기도 좋고, 가족끼리 평소에 못했던 휴식을 취하거나 애인과 데이트를 하는 등의 일을 하기도 좋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메리 크리스마스"이다.

개독교인의 경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해한다는 게 용납한다는 것과는 다른 말임은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12월 25일에 기독교인들이 기뻐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설명했고, 있지도 않은 태양신의 생일을 축하할 필요가 없다는 건 이미 다들 알 것이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쳐도, 왜 일반인들까지 메리 크리스마스 어쩌고 하면서 지랄들일까?

왜 부처님 오신날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로 축하를 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일단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예수의 생일(이 아니지만 어쨋든)을 축하하는 게 큰 결례라는 건 새삼스럽게 언급할 가치도 없다. 저 문장이 훨씬 더 짜증나고 심기를 건드리며 개독교를 박살내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커다란 이유는, 바로 저게 역겨우리만치 상투적인 표현이라는 거다. 

사실 이건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와 거의 동일한 종류의 상투적인 표현이면서, 그 뜻에 있어서 저것보다도 훨씬 열등하고 전혀 가치가 없는 아주 쓰레기의 표현이다. 사실 상투적인 표현에 있어서, 유일하게 그나마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생일 축하해"밖에 없다고 생각이 되기는 하지만(물론 그 표현에 어느 정도의 진실성이 깃들어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도 메리 크리스마스가 특별히 더 쓰레기인 이유는 아무 의미도 없고 효과도 없고 목적도 없는, 소위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아주 후잡스러운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는 그저 그런 효과를 지니지만, 이걸 스스로의 사고능력이 결여된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너도나도 쓰면서 마치 재래식 화장실에 똥이 점점 많이 쌓이는 것 같은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일단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저 문장만이라도 어떻게 하라는 것이다. 차라리, 즐거운 성탄절 되세요 라고 하면 그 병맛이 훨씬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물론 내가 이러한 상투적인 표현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왜 이런 효과가 있냐면, 메리 크리스마스가 영어이고, 게다가 굳이 영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이 없는 문장이라는 사실이 강한 원인을 제공한다. 어쨋든, 태양신의 생일이라는 "공휴일"을 맞이하게 된 것을 축하하..고 싶지만 오늘이 일요일이라 그딴 것도 없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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