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갤러리 - 시부럴] 시부럴과 함께 하는 문학산책 [트루 한 장]

내가 PC방에서 본 일이다.

어린 고등학생 하나가 폭서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게시물을 올리면서

"황송하지만 이 음반이 트루인지 폴스인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현역등급판정을 기다리는 미필과 같이 모니터를 쳐다본다.

 

같은 시각 폭서 운영진은 묵묵히 샘플곡을 들어보다가,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트루."하고

댓글을 올려 준다.

그는 "트루"라는 댓글에 기쁜 얼굴로 키보드를 재빨리 두들기며 감사하다는 댓글을

몇 번이나 올려 댔다.

그는 웹페이지를 자꾸 새로고침을 하더니 또 다른 폭서 운영진에게 찾아 쪽지를 보냈다.

 

키보드 앞에 손을 놓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쪽지에다 샘플곡과 앨범자켓 링크를 보내며,

"이것이 정말 트루인 음반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폭서 운영진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음반을 어느 토렌트에서 받았어?" 고등학생은 떨리는 손으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머키레코드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귀한 음반을 빠뜨립니까? 계훈봉 사장 눈은 해태인가요? 어서

판정 내려 주십시오."

학생은 답장을 던졌다. 폭서 운영진은 웃으면서

"트루" 하고 답장 해 주었다.

그는 얼른 쪽지를 확인 하고 폭서에서 로그아웃 하였다.

 

마우스를 휘적휘적 움직이면서 몇번을 클릭하여 웹페이지를 열고 닫더니 별안간 어느 디스트로 사이트에서 우뚝 선다.

누가 그 음반을 사가지나 않았나 확인 해 보는 것이다.

거친 앨범자켓 JPG 옆에 '재고1장있음' 마크에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몇 번을 클릭하다가 어떤 사운드클라우드 링크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모니터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귀에다 헤드폰을 걸고 음악을 들어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 앨범 알려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급히 디스트로 페이지를 클릭하였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공인인증서가 담긴 USB를 꽂으려 했다.

"염려 마십시오. 내가 먼저 즉시구매 하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다운 받은 것이 아닙니다. 토렌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뉴비에게

음원 하나를 줍니까? 128kbps mp3 파일 하나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유튜브 링크 걸어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 하나 얻은 악숭 게시물에서

몇번 씩 클릭했습니다. 이렇게 모은 마흔 여덞 악숭 게시물에서 네임드들의 블로그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앨범 재고가 있는 디스트로를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이 앨범을 찾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앨범을 구한단 말이오? 그 음반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에조테릭님 앞에 트루 앨범 인증글 한 개를 올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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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갤러리가 폐쇄될 예정이라서 부득이하게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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