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자인 본인이 군 가산점 제도를 반대하는 이유

본인은 군필자임에도 불구하고 군 가산점제를 반대한다. 본래 예전에는 별 생각 없이 찬성했으나, 이후에 여러모로 고민해본 이유 군 가산점제가 대다수의 일반 군필자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될 뿐더러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반대하게 되었다.

 

군 가산점 제도란 제대 군인에게 공무원 등의 일부 직군의 채용 시험에 응시할 때 일정 부분의 가산점을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이에 대해 장애인이나 여성 등은 기회 균등의 원리 위반을 문제삼아 지적하고 있는데, 제대 군인인 나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이러한 문제가 있다.

 

우선 첫째로, 나 자신을 포함한 대다수의 제대 장병들은 위와 같은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이 제도는 공무원 등 극히 일부 직종에서만 인정되는 제도이고, 지극히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일반 사기업에게 정부가 제대군인들에게 가산점을 주라고 강요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나도 마찬가지고, 수백만이 넘는 취준생/예비 취준생인 제대군인들 중에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사람들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나머지 일반 사기업에 취직을 원하거나 혹은 장사를 하거나 기타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에 불과하다.

 

둘째로, 위와 같은 제도로 인해 정부가 "정당성" 을 획득하게 된다. 무슨 말이냐면, 위와 같이 대다수 제대군인에게 유명무실한 제도를 하나 마련해 놓고, "우리는 이만큼이나 지원을 했으니 이제 책임을 다 한 것이다" 라는 면책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군 가산점 제도가 위헌 판결을 받았을 때, 많은 군필자들이 반발한 이유 중에 하나가 "정당한 보상의 부재" 였다. 군 가산점 제도는 정부가 군필자들을 무시하거나 부당하게 취급하지 않고 정당한 보상을 하고 있다는 일종의 상징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상징을 제거하게 되자 군필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다시 말하면, 군 가산점 제도가 있다면 그것으로 인해 군필자들에 대한 지원과 보상 문제는 끝이라는 말이 된다. 앞서 말했다시피 필자 본인을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로 인해 정부에게 일종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됨으로써 정작 다른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제도 개선의 노력 의지를 제거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쉬운 말로 한 마디로 말해서, 정부가 "군 가산점" 하나 툭 던져주고 "자 우리는 이렇게 군필자들에 대해서 지원해줬으니 이제 됐지? 우리 할일은 끝!" 이라는 말이다.)

 

셋째로, 그러한 제도 자체가 이미 논란이 많은 제도이다. 이미 앞서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린 적이 있고, 비록 그 당시에 위헌 판결을 내린 이유가 지나치게 과도한 가산점으로 인해 지나치게 비 군필자의 권리를 제한하기 때문이었고, 따라서 이를 보완한 새 법률을 만든다고 하지만, 여기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일단 "위헌판결"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이다. 무슨 말이냐면, 이미 위헌판결을 받은 사실 그 자체로서 이미 이 제도는 그만큼 논란 요소가 많은 제도라는 점이 인정된다는 말이다. 중요한 사실은, 대중들의 의견과 논쟁은 항상 전문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이것이 옳고 그르다는 점을 떠나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고 논란의 불씨를 재점화시키는 것은 사회 통합적 측면에서도 별로 옳은 행위라고 보기 힘들다. 물론 그러한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모르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제도 자체가 이미 그닥 훌륭한 보상이라고 보기 힘든데, "겨우 그걸" 위해서 이렇게 수많은 논쟁과 국론분열을 야기시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릴때, 제대 군인에게 지원 가능한 기타 사회정책적 지원(예: 취업알선, 직업훈련, 교육비/의료비 지원 등등) 등을 예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지원책을 연구하고 실시함으로써 실제로 대다수의 제대 군인들이 "정말로" 혜택을 볼 수 있고 역차별 문제도 상대적으로 덜 대두되는 합리적인 정책을 연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군 가산점제의 "망령"을 끄집어내려는 의도 자체가 본 필자는 매우 괘씸하게 여겨진다. 한 마디로, 정책 연구하기는 귀찮다는 말이다. 그저 자기들은 "생색"만 내면 되기 때문에, 위와 같이 논쟁의 여지가 강하며 실제로 대다수의 군필자들에게는 있으나마나 한 죽은 제도를 다시 끄집어내서 이슈화시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만큼 할 일을 다 했다"는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 필자는 군 가산점제의 부활을 강력히 반대하며, 실제로 대다수의 군필자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연구할 것을 요구한다. 이쯤 되면 어떤 사람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직접 대안을 제시하라" 라는 소리를 하는데, 본인에게는 이 말이 마치 기성용이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가"라고 하는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서는 리그베다위키의 다음 링크를 게재하니, 뭐가 틀렸는지 본인 스스로가 파악하기를 바란다. http://rigvedawiki.net/r1/wiki.php/%EB%84%A4%EA%B0%80%20%ED%95%9C%EB%B2%88%20%EB%A7%8C%EB%93%A4%EC%96%B4%EB%B4%90%EB%9D%BC 

 

한 마디로 말해서, 본 필자는 "정책 입안자가 아니다." 새로운 국가 정책을 연구하고 실행하고 보완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본 필자가 그렇게 합당하고 타당하며 효과적인 정책을 제안할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이러고 있지도 않는다. 본 필자는 그저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으로써, "본 필자의 입장에서" 군 가산점제를 바라볼 뿐이다. 그러한 결과 비합리적인 문제점이 보이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쓸 뿐이다. 다시 말해, 위와 같은 비판은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가"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이렇게 끝내기는 뭔가 부족한 점이 있어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본인의 생각을 간단히 말하고 끝내겠다.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모병제밖에 없다. 모병제로의 전환과 군 복무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봉급) 지급은 여성의 군복무의무 부재 문제와 남성 군필자의 상대적 차별 문제, 그리고 부적격자가 군복무를 함으로써 부적응자(관심병사) 등이 발생하는 문제, "개나소나" 군대를 감으로 인해 생기는 전투력 저하 문제(실제로 당장 본인만 해도 군인에 별로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진짜" 군인 한 명을 키우는 것과, 부실한 군인 3명을 키우는 것 중에 어느게 더 효율적일까?), 유능한 인재의 소실과 사회진출 방해로 인한 국가 경쟁력 감소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게 궁극적인 해결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북한과 휴전 상황에 놓여 있으며, 그 외에도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에게 둘러쌓여 있고, 예산 문제도 있기 때문에 그리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병제를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그 도입이 힘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해결책은 모병제밖에 없으며, 일단 지금 당장은 앞선 문단에 언급한 좀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보상대책 마련을 통해 임시방편으로라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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